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4년 08월 2004-07-27   1577

[인터뷰] 8집 앨범 낸 가수 안치환

“연탄 한 장 되고파 17년째 노래합니다”

안치환은 음악을 통해 자신을 이야기하고 노래를 통해 세상을 향해 외치는 사람이다. 그가 3년만에 발표한 8집 앨범이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에 대한 비판적 노래가 많다는 이유다. 거의 모든 언론은 이를 두고 ‘반미앨범’이라는 한 단어로 성격을 규정해 버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앨범을 지나치게 한 쪽으로만 바라보는 세간의 평가가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자신을 ‘대중가수’로 인식시켰던 <내가 만일>이나 ‘반미가수’라는 말을 낳은 <아메리카(America)>나 모두 17년 동안 그가 남겨온 삶의 발자욱, 그의 노래이기 때문이다.

타협의 시대는 끝났다

▲ 사진 김영광새로 내신 음반 얘기를 안 할 수 없겠네요. 타이틀이 <외침>이던데….

“많은 사람들이 <외침>이란 노래에 대해 특별한 답변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외침>은 뮤지션으로서 노래를 매개로 세상에 발언하는 것일 뿐이에요. 다만 이번 앨범이 미국에 대한 문제제기나 환경, 지역 감정 같은 사회 이슈에 대해 분명한 제 목소리를 담았기 때문에 <외침>이란 제목이 적절하다 생각했지요.”

앨범 자켓을 보니 매곡 끝엔 안치환씨가 전하는 말이 있던데요. 그 중에서 “타협의 시대는 끝났다”란 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지금까지 불명확했던 사회적 인식들과 내가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시각이 명확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모호한 시선속에 어떻게 발언해야 할지 갈등하고 혼란스러웠던 것들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했다는 겁니다. 사실 이번 앨범에 수록되어 있는 <개새끼들>같은 노래를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하지만 이제 마흔을 맞은 저로서는 제 색깔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겁니다.”

에필로그에 선배와의 대화를 옮긴 이런 글도 있더군요. “난 나이가 들수록 노래 색깔이 강해지지?” “그건 다행스러운 일야. 아직도 너의 시선이 그곳에 머문다는 것은…”. 안치환씨의 시선이 그곳에 머문다는 건 뭘 말하는 건가요.?

“아직까지 이렇게 강한 노래를 만들어 불러야 하나, 란 생각을 가끔 해요. 노래하는 사람도 사회에 대한 문제제기보다는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나이는 들었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의 가치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는 거에요. 예전부터 노래를 통해 형성해 왔던 했던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을 제 안에 계속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굳이 이번 앨범이 아니더라도 그동안 주한미군 문제나 불평등한 SOFA, 이라크 전쟁 등, 미국에 대해 여러 각도로 문제제기 해 오셨는데요. 정부의 태도도 문제지만, 우리 국민들 또한 언제부턴가 미국 주권자들의 의식이 마치 자기 것인양 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맞습니다. 제가 노래로서 전달하고자 했던 것도 사람들로 하여금 반미를 외치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란 나라를 제대로 정확히 보자는 것입니다. 친미냐 반미냐 하고 싸우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우리 안의 미국’을 제대로 보자는 거죠.”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이 ‘우리 안의 미국’을 바로 보기 위해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

“파병을 막아야죠. 파병을 반대하는 시위대열이 적어도 10만 명, 50만 명, 100만 명은 돼야 합니다. 1~2만 명으론 어림없죠. 힘도 없는 나라 한국에서 파병반대 한다면서 고작 몇천 명 모이는 걸 미국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우습겠어요. 파병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우리 국민입니다.”

대중욕구의 치밀한 포착이 사회운동단체의 숙제

언젠가 평화운동 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의 후원의 밤 행사에 간 적이 있었다. 거기서 한쪽 구석에 앉아 기타를 조율하고 있는 안치환씨를 봤다. 잠깐 노래를 부르러 왔겠군, 하며 그의 순서를 기다렸다. 하지만 잠깐 온 게 아니었다. 열창을 끝낸 후에도 그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낯선’ 모습이었다. 행사에 초청받은 문화예술인들은 자신의 순서가 끝나면 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가는 게 ‘익숙한’ 모습인지라, 그의 낯섬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 사진 김영광시민사회단체 행사에 많이 참여하셨지요? 지난 3월 참여연대 총회 때도 오셨고요. 최근 이라크 파병반대, 탄핵반대 등의 행사에서도 빠지지 않고 노래를 하셨는데요. 과거와 행사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던가요?

