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11월 2003-11-01   1524

재신임, 17대 총선 그리고 정치개혁

노무현정부 재신임 정국의 방향과 전망

국민투표로 이어질 것 같던 노무현 대통령 재신임이 불투명하게 됐다. 재신임 정국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이고, 내년 총선은 어떤 변수가 결과를 좌우할까. 또 시민사회가 줄기차게 주장해온 정치개혁은 재신임 정국, 내년 총선과 어떻게 맞물릴 것인가. 편집자 주

재신임 정국이 혼미 속으로 빠져들면서 내년 17대 총선 전망 또한 안개에 휩싸여 있다. 과연 국민투표는 있게될 것인지,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실제로 시도될 것인지, 야3당의 공조는 계속될 것인지, 정국의 앞길은 예측하기 어렵게 돼가고 있고, 이에 따라 6개월도 남지 않은 17대 총선의 기류도 복잡해지고 있다.

재신임 정국의 추이는 17대 총선을 맞는 민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고 통합신당의 지지도가 예상보다 낮게 나타나면서, 17대 총선이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압승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국면은 그런 전망을 내놓기엔 훨씬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호남과 부산의 표심이 총선의 중요 변수

노 대통령의 재신임 선언 이후 실시된 많은 여론조사 결과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응답이 훨씬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를 국민들의 노 대통령 지지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대통령 입장에서는 국민투표 여부에 상관없이 일단 국민들의 재신임 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했다는 의미는 될 법하다. 또한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던 상황에서 재신임 응답이 우세하게 나타난 것은, 한나라당이 국민들에게 대안세력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하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이 재신임을 얻을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국상황이 반전될 것을 우려하여 탄핵소추 국면으로 무게를 이동하려 하지만, 탄핵소추의 뚜렷한 사유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재신임 정국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 지든 곧바로 총선정국이 전개된다. 민주당이 분당되고 통합신당이 등장함에 따라 17대 총선은 다당제 구도 속에 치러지게 되었다. 한나라당, 민주당, 통합신당의 3당과 자민련, 민주노동당 등이 각축을 벌이는 난전이 예상된다. 특히 통합신당의 출현이 가져온 구도변화 속에서 기존의 지역구도가 어떻게 변화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유권자들의 표심이 현재의 지역구도 유지 쪽으로 나타날 경우에는 정국의 쟁점과 상관없이 한나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이때에는 한나라당의 의석수가 지금보다도 더 늘어나 원내 ‘공룡정당’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한나라당이 사실상의 집권당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거의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의 표심이 지역구도의 연장을 택할 것인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우선 호남 표심이 중요 변수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호남 표심이 정치개혁의 기치를 들고나올 통합신당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는 17대 총선의 판세를 좌우할 중요 변수가 될 것이다. 최근 재신임 정국에서 실시된 여론조사들에서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 응답이 호남지역에서 높게 나온 점은, 호남 표심이 정치개혁의 명분과 지역정서 사이에서 고민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그리고 영남지역, 특히 통합신당의 진원지가 되었던 부산지역, 그리고 경남의 일부 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을 깨뜨리고 통합신당의 약진이 가능할지도 중요 변수이다. 부산지역의 경우 노무현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들이 통합신당 후보로 대거 출마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노 대통령에 대한 부산 민심이 선거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재신임 정국 추이와 무관하게 정치개혁 고삐 당겨야

지금 시민사회에 주어진 과제는 17대 총선까지의 과정이 어떻게 하면 정치개혁의 방향으로 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최근 들어 정치권의 각 정당이 정치개혁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는 있지만, 그 실질적 성과는 아직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신임 문제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이 정치권을 뒤덮을 경우 정작 정치개혁의 문제는 중도에서 실종된 채, 곧바로 총선 국면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재신임 문제가 정치개혁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는 뜻을 밝혔지만, 그것은 주관적인 바람일 뿐, 현실적으로 재신임 문제와 정치개혁 문제는 별개의 것이다. 따라서 시민사회의 입장에서는 재신임 정국의 추이와는 상관없이 정치개혁의 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하는 모습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시민사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재신임 문제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17대 총선의 과정과 결과일 수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재신임이냐 불신임이냐 하는 문제보다,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우리 정당구도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그리고 정치권의 물갈이는 어느 정도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데 있어 중대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치개혁 문제에 대한 각 정당들의 수사적(修辭的) 경쟁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는 정치권에 대한 감시와 압박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재신임 정국에서 정략적 논란이 정치개혁의 과제를 덮어버리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유 창 선 시사평론가, 사회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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