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1573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을 잃지 않도록

저는 한국에 온지 11년 된 버마 사람 마웅저입니다. 고등학교 때 참여한 8888항쟁부터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8888항쟁은 경찰에 의해 어이없이 죽어간 대학생들의 죽음을 기리고 정부에 민주화를 요구했던 버마 최대의 민주항쟁이었습니다. 그 후 지역의 학생정당에 가입해 민주화 활동을 해왔던 저는 더 이상 버마에 남아있기 힘든 상황에 처했고 누나의 권유로 한국에 오게 되었습니다.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62년 독립운동가 출신의 군사령관 네윈의 쿠데타로 군사독재의 길로 접어듭니다. 88년 8월 8일 8888항쟁이 벌어져 90년 총선거를 실시하고 선거에서 아웅산 수지 여사가 이끄는 미얀마민족민주동맹(NLD)은 의석의 90% 가까이 획득했습니다. 하지만 군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당선된 국회의원을 구속하고 NLD 사무실을 폐쇄했습니다. 유엔은 미얀마 정부에 90년 총선을 인정할 것, 인권·종교·노동·정치 탄압을 중단할 것, 아웅산 수지와 NLD 및 소수민족의 대표들과 대화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 역시 아이들과 노인들까지 동원하는 강제노역에 대해 기구 창설 이후 최초로 국가 제재를 결의했습니다. 또 미국, 유럽연합(EU), 스칸디나비아연방 등을 중심으로 군부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05년은 제게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5년 넘게 끌어오던 난민지위획득문제가 법무부의 불허로 현재 아름다운 재단 소속 변호사들과 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한국에 오면서 가장 많이 의지하고 함께 활동했던 동료인 위민우 씨가 신부전증으로 수술을 했습니다. 10년 이상 타지에서 생활하는 제게 이런 사건들은 참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나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언제쯤 내 나라로 돌아 갈 수 있을까? 아픈 내 동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정말이지 머리가 터질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지대에 메솟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이 곳에는 미얀마로부터 도망 온 난민들과 이주민들이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는 일은 메솟 아이들의 교육문제입니다. 미얀마에서는 한참 꿈꾸고 배우고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은 군부에 의해 소년병으로, 강제노동으로, 또 생계를 위해 성과 마약을 파는 처지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미얀마 민주화를 위해 아이들 교육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아이들은 그 사회의 희망이며 기쁨입니다. 2005년은 제게 힘든 시간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아이들의 눈망울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망울이 빛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오늘 제가 살아가는 이유입니다.

저는 성공회대 NGO 대학원에서 청강생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여러 좋은 교수님들 중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분은 신영복 교수님입니다. 교수님의 글 중에 이런 문구가 생각납니다. ‘돕는다는 것은 우산을 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비를 맞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함께 비를 맞을 준비를 하고 이웃을 보고, 아시아를 보고, 우리의 아이들을 봤으면 좋겠습니다.

마웅저 미얀마 활동가, 함께하는시민행동 반상근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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