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1366

해고 그리고 홀로서기

난 2004년 8월 14일 대교눈높이에서 부당해고된 노동자다. 학습지에 채용될 때 위탁계약서에 서명을 함으로써 나는 노동법에 근거한 근로자 자격을 상실하였다. 그 후 4년 동안이나 내가 근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오다가 작년 노조에 가입하고 해고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해고된 실제 이유는 학습지 업계에 널리 퍼져있는 부정업무의 실태를 언론에 고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대교눈높이는 내게 공금횡령의 누명을 씌워 나를 해고(계약해지)했다. 나는 공금횡령을 한 적이 없었고 해고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투쟁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해고무효투쟁은 2004년을 넘기고, 2005년이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2005년은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있었다. 사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던 내가 투쟁의 과정을 통해서 몸으로 세상을 배우고 있다. 그리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많은 사람들이 이 세상과 싸우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나와 같은 꿈을 꾸는 동지들을 만났다. 가장 중대한 변화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난 세 살배기 아들을 둔 엄마이다. 그러나 보통 가정의 헌신적이고 성실한 주부는 아니다. 해고투쟁이 나를 주부로서 생활하게 놓아두질 않았다고 하면 잘못된 변명일까? 1년 3개월 동안 자본과 싸우면서 내가 살아온 과정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누구의 부인, 누구의 엄마, 어떤 이의 누구로 설명되는 사람일 뿐이었으나 투쟁의 과정에서 나는 나임을 깨달았다. 많은 이들이 나의 홀로서기에 걱정과 우려의 시선을 보냈다. 그렇지만 나를 가장 잘 아는 이들은 나의 결정에 박수를 보냈다.

내겐 아직은 엄마의 선택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기가 어떠한 환경 속에서 자라게 될지 모르는 어린 아들이 있다. 아들은 지금 엄마가 팔뚝을 흔들 때 같이 손을 흔들고, 엄마의 노랫 소리에 함께 흥얼거리고 있지만 머지 않아 엄마의 주장과 행동을 거부하고 반항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확신한다. 그 시기를 나는 아들과 함께 훌륭하게 극복할 것이고, 아들이 엄마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는 날이 올 것을 확신한다.

권미현 비정규직 해고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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