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5년 10월 2005-10-01   1296

NGO의 협력을 통한 베트남 시민사회의 성장

베트남은 올해 종전 30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은 월남전의 이미지에서 어느덧 한류열풍에 휩싸인 소녀들과 우리 농촌에 시집온 월남댁과 공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왔다.

이 글에서는 베트남의 시민사회와 NGO활동에 대해 기존 자료를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INGO(International NGO : 국제NGO)에 관한 것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에서의 시민사회

베트남은 1차, 2차 인도차이나 전쟁을 거쳐 1976년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으로 통일됐다. 그러나 기나긴 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은 이어진 경제정책의 실패로 통일 베트남을 곤경으로 몰아넣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1986년 시작된 제 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및 제 6차 당 대회에서 채택된 도이 모이( Doi Moi, 개혁, 쇄신) 노선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베트남은 여전히 1인당 GDP가 535달러(2003년 기준)밖에 안 되는 가난한 나라이지만 1996년부터 2003년까지 8년 동안 매년 경제성장률이 7.34%에 이르는 고성장 국가로 성장했다. 이렇듯 굴곡 많은 베트남의 현대사는 ‘일당(一黨)중심의 국가사회’이다. 그러나 강력한 당 중심의 베트남사회에 1986년 도이 모이 노선의 도입으로 인한 지속적인 경제개혁은 점차 ‘당’외부의 사회적 그룹들의 출현을 가져왔다.

지난 10여 년 간의 시민사회영역을 돌이켜볼 때, 기존의 자체 ‘조직’들의 성장을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보는 관점이 있다. 또 베트남에는 정부와 당의 통제로부터 독립적이거나 최소한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시민사회영역이란 국제 원조 및 개발NGO와의 관계에서만 볼 수 있다는 관점이 있다. 이 두 관점을 절충한다면, 베트남의 시민사회는 자발적이고 지역에 기반을 둔 비정부 조직들로 협동조합 같은 단체들이 확대되는 특징이 있으며 국제 개발NGO들의 성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7월에 발표된 CIVICUS 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 시민사회 스펙트럼의 한끝에는 소액 저축 및 대부그룹, 농수사용자협회 같은 지역기반조직(CBO)들이, 다른 한 쪽 끝에는 연구단체와 INGO가 위치하고 있으며, 그 양 사이에 여성동맹, 청년동맹과 같은 재중조직, 협동조합 그리고 사회기금, 자선기금과 NGO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 사이에 여성동맹, 청년동맹과 같은 대중조직, 협동조합, 사회기금 자선기금과 NGO들이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베트남에는 대략 14만 개의 CBO와 3,000개의 협동조합이 있으며 이들은 거의 농업, 수산업, 건축, 위생, 건강관리 분야와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약 200개의 자선단체와 1,000개의 NGO들이 등록돼있으며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외부로부터의 협력자 : INGO

현재 베트남에는 많은 INGO들이 개발 분야에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 INGO들의 자세한 활동내용은 베트남 NGO 자원센터가 매년 펴내는 INGO Directory를 통하여 알려져 있다. 이 책에 따르면 현재 395개가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옥스팜, 월드 비전과 같은 큰 개발 NGO부터 선교단체의 성격을 띤 것들도 있다. 나라 별로 보면 미국 단체가 60개로 가장 많으며, 영국, 프랑스 등 서구 NGO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국 NGO들은 지구촌나눔운동, 글로벌케어, 한국복지재단등 11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Directory에는 주로 개발단체들이 소개되어 있으며 ‘나와

우리’같은 민간교류와 화해평화 활동을 펼치는 단체들은 소개되지 않고 있다. INGO들은 하노이에 67개, 호치민에 63개, 하이퐁에 26개의 단체가 근거를 두고 있어 대도시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을 주제 별로 보면 건강 (197개), 교육 (107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베트남에서의 INGO의 활동은 단순한 개발사업의 수행자에 그치지 않고 참여개발, 밑으로부터의 개발, 여성문제 등을 구체적인 프로그램으로 풀어내고 있으며 현지 NGO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베트남 시민사회의 성장을 돕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지원

베트남 정부는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정책 집행을 목적으로 국제 NGO와 원조기구들, 국내 NGO들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그 하나인 시민사회·공동체 참여 실무그룹은 정부와 국제 NGO, 국제원조그룹, 국내 NGO들이 지역공동체간의 대화 체제를 형성하고, 개발에 대한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을 펼치며, 정보 공유를 위해 활동한다.

베트남정부는 빈곤문제 해결과 탈중앙화를 위해 풀뿌리민주주의 법령, 협동조합법, 과학 및 기술단체법, 사회기금과 자선기금을 위한 법령, 협회법 등 5개의 관련법과 법령을 제정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재외 베트남인과 국제단체 및 개인들의 접촉을 증대시켰으며, 베트남 과학 기술 개발에 더 많은 재외 베트남 지식인들을 참여시켰다.

협력의 실행자 : VUFO-NGO Resource Centre. PACCOM

베트남에는 국제 NGO와 그 파트너가 되는 베트남 기구들을 위해 VUFO-NGO Resource Centre(베트남 NGO 자원센터)가 설립되어 있다. 센터는 매주 NGO포럼을 운영하고 있으며, 행정그룹, 고엽제그룹, 장애인포럼, 재난관리그룹, 소수부족그룹, HIV/AIDA 기술그룹, 국제자원봉사파견단체, 지뢰그룹, 소액대부그룹, 빈곤 정책학습 그룹, 중·소규모 기업포럼, 지속 가능한 농업과 자연자원관리그룹, 수자원 공급 및 위생그룹, 야생생물거래관심그룹 등 14개의 포럼 및 그룹들이 조직되어 효과적인 사업협의 및 이를 위한 정보공유를 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INGO들에게 있어 PACCOM (인민원조중재위원회)또한 매우 중요한 존재이다. 이 위원회는 1989년 VUFO 산하에 설립되었으며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외국 NGO를 담당하는 특별기구다. 현재 400개 이상의 NGO들과 관계를 가지고 원조 활동의 활성화, 국제 NGO의 활동 허가, 비자 발행 및 방문 업무, 프로그램 활동 평가, 교육, 정보 수집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경제개발에서 사회개발로, 주변부에서 중심부로의 전환

베트남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많은 수가 직업교육, 기초 위생 및 보건, 소득증대 사업 등 사회적 서비스 성격을 띤 활동을 한다. 이러한 사업은 많은 경우 정부와의 협력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INGO, 국제원조기구의 지원을 받고 있다. 베트남의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 아래서도 ‘개발’분야에서의 이러한 협력은 그 실효성을 인정받으며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 뿐 아니라 다른 분야의 성장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성숙된 시민사회는 소수부족의 인권 문제나 언젠가 터져 나올 개인의 권리와 자유 문제에도 눈길을 돌릴 것이다. 베트남 시민사회의 주변부에서 중심주로의 전환을 기대해본다.

한재광 지구촌나눔운동본부 사업부장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