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1408

태어나서 고마워

2005년은 나에게 설렘과 기대로 가득한 한해였다. 출산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남편의 갑작스런 전직 등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무섭기도 했지만 지금은 행복하다. 남편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즐겁게 일하는 것 같고, 지난 8월에 세상에 나온 우리 딸 서연이는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새로 옮긴 직장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수습기간이 끝나는 석 달 뒤에 다른 일을 찾아야 할 지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던 남편은 이제 그럴 일이 없어졌나 보다. 너무 작아서 만지기조차 조심스러웠던 서연이는 지금 제법 아기다운 모습으로 자라 엄마 아빠를 행복하게 한다.

요즘은 서연이가 옹알이를 어찌나 이쁘게 하는지 출근하는 남편을 한동안 잡아두곤 한다. 입을 오물오물 하면서 무에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어제 하루와 밤사이 있었던 일들을 모두 아빠에게 얘기하고 싶은가 보다. 하루종일 같이 있는 엄마보다 아침에 잠깐 보는 아빠를 더 좋아하는 눈치에 가끔은 섭섭한(?) 마음도 든다. 사실 서연이에게 뭐가 좋은지, 뭐가 불편한지는 남편이 더 잘 안다. 특유의 세심함이랄까, 서연이도 그걸 아나보다.

애들은 백일이 지나면 키우기가 좀 수월해진다고 한다. 매일 안아달라고 하고, 같이 놀아달라고 하고, 이유 모를 울음을 울던 서연이도 요즘은 혼자 잘 놀기도 하고, 잠도 잘 잔다. 며칠 전엔 백일치레를 하는지 감기에 걸려 콧물을 흘리고 기침을 많이 해 마음이 아팠다.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잘 돌보지 못해 아픈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접을 수가 없었다. 애가 이렇게 아프니까 안아달라 떼쓰고, 놀아달라 떼를 쓰더라도 아프지만 말았으면 하는 생각이 굴뚝같았다.

2005년은 내 인생에 특별한 한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예쁜 내 딸을 만났고, 그 애가 커 가는 모습을 보며 감동을 느꼈던 시간들 말이다. 다가오는 2006년은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아이의 걷고 뛰는 모습을 보고, 엄마라고 부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새해를 기다리는 마음이 벌써부터 벅차오른다.

오승미 1살 된 아기를 둔 새내기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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