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0월 2006-10-01   840

평양은 지금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는 김일성 종합대학 안에 지어지는 항생제 공장 공사 및 준공식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 9월 12일부터 16일까지 평양을 방문했다. 마침 10월 1일 김일성종합대학 개교 60돌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북쪽 현황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축소판처럼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도로 정비를 위해 산책로를 헤집어 놓았고 건물 외관을 보수하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다. 대학의 교육 및 실험설비의 현대화를 위한 제반 공사는 올해 초 신년사설에서도 북의 가장 중요한 정책 사업 중 하나로 보도되기도 했었는데 그것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북이 말하는 강성대국이란 ‘제국주의의 침략을 방어할 수 있는 전쟁 억지력을 키움으로써 평화를 지켜나가는 것’이 그 한 축이라면 ‘고난의 행군을 극복하고 새롭게 경제건설에서 일대 비약을 이루는 것’이 다른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런 까닭에 건설장비, 생산설비, 현대적이고 과학적인 각종 기자재 등의 보급이 국가 정책의 중요한 부분이다.

경제난 이기려 적극적 변화 꾀하는 평양 사람들

경제에 관한 북의 적극적인 태도는 평양 거리에서도 느껴진다. 지난 십여 년 간의 갖가지 어려움과 고통을 반영하고 있는 낡은 도로와 건물, 교통, 전기사정은 그대로이지만 평양 거리를 오가는 시민들의 표정에서는 무엇인가 분주하고 새로운 활기를 느낄 수 있다. 상점 판매원들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대책도 나날이 적극화되어 이번에 들른 금강산 판매소에서는 상품을 튼튼하게 포장하기 위한 각종 재료를 구비한 것이 돋보였다. 사실 전에 북에서 쇼핑을 할 때면 포장용 상자나 봉투, 끈이 갖춰져 있지 않아 약간의 입씨름(?)을 하기도 했던 터여서 그것은 놀라운 변화로 다가왔다. 호텔 접대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양각도 호텔 47층 만장에서 은숙 선생이(필자가 알기에 고참 접대원이다) 우리에게 최고로 비싼 양주를 권하며 “이 술이야말로 뒤탈도 없고 몸에도 좋다.”며 웃음 짓던 모습은 전에 없던 풍경이었다.

변화는 서비스 분야에만 온 것이 아니다. 북에서 최고 권위를 상징하는 김일성종합대학에서도 교수들이 직접 나서서 실험설비와 교육설비를 현대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열심이다. 겨레하나의 항생제 공장설비가 김일성종합대학에 설치되는 것은 북에 아직 항생제 관련 전문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도 하고 생산도 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놀라웠던 것은 이번 GMP(우수 의약품의 제조·관리 기준) 관련 기본설비공사를 기술자들이 아닌 생명과학부의 연구자들이 맡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공사는 물론, GMP 설비라고는 본 적조차 없는 연구원들이 우리가 보내준 설계도면을 보고 전기, 배관, 공조시설 공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로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한쪽은 공사를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항생제 공장 설비를 자신들이 진행하고 있는 다른 의약품 생산공정과 연결시킬 방법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이면서 보완책을 마련할 수 없겠는지 우리에게 묻기도 하는 광경이 대단히 인상적으로 보였다.

북의 활기와 대조되는 남북관계

이처럼 건설에 매진하고 있는 9월의 평양에서 미사일 발사 이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전혀 다른 세상의 일인 듯 느껴졌다. 지금 남쪽에서는 북을 6자회담에 무조건 참여시키기 위해 한미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접근에 합의했다는 것에 대해 해석들이 분분하다. 북미관계를 풀 수 있는 근본 해법, 그래서 북을 6자회담에 참여시킬 수 있는 방안은 한가지 밖에 없다, 그것은 미국이 북의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북은 지금 경제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전 인민적으로 경주하고 있다. 우리의 대북지원도 좋지만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순리에 맞게 풀어나가려고 하는 우리 정부의 깊이 있는 철학과 정책이다. 이는 한미관계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자주적인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한반도의 평화와 민족의 화해협력은 결코 분리하여 생각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남북관계, 신념 가지고 낙관하며 꾸준히

이번 방북기간 중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온 영화 관계자들과 같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일본에서 왔다는 어떤 감독에게 북도 이번 영화제에 출품했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북은 영화 제작비가 없어 출품하지 못했노라고 안타까워했다. 북쪽 분들에게 출품하지 못하면서 국제영화제를 유치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연대와 친선’을 위해서라고 한다. 내 감각으로는 금방 이해되지 않았지만 ‘북은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참 씩씩하게 산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에선 수해복구가 한창이고, 한편에선 북미관계에 대응하여 전쟁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훈련이 한창이다. 한편으로는 경제건설, 한편에선 문화활동에 분주하다.

누군가 내게 남북관계가 언제쯤 풀릴 것이라고 보는지 물었다. 이런 말이 생각났다. 신념과 낙관은 동전의 양면이다. 누구보다도 남북 화해협력사업을 하는 내가 먼저 가슴에 깊이 새겨두어야 할 말일지도 모르겠다. 남북관계에 대한 낙관을 내 심장에서부터 다시 일으켜야 한다. 남북관계에 대한 신념을 민족의 가슴 속에 다시 불 지펴 어떤 상황에서도 꺼지지 않는 희망의 횃불로 타오르게 해야 한다.

김이경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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