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12월 2004-12-01   1055

시민참여 방송 ‘기지개’ 켠다

TV방송 이어 공동체 라디오 모색도 활발

‘시민참여’를 모토로 하는 퍼블릭 액세스(Public Access) 개념의 방송국 실험과 모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TV방송으로 위성 공중파를 이용한 시민방송(이하 RTV)의 개국 이후, 풀뿌리 시민사회와 노동조합 등도 소출력 공중파와 인터넷 등의 전송수단을 이용한 공동체 라디오 방송 실험에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시민참여’를 내건 이들 방송매체의 활발한 등장은 상업 매스미디어가 독점해온 방송매체 시장에 대안매체로서의 기능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에서 제작, 출연까지

현행 방송법상 퍼블릭 액세스란 ‘시청자가 직접 제작하는 프로그램’ 혹은 ‘시청자들의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말한다. 그러나 걸음마 단계인 시민참여 방송의 시민참여 수준은 다양하다.

2002년 9월 개국한 RTV의 경우, 시민참여 프로그램은 참여의 정도에 따라 크게 ‘시민기획-시민제작’과 ‘시민기획-RTV 공동 제작’으로 나뉜다. 전자는 말 그대로 일반시민이 직접 촬영한 영상물, VJ가 기획, 촬영한 영상물, 시민단체 자체 제작 영상물 등을 말하고, 후자는 일반시민이나 외부 단체가 기획, 구성, 연출하고 RTV가 스튜디오와 기술인력 등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시민이 방송 진행자인 ‘열린영상 시민의 눈’, 청소년과 대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우리는 영상세대’, 비상업적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독립영화극장’ 등이 시민참여의 대표적인 프로그램들이다.

우정제 RTV 홍보팀장은 “RTV는 시민참여를 최대화하기 위해 가능한 순수 시민제작 프로그램을 많이 방송하려고 하지만 시민의 영상제작 능력이 그대로 내보낼 정도까지 미치지 못한다”면서 “완전 시민제작, 공동제작, 자체제작 프로그램의 대략적인 비율은 60 대 30 대 10 정도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공동체 라디오 방송에서의 시민참여는 일반시민보다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시민단체나 소규모 커뮤니티가 제작의 일부분이나 출연의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마포지역 20여 풀뿌리 단체가 주축이 돼 만든 ‘마포공동체라디오’는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주부들이 먹거리 소재를 다루는 ‘참살이 보따리’,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 교사들이 출연해 청소년과 상담을 진행하는 ‘샘이 떴다’ 프로그램 등에 직접 출연한다.

지난 10월 개국한 민주노총 인터넷 노동방송국(radio.nodong.org) 역시 ‘안건모의 작은책 이야기’, ‘하종강의 노동과 꿈’과 같은 시민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민주노총 간부들을 현장통신원으로 활용해 현장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상업에 물들지 않은 연대와 자치 추구

‘시민참여’라는 모토에서 드러나듯이 이들 방송은 상업광고를 재원으로 하는 거대 방송매체가 다루지 않거나 다룰 수 없는 공동체의 삶을 응시한다. 거대 상업방송이 외면한 시민의 존재 기반으로서 ‘노동’을 다루고, 주부, 풀뿌리 활동가, 청소년 등 ‘비주류의 이야기’가 전파에 실린다. 중국집 주인이나 매점의 아주머니가 진행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민참여 방송은 연대를 추구한다. RTV의 경우 스튜디오와 방송장비 대여는 물론, 지금까지 무료에 가까운 저렴한 비용으로 230여 명의 시민 방송기술자들을 배출했다. 엔지오 활동가 중심으로 6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인디저널리스트 학교’, 일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영상학교’, 소외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청소년 영상학교’ 등이 RTV가 연대 정신에 입각해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들이다.

주류 방송이 외면하는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민주노총 노동방송국이 추구하는 가치 역시 연대라고 할 수 있다. ‘하종강의 노동과 꿈’은 공무원노조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연대정신 상실’을 꼬집고 일깨운다.

이처럼 시민참여 방송이 연대와 자치의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 상업광고로부터 재정적인 독립이다. 마포공동체라디오를 준비하는 김동현 마포연대 간사는 “재정은 방송위원회의 시설 지원, 마포구청·서강대·실업극복재단 등의 지원 그리고 시민들과 단체들의 후원금 지원 등으로 꾸려나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RTV의 우정제 팀장 역시 “현재 재정은 방송발전기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지원금과 후원금으로 구성됐다”면서 “공익광고 이외에 상업광고는 일체 하지 않는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밝혔다.

시민 관심과 제도적 지원 필요

개국 한 달째를 맞고 있는 노동방송국의 청취자 수는 동시접속 200여 명 수준. 우문숙 노동방송국 국장은 “인터넷 라디오 방송국으로 5년째를 맞는 ‘난파선’의 동시접속자 수가 300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우 국장은 “앞으로 동시접속자 1000명을 확보하고 24시간 생방송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대부분 시민참여 방송은 시청자를 늘리기 위해 공익방송사업자나 케이블 방송사업자로 진출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RTV의 경우 아직 스카이라이프 위성 방송 시청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공익방송사업자로 지정 받아 케이블을 통한 전국방송을 희망하고 있다. 노동방송국 역시 인터넷 방송국으로 토대를 쌓은 후 공중파로 전송하는 ‘진보라디오 방송국’으로의 발전을 꿈꾸고 있다.

그러나 시민참여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참여와 관심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이는 방송의 시민참여 역사가 짧은 탓도 있지만, 홍보 부족 탓도 있다. RTV의 경우 무료 장비와 스튜디오 대여, 교육사업을 하고 있지만 일반시민이나 시민단체의 이용은 생각만큼 높지 않다고 한다. 우정제 팀장은 “방송위원회에 공익방송사업자 선정 신청은 해놓은 상태지만 방송위원회의 시민참여 방송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다”며, 시민참여 방송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제도 지원을 주문했다. 마포공동체라디오의 김동현 간사는 “현재 1와트로 돼 있는 소출력의 기준을 일본처럼 10와트로 바꾼다면 청취권자도 늘어나고 다양한 재정사업을 도모할 수 있어 방송국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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