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1월 2005-11-01   762

제주도는 시장주의 정책 실험장이 아니다

올해 5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이 발표됐다. 제주도를 지방분권 시범도의 개념을 넘어 교육·의료시장 개방의 거점지역으로 삼아 자치분권과 함께 이른바‘3+1’(관광·교육·의료+첨단산업)전략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이를 ‘홍가포르 프로젝트’라고 명명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처럼 전면적인 산업개방을 허용하는 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인 것이다. 이 개방화 전략은 지난 8월 발표된 기본계획안에 더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외국기업에 대한 노동규제 완화, 총액출자제한제도와 같은 기업규제 완화, 토지 수용권 부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교육·의료시장의 개방과 더불어 노동시장도 개방한다는 것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반발과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됐다. 제주도 시민사회단체들은 ‘제주특별자치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제주공대위)’를 구성했다. 교육·의료는 국가의 책무성과 공공성이 매우 강조되는 기본적인 국민 복지영역임을 감안할 때 근본적으로 산업화 정책 대상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주공대위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제주공대위는 제주특별자치도 기본계획상의 교육부문과 관련, 국제학교 설립 구상은 초·중등학교에 전면적인 교육개방과 과실송금이 인정되는 영리법인의 교육기관 설립을 허용하는 방안이며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독소조항으로,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교육주권을 포기하는 심각한 문제를 불러 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경제특구 수준의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용의 조항은 삭제되어야 하며, 제주도민을 위한 교육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방안이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부문과 관련해서도 국내외 우수의료기관 유치를 위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허용, 외국인 의사 외국면허 인정, 건강보험 의료기관 당연지정 배제 등 규제를 완화시키고 도민의 의료비 부담을 증가시키는 내용을 삭제하고, 오히려 지역의 공공·민간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육성화를 주장했다. 또한 의료 관련 인프라 구축을 위한 포괄적인 계획수립의 필요성에 근거해, 관련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가칭)’를 설치해 도민을 위한 실질적인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지난 10월 14일 정부안 확정과정에서 교육부문의 영리법인화가 제외되고, 의료의 경우는 재논의 처리됐지만, 외국 초·중·고 교육기관 설립허용, 의료부문의 건강보험 배제적용 특례, 외국 영리병원의 사실상 허용 등 여전히 많은 독소항목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정부와 제주도는 교육·의료의 영리산업화 정책에 저항하는 시민사회단체들에 대해 ‘세부 내용은 조례로 정한다.’고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켰다.

지난 IMF이후 한국은 20대 80의 양극화 사회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사회 안정망 확충과 복지정책에 힘써야 한다. 특히 교육과 의료는 산업화 정책 이전에 오히려 빈약한 공공성 강화에 주력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배와 경제의 동반성장이라는 참여정부의 정책 선언이 한낱 헛구호로 끝나고 있음을 드러낼 뿐이다. 제주도는 이러한 시장주의 정책을 위한 사실상의 실험장이 되고 있다. 완성된 분권과 자치의 모델을 만들자는 제주특별자치도가 한낱 명분으로 그치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양동규 제주참여환경연대 정책담당 상근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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