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1월 2006-11-01   538

입시경쟁사회의 현실

이 땅의 모든 학부모는 입시전문가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진학자 부모의 월평균 소득은 246만 원, 지방 4년제 189만 원, 전문대 146만 원, 미진학 131만 원이라는 사실은1), 부모의 소득격차가 결국은 또다시 자녀의 학력과 소득차이로 이어지는 현실을 보여준다. 자식농사 제대로 짓지 못하면 그 앞날이 너무나 불안한 것이다.

세계 최하위 출생률이 결국은 교육문제이고 5~6년 전부터 벌써 진행돼 오던 일이었다. 1962년 조사가 시작된 이래 올 초등학생수는 392만 5천 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역대 최대이던 1970년의 574만 9천 명과는 비교할 수도 없으며, 작년(402만 3천 명)에 비해서도 한 해 사이에 9만 8천 명 가까이나 줄어든 것이다. 그 어느 나라보다 우리의 교육열이 앞섰다고 생각하지만 실은 만5~14세 어린이의 취학률은 OECD 평균 98.3%에 훨씬 못 미치는 93.2%에 불과하다.2)

‘금융채무 불이행자’ 소위 신용불량자 발생원인 3위가 교육비라고 한다. GDP 대비 학교교육비 중 민간부담률이 학원비와 과외비 등을 제외하고도 2.9%로 OECD 30개 회원국 평균 0.7%의 4배나 된다는 사실은3) 취학률 부진의 원인을 알 수 있게 한다.

교육투자 소홀로 초중등교를 막론하고 학급당 학생수(34.7~35.2명)에 있어서나 교원 1인당 학생수(17.8~30.2명)에 있어서 OECD 평균(각각 21.6~23.9명과 13.6~16.5명)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4) 환경 속에서 우리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성적경쟁은 끝이 없다. 주5일 수업확대로 학습부담이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을 기대했으나 실제로 교과시간을 줄인 경우는 5.7%에 불과하고 특별활동이나 재량활동시간만을 줄인 경우가 70%에 달한다. 초등학교 3~4학년까지는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미술, 피아노나 태권도를 배우던 학생들조차 이제는 더 이상 한가로울 수가 없다. 2000년 각각 262명 4,083명이던 초중등생 토익응시자는 2005년 1,584명과 24,504명으로 5년 사이 6배가 되었다.5) 초중등생의 71.9%가 학원을 다니지 않을 수 없고, 그 중 19%는 저녁밥을 학원 근처 길거리 음식으로 때우거나, 21%는 아예 집에 갈 때까지 굶는다. 그러다 보니 59%가 10분 이내에 식사를 마쳐야 하고, 식후 휴식시간은 거의 없거나(62.3%) 10분 이내(20.5%)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학원으로 가야하거나(60.3%) 여러 학원을 다니다 보니 초등생의 텔레비전 평균 시청률이 밤 9시에서 10시 사이에 최고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자라 85.2%의 학생이 야간자율학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고등학생이 되면, 20.1%의 학생이 성적이나 입시스트레스로 자살충동을 느끼는가 하면, 45.6%의 학생은 학교를 그만두고 싶은 것이다6). 결국 유학을 위해 이 땅을 떠나는 초중고생이 2001년 7,944명에서 2005년 20,400명에 이르며, 그중 2001년 2,107명(26.5%)이던 초등학생 유학생 수가 2005년 8,148명(39.9%)으로 거의 4배 가까이 늘어났다.7)

초경쟁 사회에서 아이들이 너무 일찍 시험위주 학습과정에 적응하려고 하면 심각한 우울증과 행동발달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유년기의 풍요로움에 의해 길러지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오히려 제한하는 굴레를 씌울 것이라고 근래 점수경쟁교육을 시작한 영국의 아동문제전문가 110명이 자국정부에 공개서한을 보냈다는 사실을 우리도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1) 한국개발연구원 보고서 2006. 8

2) 교육인적자원부 2006 교육통계연보

3) 2006 OECD 교육지표

4) 교육인적자원부 2006 교육통계연보

5) 한국토익위원회

6) 전교조 참교육연구소

7) 교육인적자원부 2006 국감자료

송환웅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