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1월 2005-11-01   809

국민의 알권리 무시당하는 정보공개법

참여연대는 1998년 11월, 서울시 예산감시의 목적으로 고건 당시 서울시장 판공비 내역을 정보공개청구했다. 서울시는 개인정보와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참여연대는 1999년 4월 8일 행정소송을 제기해 2004년 4월 8일 승소 판결을 받았다. 파기환송되어 최종 확정판결을 받기까지 54개월(4년 6개월) 걸렸다. 고건 전 서울시장의 판공비 내역을 이명박 현 서울시장 때 받아본 것이다.

참여연대는 1999년부터 2004년까지 5년동안 대법원 또는 파기환송되어 확정판결이 이뤄진 정보공개소송 44건의 심급별 재판기간을 분석한 결과, 1심 8.7개월, 2심 10.6개월, 대법원 10.9개월이 소요됐으며, 대법원에서 파기환송 된 사건(13건)의 선고일까지 포함해, 소송에만 평균 33개월(2년 9개월)이 걸렸다. 특히 대법원에 의해 파기환송 된 13건의 사건은 확정판결까지 평균 50개월(4년 2개월)의 재판기간이 소요됐다. 한편 참여연대가 제기한 정보공개소송 중 대법원 또는 파기환송되어 확정판결이 이뤄진 7건의 평균소송기간은 42개월(3년 6개월)이었다. 최초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청구와 이에 대한 비공개결정 통보, 그리고 이의신청 및 소송제기 기간까지를 고려한다면 이보다 2, 3개월이 더 걸리게 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고자 하는 정보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보가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예산낭비 방지와 부패행위 적발과 같은 행정감시 목적의 정보공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각종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고, 임기 중 그 책임을 묻는 것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해당기관이 비공개결정을 내리면 소송을 제기 할 수 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법원의 공개결정을 받고서도, 정작 공개된 정보는 활용할 가치가 없게 된다.

실제 고건 전 서울시장과 당시 서울시 구청장들의 판공비 내역은 그들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야 법원의 공개결정이 확정됐다. 15대 국회의 ‘예비금 및 위원회 활동비’의 집행내역은 17대 국회에 공개판결이 확정됐다. 그리고 DJ정부 고위관료들의 ‘재산등록 고지거부자 명단 및 사유’ 역시 이를 공개하라는 법원의 2심 판결이 참여정부 중반기를 지난 최근에야 선고됐다.

이런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행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처럼 정보공개소송에 있어서도 신속한 재판처리원칙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정보공개를 거부당한 국민이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비용부담이 적지 않으므로 청구인이 추후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그에 대한 제반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 이로서 정보공개소송의 실효성을 꾀할 수 있고, 반면 공공기관의 무분별한 정보비공개결정의 남용을 예방할 수도 있다.

한편 행정소송 이외에 현재 정보비공개결정의 불복 구제절차인 이의신청제도와 행정심판제도는 비공개 결정을 내린 해당청이나 상급관청이 담당하다보니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전문성도 부족하다. 때문에 정보공개위원회에 정보공개와 관련한 행정심판 사건을 심의와 의결하는 행정심판권한을 부여해, 행정소송 이전에 충분한 권리구제가 이뤄지도록 함으로써 소송에 따른 시간과 비용의 문제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홍석인 참여연대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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