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6년 11월 2006-11-01   364

세대간 균형과 화합을 위해

선진국으로 가는 과정이 그리 쉽고 평탄한 길은 아닌 듯하다. 지난해 일 년 동안 정부, 여당과 일부 시민단체들은 우리나라의 본질적 질병이 사회경제적 양극화라고 떠들썩하게 소리 높였다. 또한 이 양극화를 국민대통합이라는 어마어마한 작업을 통해 해결하겠다고 또는 해결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놓은 처방이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문제해결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서 나는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사회경제적 양극화뿐만 아니라 과거 반세기동안 거의 보지 못한 세계관의 양극화를 본다.

저출산고령화는 인구밀도의 피라미드 형태가 점점 정반대로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한다. 저출산이 양적인 문제라는 현실은 우리의 인구현황이 급속도로 달라진다는 것이다. 4,000여 만의 인구가 2,000여 만으로 줄어버린다는 말이다.

저출산 현상은 점점 줄어가는 젊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고령화 인구의 노후를 챙겨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는 것과 같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 아들이, 구세대와 신세대가 아우르며 함께 산다는 일은 벌써 먼 옛날의 일같이 느껴진다.

아침 시간에 지공파(지하철 탑승 공짜표를 받는 사람들)로 지하철을 타보면 노인층 승객이 많은 것이 눈에 띈다. 지하철 한 칸에 12명의 노약자·임산부의 좌석이 마련됐지만 임산부가 앉아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늘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가만히 보고 있자니 아침 출근시간에 승객으로 만원이 되어 숨막히는 지하철을 타고 노인들은 대체 어디에 가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연금과 같은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년층, 세간에서 따뜻한 시선으로 보지 않고 갈수록 주위 사람이 없어져 외로운 노인들이, 편안하게 저렴한 식사나 차 또는 여가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시설도 변변치 않는 노인들이, 그나마 지하철이라도 무료로 타게 되는 것은 복음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노인의 입장에 선 나의 일편지견일수 있겠다. 고령화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고 떠들며 고함만치는 정치인들은 뒤로하더라도, 젊은 사람들이 주축인 시민단체도 기회 있을 때마다 사회양극화를 외치지만 노인들의 처지가 어떻고 문제가 무엇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보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물론 많은 시민사회단체는 전문가 집단이 주 구성원인 까닭에 한물간 노인들이 차지할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은 것도 이해되지만, 시민운동의 자연스러운 모습은 아니라고 본다.

오늘의 시민운동이나 이 시민운동을 이끌고 있는 활동가들에게는 세대간의 균형잡힌 상호관계를 구상하려는 마음의 여유가 부족하다. 3세대가 함께 가는 사회는 결코 과거지향적인 구세대의 향수만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건전한 사회의 모습이다. 단일세대가 주도하는 사회는 바람직한 전통의 전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쉽게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을 역사적인 실례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본격적인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현재, 노인이 없는 내일의 사회를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노인이 홀대받는 사회, 이는 결코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사회가 당면한 총체적인 문제임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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