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2월 2005-12-01   328

비틀어진 군 문화, 이제는 바꿀 때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대표 강연 후기


최근에 발생한 경기도 연천 GP 총기난사 사건과 군대의 얼차려 문화, 군 의료사고 등으로 군대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던 차에 참여연대로부터 군 문화에 대한 강연이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10월 27일 일을 마치고 부랴부랴 안국동 참여연대 강당으로 달려갔다. 강연회는 이미 시작해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이가 강연을 하고 있었다.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대표였다. 그동안 신문이나 인터넷에서만 글을 보아왔는데 직접 만나니 반가움과 흥분이 교차했다.

표 대표는 한국 군대의 문제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군대는 젊은이들이 사회를 배우는 첫 과정으로 인간관계, 조직문화, 민족의식을 배우는 학습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잘못되어 젊은이들의 의식구조가 비틀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무조건 때려죽일 집단’, ‘남자는 군대를 갔다와야 사람이 되고 사회에서 대접받는다’는 인식은 오히려 젊은이들에게 그릇된 민족관과 마초 근성을 심어줄 뿐이다. 표 대표는 그런 이유로 한국군의 정통성이 결여되고 정체성이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제시대 천황에 충성하던 민족 반역자들이 해방 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한 채 군대 상층부에 남았고 이들은 자신의 과거를 은폐하기 위해 독립운동가들을 빨갱이로 몰아 숙청해 버렸고 무장독립운동사를 역사에서 지워버렸다. 대신 자신들이 배운 일본 제국주의 군대문화를 한국군에 유입시켰다. 그 때부터 한국군의 정체성이 파괴되고 결여되어 온 것이다.

세상은 바뀌고 우리나라도 많이 민주화되었건만 군대는 여전히 불가침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정부가 군 개혁에 나름대로 관심과 힘을 쏟고 있지만 외형적인 부분에 집중돼 있고 문화를 바꾸는 데에는 정작 손도 대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체질을 바꾸려해도 극우 냉전 주의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표 대표의 평화재향군인회가 출범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평화재향군인회 발족이 잘못되고 비틀어진 군 문화를 바꾸는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연을 들어보니 평소의 내 생각과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강연 내용 중 제일 공감이 갔던 내용은 국군의 정체성 확립이었다. 10월 1일인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바꾸자는 제안에 동감한다. 극우 세력이 자신들의 이익과 권력을 위해서 만든 지금의 국군의 날을 항일무장 독립운동의 역사가 살아있는 9월 17일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는 일과 마찬가지이다.

이번 강연은 ‘무슨 일이든 기초가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했다. 한국군도 처음부터 기초를 잘 잡았더라면 지금의 보수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문화가 싹트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운동가들을 밀어내고 친일 민족 반역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군의 미래가 완전히 바뀌어버린 것이다. 진정한 개혁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준 강연회였다.

양홍기 참여연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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