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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년 11월
  • 2006.11.01
  • 393
최근 전북 완주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저녁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한 가족과 함께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으로 가곡 공연을 보러갔다. 홀 1층에서 주최측이 입장권을 팔고 있었는데 우리집 막내를 보고 몇 살이냐고 물었다.

아이가 일곱 살이라고 대답하자 여덟 살부터 입장이 가능하니 놀이방에 맡기란다. 그런데 이 녀석이 공연을 보고 싶다고 내 팔을 붙들고 늘어졌다. 막내는 몸집이 크고 행동도 의젓해서 초등학생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보름 쯤 전 같은 곳에서 열린 세계소리문화축제 때도 허락을 얻어 입장했던 사실을 아이는 기억하고 있었다. 사정을 해서 막내 것까지 표를 샀다.

입장권을 들고 2층의 출입구로 올라가면서 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아이들에게 나이를 묻거든 여덟 살이라고 하거나 엄마에게 맡기라고 시켰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부했다. 젊은 여성 안내원이 나이를 묻자 막내는 일곱 살이라고 대답했다. 안내원은 다른 아이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며 입장시킬 수 없다고 했다.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일곱 살인데 입장한 아이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취학연령인 만 6세부터 입장시키는 공연시설도 있다. 순순히 물러서지 않자 안내원은 주최측에 이야기 하라고 떠넘겼다. 1층에 내려와 이야기하니 입장하시란다. 2층에 올라가 안내원에게 이 말을 전했지만 어처구니없다는 듯 누가 그랬냐고 되묻는다.

그녀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와 주최측 관계자와 대면시켜야 했다. 두 사람은 우리를 세워놓고 언쟁을 벌였다. 공연은 시작되었고 아이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동행한 다른 가족도 옆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주최측이 공연장측에 밀린 듯 막내는 입장 불가로 결론이 났다. 아이 표만 환불해주겠다고 했지만 우리 모두 막내만 빼놓고 보기를 원치 않았다. 환불 과정도 순탄치 않았지만 모두 돈으로 되돌려 받았다. 성악 공연을 무척 기대했던 한 아이는 로비에서 실황중계라도 보자고 했지만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허탈한 발걸음으로 공연장을 나서는데 막내가 “일곱 살은 뭐든지 안 된대.”하고 참았던 불만을 터뜨렸다. 큰애는 자기가 거짓말 하지 말자고 고집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고 자책했다.

일곱 살과 여덟 살의 차이는 무엇인가. 일곱 살까지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고, 정숙할 수 없는데 여덟 살부터는 그런 능력이 갑자기 생기는가. 음악태교는 헛소리인가. 미취학 어린이는 만화영화나 인형극만 보아야 하나. 다른 사람들의 손에서 자기 운명이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 하는 아이들에게 어떤 주체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조용하게 끝까지 잘 있을 수 있겠니?”하고 아이에게 한 마디만 물어주었어도 덜 서운했을 것이다. 고객만족을 넘어 고객감동까지 부르짖는 이 때에 규칙만 앞세우기보다 유연성을 가져주기를 문화시설에 바란다면 지나친 요구가 될까?
고진하 (참여사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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