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1월 2006-11-01   595

참여연대의 천군만마

성승택 회원

가을이 무르익어 가는 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한 남자를 만났다.

참여연대 부근의 한 음식점에서 만난 55년생 성승택(51세) 회원. 직장(두산인프라코어)인 인천에서 근무를 마치고 들어선 그에겐 가을 분위기보단 여름의 잔영이 길게 드리워져 있었다. 무스로 적당히 세운 머릿결과 핑크빛 줄무늬가 은은히 새겨진 와이셔츠에 감색 정장, 안경 너머 날카롭게 반짝이는 눈빛과 강건한 성품이 드러나는 말투……. 분명 그의 일상은 여름의 진행형이었다.

용어하나 그냥 못 넘어가는 성격

“말이란 그 사람의 생각인데 언론에서는 잘못 쓰는 언어가 너무 많아요. 굴삭기나 굴착기는 다 맞는 말이죠. 둘 다 주로 땅을 파거나 바위를 깎는데 쓰는 중장비이고, 굴착기는 광산 같은 데서 바위를 뚫을 때 사용하죠. 그런데 기자들은 포크레인이라는 말을 굴삭기와 같은 뜻으로 마구 쓰더라고요. 포크레인은 중장비를 만드는 프랑스 기업의 명칭이죠. 제가 어떤 신문에 항의 메일을 보냈죠. 그 뒤 우리 회사 홍보실에서 각 언론사에 자료를 보냈지요.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더라고요.”

용어 하나도 귀에 걸리면 즉시 시정을 요구하는 사람인데 쉽게 참여연대 회원이 되었으랴. 그것도 평생회원으로 가입하기까지는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이리라.

“2001년 10월에 회원이 되었지요. 내가 평상시 가지고 있었던 생각이 참여연대의 기본정신과 일치하더라고요. 소액주주운동하면 참여연대 아닌가요. 삼성전자의 주주총회가 13시간 넘게 진행되었던 일을 잊지 못하지요. 김기식처장과 장하성 교수의 설전. 그 뒤 인터넷으로 참여연대의 활동에 대하여 정말 꼼꼼히 살펴보았지요. 그리고 회원이 되기로 결심했지요. 그리고 나중에 ‘짤리면’ 월 회비 내기도 어려울까봐 미리 평생회원으로 가입했지요.”

유난히 큰 웃음 끝에는 삶에 대한 치밀함과 여유로움이 들려오는 듯했다. 학교 졸업 후, 입사한 대기업을 평생직장으로 삼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다, 기술사원으로 전환하여 지금껏(?) 자리를 지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58세인 정년까지 보장될지 모를 일이라며 또 너털웃음을 날리지만 전혀 공허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참여연대 회원사이트 ‘활기차’에 종종 오르는 그의 글을 보면 정년을 모르는 청년의 글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공무원인 부인과의 연봉을 합치면 흔히 말하는 기득권층에 속하는데, 주변에서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좀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를 아는 사람들은 이해해요. 전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이야기하는 성격이죠. 귀를 막고 듣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문제이지 긴가민가 하는 사람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요. 지금 광화문 사거리에서 김일성 만세를 불러 봐요. 미친놈이라 하지 누가 간첩이라고 해요? 그런 세상인데 보안법 폐지하면 절대 안 된다고, 한 자도 고치면 안 된다고 하는 작자가 있으니, 모든 건 시대에 맞게 변해야지. 지금 결재 맡으려 서류 들고 다니는 세상이예요?”

한나라당 대표가 북한에 가서 김정일과 사진 찍고 밀담을 나누고 온 것은 왜 보안법 위반이 안 되는 거냐며,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북한의 핵문제로 화제가 옮겨갔다.

사재기도 없는 것보니 별거 아닌데

“김정일이가 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왜 그들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한 번 생각해봐야죠. 무조건 북한에 퍼주기만 해서 그 돈으로 핵개발 했다고 떠들어대고 보수신문은 햇볕정책이 실패한 정책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니 그런 신문을 보는 사람들은 정말 그런 줄 알죠. 북한의 체재 유지가 얼마나 다급하며 개방을 안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해야죠. 미국도 우리 때문에 북한에 함부로 할 수 없잖아요. 그리고 뭐라 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필품 사재기 안 하잖아요. 별 거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매스컴이 호들갑을 뜨는 것 같지 않아요?”

연신 언론의 치우친 보도에 대하여 불만을 쏟으며 경제 문제로 말머리를 돌렸다.

“경제가 어렵다고 난리죠. 그런데 대기업은 최대의 호황이고 중소기업은 바닥을 기고 있어요. 대학생들은 대기업만 선호하니 취업은 더욱 어렵고 불만만 쌓이죠. 자연 현실정치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으니 정치권은 자기들이 잘 하는 줄로 착각을 하지요. 이번 재산세도 예년에 비해 꽤 나왔더라고요. 이러니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듣죠. 정책의 기본 틀은 좋은데 왜 그렇게 풀지를 못하는지 정말 답답해요.”

물 한잔을 단숨에 들이 킨 그는 정치권에 대한 애정 어린 질책을 가했다. 그 회초리는 비단 정치권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었다. 우리 삶을 통째로 뒤흔드는 모순과 위선에 눈을 감지 못하는 선승의 할[喝]이었다.

젊은 시절엔 개인이 당하는 불이익에 함께 울분을 토하며 나서기도 했지만 지금의 관심사은 단연 정치라고 또 강조했다. 회사에도 노동조합이 탄탄히 결성되어 있고 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많아 결코 외롭지 않다며, 흔히 말하는 ‘중년의 고독’운운은 해당사항이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회사 도서실에도 「참여사회」를 배치

그도 그럴 것이 신입회원 한마당이 있을 때면 종종 선물을 들고 나타나 함께 참여하기도 하고, 활기차 게시판에 두산 베어스의 야구 티켓을 올려 회원들을 잠실구장으로 불러내기도 한다. 그뿐이랴. 회사 도서실에는 늘 「참여사회」가 3개월 단위로 꽂혀있게 압력(?)을 넣기도 하는 열정의 회원이다.

가을밤은 깊어만 가는데 그의 이야기는 별빛 총총한 한여름 밤이다. 지리멸렬한 현실도 소나기에 실려 오는 바람처럼 시원하고, 꿈꾸는 미래는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하다.

성승택 회원 – 참여연대가 얻은 천군만마가 아닐까.

이경휴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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