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11월 2003-11-01   1386

복지예산 늘렸다며 GDP 대비 10%?

실질적인 사회보장예산 편성 시급

국제통화기금(IMF) 관리 체제를 극복했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빈부격차의 심화와 빈곤계층의 확대로 30대 어머니가 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는 등 빈곤으로 인한 고통이 사회적 타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허울뿐인 빈곤대책을 내놓는 것으로 수수방관하고 있다.

현재 저소득층에 대한 정부 지원은 주로 130만여 명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수급자가 되지 못한 극빈층 190만여 명과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유사한 소득수준에 머물고 있는 차상위 빈곤계층 130만여 명을 포함한다면 최소 320만 명이 넘는 실질빈곤층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셈이다. 이들에게는 최소한의 생계, 주거, 교육, 보육에 관련된 부분급여가 제공되어야 하고, 법과 제도의 혁신을 통해 사회안전망과 소득보장제도의 전면적인 개편 및 복지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적 예산확보가 절실하다.

구멍투성인 사회보장제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은 아직도 ‘시혜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의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대상에 포함된 중증 장애인에게만 한달에 6만 원(현재는 5만 원)이 지원되고 있다. 수급자가 아닌 장애인은 생활이 어려워도 어떤 수당도 받지 못한다.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국민연금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들의 생계도 막막하다. 수급자가 아닌 노인들에게 정부가 주고 있는 경로연금은 기껏 월 2만6000원~3만5000원이다. 건강보험료를 낼 돈이 없는 빈곤한 사람들은 세 달 넘게 보험료가 밀리면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바로 압류통지서를 받는다. 적어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함에도 저소득층은 보험료와 의료비의 이중부담을 고스란히 개인이 떠안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04년도 예산안을 보면,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겠다던 노무현 정부의 약속과 달리, 오히려 공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예산이 전면 삭감되었다. 차상위 빈곤계층에 대한 의료지원 예산을 반영했다곤 하나, 이는 실제는 320만 명으로 추정되는 차상위 계층 중에 고작 2만2000명에게만 의료급여를 지원하는 것으로, 정부의 생색내기 예산편성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사회변화에 따른 예산편성이 아닌 금액을 비율에 맞춰 증액하는 현재의 방식은 국민의 진정한 뜻을 충족시키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 9월 22일 국무회의를 통해 2004년도 정부예산안을 확정, 발표하였다. 이 중 복지부 예산은 작년보다 8505억 원 늘어난 총 12조1000억 원 정도(증가율 9.2%)로, 작년에 비해 타 분야보다 예산 증가 비율이 제일 높다(규모로만 보면 작년에 비해 1조5000억 원 늘어난 국방비가 가장 높다). 그러나 2004년 보건복지부 예산의 순 증가분인 8505억 원은 정부가 지난 9월 3일 밝힌 ‘차상위계층 등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대책’을 시행하기엔 너무도 빈약하다. 이 정도 예산으로는 연이어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멈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외국과 비교해 보면 저급한 국내 복지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은 국내총생산(GDP)의 30%가 넘는 돈을 사회복지에 쓰고 있고 독일, 프랑스, 스웨덴 등은 70년대 후반에 국민소득 1만 달러 당시 GDP의 25%를 사회복지 비용으로 지출했다. 이에 비해 GDP의 10%에 머무르는 우리의 복지 지출은 너무나 저조하다.

‘사회보장예산확보를위한연대’출범

지난 9월 22일, 민주노총, 참여연대, 전국실업극복단테연대회의, 민중복지연대 등 전국 51개 단체는 정부의 무책임한 빈곤대책에 대해 항의하면서 근본적인 대책 마련과 사회보장 예산 확보를 위한 공동투쟁기구, ‘사회보장예산확보를위한연대(이하 사회보장연대)’를 출범시켰다. 지난 10월 13일 사회보장연대는 사회보장예산 청원안을 국회에 제출, 실질적인 빈곤대책과 사회복지예산안을 제시하였다. 예산 청원안에는 ①최저생계비 이하 빈곤층의 생활보장 ②차상위 계층의 부분급여 실시 ③빈곤가족 자립기반 구축 ④공공보건의료 기반 조성 ⑤사회적 일자리 창출 ⑥복지인프라 강화에 필요한 14개 사업 내용을 담았고, 예산안은 정부 책정안보다 4조8,000억 원이 추가된 약 5조1000억 원 규모이다.

사회보장연대는 앞으로 있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 이러한 요구를 반영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국회 예결특위 소속 의원들과의 면담과 예결위 모니터 등을 추진, 서민층을 위한 사회보장예산 확충을 위해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들 한다. 하지만 굶어죽지 않을지언정 굶는 사람은 여전히 있다. 이 가운데 절망적 상황에서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에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은 ‘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아니라 이들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회복지 시스템의 마련이다.

김 다 혜 참여연대 사회인권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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