월간참여사회 2006년 10월 2006-10-01   2304

‘망치녀 사건’을 보고

2006년 9월 초순, 서울의 신림동에서 일어난 ‘망치녀 사건’에 관해 사람들의 논의가 분분합니다. 대낮에 젊은 여성이 망치를 들고 마을버스에 올라타서는 다짜고짜 운전사에게 망치를 휘둘렀습니다. 운전사는 망치에 맞아 팔을 다치기도 했습니다. 황당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사건을 보도하는 한 TV 방송국의 뉴스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라고 설명하더군요. 젊은 여성이 마을버스에 올라타서는 운전사에게 망치를 휘두른 것만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해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 여성은 집에서 자고 있는데 마을버스가 계속 시끄러운 소음을 내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에 있는 망치를 들고 뛰어나왔다고 말했습니다.

그 여성이 망치를 휘두른 것은 분명히 잘못이지만 버스의 소음이라는 문제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버스의 소음이 한 젊은 여성으로 하여금 망치를 휘두르게 한 것이라고 본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사건에서 문제의 근원은 버스의 소음입니다. 지난 봄에 일어났던 비슷한 사건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 50대 미국인이 시내버스 운전사를 발로 찼다가 입건된 사건입니다. 이 때도 언론은 문제의 근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시내버스 운전사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았던 것이었습니다.

한국은 참으로 소음에 관대한 나라입니다. 거리를 걷자면 자동차 소음이며 상점의 호객 소음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괴롭힙니다. ‘선진국’의 도시에서 편안해지는 것은 이런 식의 폭력으로부터 해방되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좀더 조용하고 정제된 공간에서 살아갈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는 일주일에 두어 번씩 시외버스를 타야 합니다. 그때마다 나도 모르게 늘 긴장합니다. 버스의 ‘소음폭력’ 때문입니다. 사실상 모든 운전사가 손님의 뜻과 무관하게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습니다. 소리를 줄여 달라고 하면 왜 당신만 그러냐며 오히려 나를 이상하게 쳐다봅니다. 운전사들은 라디오를 트는 것은 손님에 대한 ‘서비스’이자 자신들의 ‘권리’라고 주장합니다. 그것이 심각한 폭력이자 공해라는 생각은 못하는 듯합니다. 이 점에서 기차가 버스보다 훨씬 ‘선진적’입니다.

이 문제가 개선되길 오래 전부터 정말 열망했습니다만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악화되었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 정도 이상의 거리를 운행하는 시외버스에는 2년 전쯤부터 위성TV가 설치되었습니다. 새벽 1-2시나 되는 심야시간에도 요란하게 켜 놓고 운행합니다. 이런 식으로 ‘SKY Life’는 손님을 늘리고 더 많은 광고를 유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걸 과연 ‘발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소음문제는 환경분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아파트 층간소음 때문에 이미 살인사건도 일어났습니다. 버스의 소음폭력이 이 상태로 더욱 더 악화되면 ‘망치녀’는 ‘망치남’으로 확대될 것입니다. 문제의 근원은 명확합니다.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근원을 바로잡아야 합니다.

홍성태「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상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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