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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 2005.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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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03년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열량 기준)이 44.9%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식품을 통해 국민이 섭취한 열량 가운데 국산 식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는 것이다. 열량이 아닌 중량을 기준으로 한 2004년 식량자급률 26.9%보다 높다는 데서 위안을 삼아야 할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열량 기준 식량자급률은 1970년 79.5%에서 계속 하락해왔다. 2000~2002년에는 49%대를 유지하다 2003년 44.9%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농림부는 “중량 기준 식량자급률이 국민식생활에 대한 우리 농업의 기여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2000년 열량 기준 식량자급률 개발에 나섰다.

그런데 이런 우울한 소식이 있고 난 뒤인 지난 9월 대법원에서 우리농산물을 사용하도록 하는 학교급식조례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무역규범에 어긋난다는 어처구니없는 판결을 내렸다.

전북교육청이 2004년 전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교급식조례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학교급식조례가 국내산과 수입산이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는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에 어긋난다”고 판결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는 학교급식조례가 농·수·축산물 등에 대한 정부조달로 간주해 예외로 인정받을 여지가 충분했는데도 부정해버렸다. 또한 생산액의 10%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거나 저소득층에 식품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세계무역기구 농업협정도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정부가 학교급식사업을 직영해야 정부조달협정의 예외로 인정받는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정부 지원을 받아 민간기관이 급식용 농산물을 구매하는 것을 정부 조달로 보지 않은 것이다. 세계무역기구 정부조달협정은 광역자치단체까지만 적용되고 있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기초자치단체의 학교급식조례에까지 매우 나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학교급식조례가 우리농산물의 사용을 촉진해온 측면을 감안하면 식량자급률에 상당한 타격이 따를 전망이다.
조준상 한겨레 기자,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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