“시위문화가 많이 바뀌었어요. 언제든지 싸울 준비를 하고 있어야 했던 80년대 시위문화가 엄숙하고 비장했다면, 최근의 시위문화는 해방구에서 벌어지는 축제의 느낌, 대동제같은 느낌이지요. 참가 연령층도 다양하죠. 아이부터 어른까지, 가족들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요. 시위를 준비하는 단체에서도 이런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서 행사 진행에 잘 반영해야 한다고 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시민단체가 문화적 역량을 꾸려가는 데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제가 경험해 보니,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주최 단체들이 대중들의 정서를 포착하기 위한 치밀한 계산을 별로 못하더라고요. 사람들이 쇼 보러 온 건 아니잖아요. 시민단체가 대중의 문화적 욕구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적절하게 배치해서 동력화해야 하는데 그게 좀 부족하죠.”

최근에는 문화예술인들의 시민운동 참여가 굉장히 많아졌는데요. ‘항상’ 참여의 자리를 지켜 오셨던 분으로서 느낌이 어떠신가요?

“시민운동의 진정한 대중화란 뭘까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좀더 편하게 대중들에게 다가가고 싶어하는 시민단체와 자신들의 ‘의식’을 전파하고 싶어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서로 간에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부분이 꽤 있다고 봐요. 시민사회단체가 획득해야 할 진정한 대중성은 행사의 내용에 있는 것이지, 출연자의 대중적 인지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수들 역시 정말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으면 사회비판적 음악을 만들어 부르는 것쯤은 기본자세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꽤 오랫동안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해 온 듯했다. 아마 80년대부터 남들이 꺼려하는 온갖 험한 무대를 지켜 왔던 그로서는 90년대 들어 시민단체들이 대중성을 명분으로 ‘한 인기한다’는 인사들을 무대에 올리는 걸 보면서 순수성이나 진정성을 발견하기 어려웠나 보다.

내 노래는 내가 추구하는 가치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에게 희망을 주는 무언가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치환씨에게는 물론 ‘음악’이겠죠?

“전 제가 부르는 노래와 하나가 되고 싶어요. 사람들은 제가 세상의 일반적인 노래와는 ‘다른’ 노래를 부른다고 말해요. 그건 그들이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내 노래를 듣기 때문이에요. 제 노래들은 저의 가치입니다. 제가 추구하는 가치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저는 노래로 표현하는 거예요. 간혹 대중가요가 인간의 사고, 생각할 수 있는 판단력이 향상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물론 사랑노래도 필요하죠. 하지만 그게 노래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세상에 대해 도전하고 시비거는 음악이 더 많아져야 사람들 내면이 자극받을 수 있죠. 그렇게 노래를 통한 고민들이 많아져야 지금보다 더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 사랑노래도 나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사람이 아름답다, 사람이 처음이다”라는 안치환씨의 말은 무척 공감이 가고 힘이 되는 메시지입니다. 참여연대 회원들에게도 그런 메시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난 90년대부터 시작한 시민운동의 사회적 영향력이 불과 10여 년이 지난 지금 대단한 수준으로 커졌습니다. 사회가 이만큼이나마 발전하고 시민사회적 인식을 넓힐 수 있었던 데 대한 공로도 시민단체 회원들에게 돌릴 수 있겠지요. 시민의 힘으로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 시민의 참여가 더욱더 절실해질 것이다라는 생각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회비도 잘 내시구요(웃음).”

안치환씨는 자신의 17년 노래 인생 동안 일관되게 추구해 왔던 가치에 대해 거듭 이야기했다. 노래가 자신의 삶의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에게 삶인 노래란, 아마도 그가 8집 앨범 마지막 곡 <연탄 한 장>에서 노래한 “나 아닌 다른 이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그의 노래는 끊임없이 한 곳에 머무르고 있고, 우리 눈을 ‘그곳’에 붙들어 맨다. 우리가 ‘그곳’으로부터 쉽게 눈을 돌리지 못하는 것은 ‘그곳’이 우리가 피하지 말고 직시해야 할 곳이란 걸 부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우리에게 ‘그곳’에서 그의 노래와 만나 섞일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우리 또한 서로에게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아침에 나 아닌 다른 이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드는”‘연탄 한 장’이 될 수 있을 거란 희망 하나 갖는 것도 욕심만은 아닐 것 같다.

▲ 사진 김영광

박영선(참여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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