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0월 2006-10-01   408

책속으로 – 빅뱅

사이먼 싱 │ 영림 카디널

사실 몇 백 쪽에 이르는 두꺼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기란 쉽지 않다. 권하는 입장에서나 권함을 받는 입장에서나 선뜻 오케이하기 어려운 것이, 실상 서로 체면치레의 인사말에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좋은 책이란 확신’이 있어야 하고 또 ‘꼭 읽을 것이란’ 다짐이 상호교환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바쁜 일상에 쫓기다가 잠깐이나마 위로받기 위해서 또는 문자그대로 쉬어가기 위해서 책을 집어드는 사람에게 500쪽이 족히 넘는 책을 읽어보라고 권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염치없는 짓이기도 하다. 기껏해야 검증받지 못한 주관적 확신 이외는 달리 추천의 뚜렷한 사유를 들이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이먼 싱의 ‘빅뱅’은 퍽이나 두꺼운 책이다. 빅뱅이란 그 용어 자체만으로도 주저할 터인데 500쪽을 훌쩍 뛰어넘는 분량이라니. 그러나 단언컨데, 이 책의 재미는 정확히 책 두께에 비례한다. 빙백이론이란 지극히 짧은 순간의 대폭발에 의해 우주가 탄생했으며 그때부터 우주는 진화를 거듭해 오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저 코페르니쿠스의 혁명적 사고 훨씬 이전부터 우주의 근원에 대한 탐구는 있었다. 그러나 해답은 늘 신화의 몫이었다. 인간의 사유에 의존해 우주를 인식하고 그 존재의 비밀을 탐색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6세기 경의 고대 그리스 시대였다. 저자는 이때부터 비로소 과학이 시작되었다고 평가한다. 천동설에서 지동설, 은하의 발견과 우주의 팽창, 상대성이론 등 때로는 우연에 의해 때로는 집요한 관측과 실험에 의해 세기마다 거듭된 인간사유의 발전 덕에 우리 인간의 물리적 존재는 한없이 작고 보잘 것 없어져 갔지만 상대적으로 그만큼 우주의 진실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물론 그는 빅뱅이론이 우주의 기원에 대해 설명하는 최종의 완벽한 이론이라고 고집하진 않는다. 현재로선 가장 합리적인 해석을 가능케 하는 이론이지만 또 다른 진보된 이론이 언제든 대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먼 싱은 과학저술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거대한 ‘우주적’ 문제를 한권의 책속에 집약시킴으로써 전문가의 영역이던 과학을 일반 독서의 대상으로 보편화시켰다. 서술은 쉽고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과학저술에 갖는 선입견으로 주춤하던 독자들도 틀림없이 환대할 것이다.

이지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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