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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0월
  • 2005.10.01
  • 918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 연구소에서 열리는 9월 포럼의 주제가 부동산 대책이라는 말을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드디어 9월 14일, 이름도 고상한 ‘8·31 부동산대책의 성격과 과제’ 포럼에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토론회가 시작되면서 6명의 포럼 토론자들이 강당으로 들어온다. 인사를 나누고 명함을 주고받는 모습이 멋있어 보인다. 전문가들은 역시 품위가 있구먼. 선망의 눈으로 보고 있는 찰나, 한 명의 토론자가 등장한다. “아, 이거 시민단체가 말이야, 손님을 초대했으면 주차장 시설을 완비해 놓고 해야지 이거 뭐야.” 하면서 큰소리로 떠든다. 선망 2% 줄었다.

토론장의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토론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열띤 분위기다. 주거문제를 해결한다는 어떤 시민단체에 속한 여성 방청객이 마이크를 잡는다.

“저는요, 전문가만이 전문가라고 생각지 않아요. 특히 부동산 문제는 전문가가 따로 없어요. 개뿔도 모르면서 연구한답시고 내놓는 정책들, 너무 우스워요…….”

개뿔? 모두들 놀란 토끼눈을 하고 쳐다본다.

“플로어 질문은 본 토론이 다 끝나고 나서 하겠습

니다.”

사회자가 급히 나서서 분위기를 정돈한다.

포럼은 끝났다. 토론자들끼리의 토론이었지만, 방청석과의 기 싸움까지 더해져 상당한 에너지가 흐른, 근래 보기 드물게 불꽃 튄 포럼이었다. 주관적인 내 관점에서 토론의 쟁점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면 이렇다.

▶ 거래투명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거래가의 기반을 유지해야 하고,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 5대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이뤄진 대부분의 개발사업이 집값 상승을 주도했다. ▶ 무차별한 공급으로만 문제를 풀려들면, 결국은 투기가 다시 발생한다. 미분양이 속출할 것이다. 현재는 전 국민 사이에 투기문화가 조성되어 있는 상태로 민간과 공공의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해야 한다. ▶ 조세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다. 개발부담금제, 개발이익환수제, 보유세, 양도세 등이 비정상적이다. 정상세율의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 청약제도를 변경해야 된다. 구체적인 청약제를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하고, 실수요 위주의 분양을 해야 한다. ▶ 분양가를 확실히 공개해야 하며, 분양시장도 공개해야 한다. ▶ 지금까지 정부가 내어놓은 대책과 이번 8·31 대책은 별반 다를 게 없다. ▶ 부동산 대책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입법이 필수적이며, 입법 과정에 한나라당이 걸림돌이 될 것이다.

포럼이나 심포지엄, 세미나, 토론회 등 이름도 교양스러운(?) 곳에 참석하려니 처음에는 왠지 주눅 들고 어색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 두 번 참석해 보니, 토론자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보통의 시민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뿔, 즉 아무것도 모른다는 말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의 차이, 더 나아가 실천의 차이가 아닐까. 지식이나 지혜가 아무리 많아도 실천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개뿔 아니겠는가. 8·31부동산 대책도 개뿔이 되면 안 될텐데……. 슬그머니 걱정이 된다.
이상미 참여연대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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