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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년 09월
  • 2003.09.01
  • 751

"북한 어린이에게 희망의 손을, 평화의 쌀을’


국제가격으로 구입한 80Kg 쌀 한 가마의 가격은 2만5000원. 이 돈이면 북한 어린이 10명이 한 달간 굶주리지 않아도 된다. 한국사회 양심들이 곧바로 실천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닐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라면 한국사회의 평범한 시민들은 무엇을 해야 하나. 편집자 주

지난 8월 13일 정오 12시, 500톤의 쌀과 5000포대의 분유를 실은 트레이드 포춘호가 북한 남포항을 향해 인천항을 떠났다. 참여연대와 SBS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희망의 손’ 캠페인의 1차 식량이 북한 어린이들을 향해 떠난 것이다. 그동안 남쪽 민간단체들로부터 다양한 방식의 대북지원이 있었지만 순수 민간단체가 북한에 쌀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민족에게 쌀이 갖는 상징을 고려하면 그 의미가 크다.

6만 어린이와 15만 유아의 1개월 식량

이번 쌀 지원은 대북송금 문제, 북핵문제 등으로 남북 당국간 교류협력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이 주도적으로 나서 대북지원을 통한 남북화해의 기운을 이어간다는 의미도 크다. 인천항 평화의 배 출발식에서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북핵 문제로 긴장이 고조된 상태에서 참여해준 국민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희망의 손 캠페인에 따른 모금액은 8월 13일 기준으로 약 6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희망의 손 캠페인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남쪽 동포들의 작은 정성이 굶주리는 수만, 수십만 북한 어린이와 유아들의 생명을 지켜주는 것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의 지난해 10월 북한 현지조사에 따르면 전체 어린이의 42%가 영양실조 상태다. 또 올해 5월 유니세프(UNICEF)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90년대 북한의 5세 미만 영아사망률은 1000명 당 48명 꼴로 남한의 7배에 이르고, 북한 식량난이 심각해질 경우 2세 이하 젖먹이 30% 가량이 발육부진과 만성영양실조 상태로 방치될 것이라고 한다.

국산 쌀 500톤과 전지분유 200톤은 각각 북한 어린이 2만 명과 유아 5만 명의 3개월 분 소비량에 해당한다. 1개월 분량으로 셈했을 경우 6만 어린이와 15만 유아들이 배고픔을 면할 수 있다. 봄부터 쌀 수확기까지 특히 심각한 북한 식량가뭄의 완전한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한 줄기 단비 역할은 할 수 있는 셈이다.

희망의 손 캠페인의 실무를 맡은 명광복 참여연대 기획실 간사는 “쌀 80kg의 국제가격은 2만5000원 수준으로 1억 원만 모여도 수백 톤의 쌀을 북한 어린이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분배 투명성 확보 성과도

이번 식량지원은 공동캠페인을 맡은 참여연대와 SBS 이외에 월드비전, 농협중앙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각계 민간기업과 단체들이 큰 역할을 했다. 이날 ‘평화의 배 출발’ 행사에 참석한 유근원 농협중앙회 해외협력실장은 “사람의 생명이 걸린 먹거리 문제만큼은 북핵, 이념을 떠나 통일한국의 미래 주인공인 북한 어린이들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감회를 밝혔다.

희망의 손 캠페인은 오는 9월에 중국산 쌀 약 1000톤 분량의 2차 지원을, 10월에 3차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2차 지원은 중국 단둥을 거쳐 신의주 일대로, 3차는 러시아 연해주를 거쳐 두만강 일대에 배포될 예정이다.

이번 식량지원은 대북지원을 놓고 그동안 우리사회 잡음이 적지 않았던 분배의 투명성을 북한 당국으로부터 보장받는 성과도 이뤄냈다.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과장은 “북한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로부터 분배계획서를 받은 상태이며 이번 9월에 직접 방문해 우리가 지원한 쌀이 직접 소비되는 현장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면서 “올해 지원이 끝나는 12월에 쌀과 분유를 받은 북한 주민이 직접 서명한 분배정형서를 받기로 약속됐다”고 밝혔다.

인터뷰 :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과장

“스스로 도와달라고 얘기할 만큼 북 식량사정 어렵다”

지금 북한 식량 사정이 어떤가?

“정확한 수준은 잘 모른다. 정확한 조사도 불가능하고, 외부 발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7년의 대북지원 경험을 통해서 이번처럼 북측이 절실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하는 것은 처음이다. 식량 사정이 진짜 어렵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월드비전이 지금까지 펼쳐온 대북지원 사업의 내용은?

“95년에 평남 평원에 국수공장을 세운 이래 96년부터 총 5개의 국수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5개의 국수공장은 5만 어린이들에게 1일 한 끼의 식사를 매일 제공해오고 있다. 2000년부터는 수경재배를 활용한 씨감자 사업을 진행했다. 현재 북한 지역 5개 농업과원과 분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북한 부족식량이 2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식량난 해소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본다.”

지난 7월에 이번 식량지원과 관련해 방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누구와 어떤 협의를 했는가?

“이번 쌀 지원 관련된 수송방식, 배분 절차, 투명한 분배 등에 관한 얘기를 북쪽의 ‘민족경제협력련합회’와 협의했다. 긴급지원 성격을 갖는 대북지원은 민화협(민족화해협력위원회) 차원에서 협의가 이뤄지는데, 월드비전의 씨감자 사업, 국제옥수수재단의 옥수수 사업처럼 지속·장기적인 대북지원사업은 민경련과 같이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최근 비용절감과 상징적 의미 때문에 육로를 통한 식량지원을 타진했지만 이번에는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만 앞으로 전향적으로 검토할 여지는 남겨뒀다. 이번 1차 식량지원의 경우 해상은 1억 5000만 원이 소요되지만 육로로 가면 7000만 원 정도면 가능해 그 만큼의 비용절감분을 식량지원에 추가할 수 있다.”

이번 식량은 투명한 분배를 어느 정도 보장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북쪽에서 어느 지역이 가장 심각한 지 얘기하면서 투명한 분배를 약속했다. 쌀 수송경로가 어려운 지역으로 직접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미리 분배계획서를 받아 두었다. 쌀을 소비한 북한 주인이 직접 서명한 분배정형서도 받기로 했다.

지금까지 대북지원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후원 규모가 정세에 따라, 언론 보도에 따라 많이 흔들리는 것이다. 90년대 말 평화무드가 조성되면서 지원이 늘다가 서해교전과 북핵문제가 불거지면서 후원이 뚝 떨어졌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들이 북한을 점점 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는 것만큼은 틀림없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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