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7월 2004-06-29   2071

[인터뷰] 최내현 미디어 몹 편집장

웃기기만 한다고?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것이 진짜 패러디

“한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이념과 명분이 더 이상은 있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패러디 뉴스로 유명한 헤딩라인 뉴스의 앵커 이명선 씨의 얼굴에는 사람들이 보통 기대하는 그 어떤 익살도 찾아볼 수 없다. 숙연한 자세로 고 김선일 씨의 이야기를 또박또박 말할 따름이다. 단순히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아닌, 사건의 의미를 반추해 보는 것. 이것이 ‘진짜 패러디의 묘미’라고 말하는 최내현 미디어 몹 편집장을 만났다.

고 김선일 씨의 죽음으로 탄핵정국 만큼이나 바쁘다는 최 편집장. “야근을 하느라 옷을 못 갈아 입었어요. 이런 추레한 모습으로 만나다니…”라며 쑥스러운 웃음부터 보인다. 그러나 피곤한 기색도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그의 표정은 장난기 어린 소년의 활기로 가득 찼다.

사람들의 기발한 이야기들 나누는 통로 역할

– 실제 본인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잘 만들어 내는가?

“나는 개인적으로 깨는 생각을 한다거나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다. 그런 감각은 타고 나는 사람들이 따로 있나보다(웃음). 유학시절 딴지일보에 기고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현재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 미디어 몹은 딴지일보가 원조라고 하던데…

“딴지일보의 일부가 나와서 미디어 몹을 만들거나 딴지일보에 반기를 들었던 것은 아니다. 딴지일보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까 그런 말도 나온 것 같다. 그러나 딴지일보에 있을 때 고민했던 것이 현재 미디어 몹에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딴지일보가 처음 만들어졌을 당시에는 딴지일보가 만들면 무조건 히트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네티즌들의 수준이 높아졌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머리좋고 감각있는 사람들 몇 모아서 어떻게 머리를 짜낼 것인가가 아니라,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좋은 이야기들을 모아내는 통로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고민이 반영된 것이 미디어 몹이다.”

– 미디어 몹이 딴지일보와 다른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가?

“편집권이 네티즌에게 있다는 것이다. 딴지일보는 일방적으로 네티즌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미디어 몹의 블러그 기능은 다른 사이트와 서로 쌍방 소통이 가능하게 만듦으로써 딴지일보와 차별을 이룬다.”

블러그로 ‘일인 미디어’시대 열었다

– 블러그의 특징은 무엇인가?

“개인의 홈페이지는 직접 방문해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방문하고 허탕치는 경우도 있지 않나. 하지만 블러그는 동시에 글이 엮이는 것이다. 블러그는 이런 기능을 이용해 발신자와 수신자가 명확히 나뉘어 있던 기존 언론의 형식을 깨고, 네티즌 자신의 글이 일파만파로 뻗어나가는 ‘일인 미디어’의 시대를 열었다.”

– 수많은 일인 미디어들을 활성화 시키는 방법은 무엇인가?

“네티즌이 사이트에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왼쪽 상단 부분을 네티즌에게 준 것이다. 그리고 실제 우리 기자들의 기사는 오른쪽에 배치한다. 네티즌들이 만들어 나가는 거다. 네티즌이 들러리인 시대는 갔다.”

– 블러그의 개인적인 내용까지 공개되는 것에 인권침해라는 비판도 있다.

“블러그는 무조건 익명성이 보장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자기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실명은 아니더라도 필명이라도 걸고 쓰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편한 글쓰기는 아니다. 또한 블러그의 목적은 정보공유다. 그러나 개인적인 이야기도 맘 놓고 쓰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부분정보는 공개되지 않는 장치도 개발중에 있다.”

까발리는 패러디로는 더 이상 승부수 던질 수 없어

▲ 미디어 몹 사이트. 오른쪽 상단에 미디어 몹을 유명하게 만든 '헤딩라인뉴스' 코너가 보인다.

– 최근 패러디 열풍이 분 까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패러디 자체의 질이 높아져서라기 보다는 사회적 배경이 변해서 패러디 열풍이 분 것이다. 정치가 제 구실을 못하고 국민들의 감성만을 자극해 표를 얻으려는 감성정치가 판칠 때 수준 높은 국민들은 오히려 본질을 알고 싶고 알리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그리고 패러디는 기본적으로 두 개의 텍스트가 겹치는 것이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에 대해 그 본질적 의미를 보여줌으로써 새삼 깨닫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이다.”

– 패러디가 웃음을 자아내기 위해 상대방의 허점만 공격한다는 비판이 있다. 이런 네거티브 효과 때문에 패러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데…

“실제로 그런 작용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겠다. 그러나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강준만 교수가 실명비판을 할 때 매우 놀라웠다. 강준만 교수 저러고도 안 잡혀가나 하고.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했던 때가 바로 5, 6년 전이다. 조선일보도 ‘ㅈ일보’라고만 거론했었다. 까발리는 것만으로도 큰 역할을 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성격으로만 패러디가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대중의 맘을 사로잡은 패러디만이 살아남는다. 패러디에도 시장기능이 있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국민들의 자기 표현이 중요한 때다. 한마디로 컴퓨터가 새로 부팅을 시작하는 중. 일반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발언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생겼다. 일인미디어가 가지는 위험성도 있지만 우려만으로 막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미디어 몹은 현재 변신을 꾀하고 있다. 좀 더 산뜻한 블러그 화면, 블러그 카페, 사이버 머니의 효율적 활용 등 새로운 아이디어로 무장하기에 바쁘다. 블러그와 패러디로 국민들의 욕구를 표출시켜 줬던 미디어 몹. 올 여름 미디어 몹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본다.

홍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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