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1월 2006-11-01   1061

빚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

9월 25일 오후 2시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의실에서 참여연대와 심상정의원실(민주노동당)이 함께 ‘보증인 보호와 보증제도 개선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참여연대에서 인턴활동을 시작한지 이틀째에 저는 이 토론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맡은 임무는 토론회를 동영상으로 찍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새롭고 미숙했던 터라 사무실 밖을 나가 토론회에 참석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습니다.

시작부터가 쉽지 않았습니다. 가는 길에 도로가 생각보다 막혔고, 헌정기념관 입구에서는 만차라면서 들여보내주지 않아 경비원과 실랑이가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무거운 장비들을 들고 다른 행사장으로 잘못 들어가기까지 했습니다. 대강의실에 도착해 삼각대를 꺼낸 다음 카메라에 고정시켰는데,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제가 보아도 매우 어색했습니다. 동영상에 능숙한 간사님이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토론회에서는 보증제도의 실태와 문제점을 살펴보고 보증인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적 대책방안이 논의되었습니다. 빚보증이 최근 몇 년간 급격히 확산돼 제2금융권에서만 무려 340만 명이 빚보증을 서고 있고 보증액도 180조에 달한다는 충격적인 보고가 나왔지만 보증인들을 보호할 법 제도는 미비하고 당국의 감독기능도 허술해 자칫 빚보증 연쇄도산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보증인보호특별법의 주요 내용은 빚보증을 설 때는 반드시 서면으로 하되 배우자가 있는 경우에는 배우자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며, 돈 빌리는 사람의 신용정보를 반드시 제공하는 등 빚보증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한편 보증을 서더라도 최대 2,000만 원까지만 책임지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언젠가 TV 드라마에서 죽마고우에게 빚보증을 서느라 전 재산을 잃은 부부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드라마에 심심찮게 나올 정도로 빚보증 피해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닌가 봅니다. 뉴스에서는 빚보증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사연도 듣게 됩니다. 아버지의 빚보증을 섰다 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동생 명의로 주민등록증을 사용하다 들통나 고발당하고 이혼 위기에 놓인 여성의 사연도 보았습니다.

“빚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마라”는 속담과 “패가망신 안 하려면 보증서지 마라”는 가훈과 사훈이 있을 정도로 빚보증은 우리사회의 고질병이 되었습니다.

보증인보호특별법과 같은 제도가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더 이상 빚보증 때문에 고통 받거나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대학생으로서 이런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좋은 경험이었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보증제도에 대해 깊이 알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동영상 촬영이 끝나고 방송국 기자로부터 동영상 테이프를 사갈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아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최지민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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