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9월 2003-09-01   400

대안은 분배구조 개선이다

노동시장 분배기능 악화가 신빈곤 불러


일을 해도 빈곤을 면치 못하는 신빈곤이 빈곤의 새로운 양상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노동시장의 1차 분배기능이 무너짐으로써 발생하는 신빈곤은 결국 사회안전망 확충, 노동시장 진입이 어려운 계층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일자리 창출, 부유층에 대한 중과세 방향으로 조세제도 개혁 등 2차 분배기능을 강화해 해결해야 한다. 편집자 주

최근 우리 사회에 ‘신빈곤’이란 단어가 화두가 되고 있다. 빈곤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무엇인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변화된 빈곤의 양상이 우리 사회에 도래했음을 알리는 징후다.

최근 심각한 이슈로 부상한 빈곤을 ‘신빈곤’이라 부르는 이유는, 새로운 빈곤의 양상이 과거와는 달리 일을 하면서도 빈곤을 면하지 못하는, 즉 근로빈곤층(working poor)이라는 점에 있다.

이들은 노동능력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부득이하게 실업상태에 있는 빈곤계층이다. 종래의 빈곤이 주로 노인, 아동, 장애인 중에서 노동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계층을 중심으로 발생했다면, 신빈곤은 현재 일을 하고 있거나, 일할 능력을 갖추고도 실직상태에 있는 사람들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적 성격을 부여하기에 충분하다. 이들 신빈곤층에는 중산층에서 급격한 속도로 추락해 그 열패감을 벗지 못하고 절망에 쌓여 있는 이들도 포함된다.

빈곤계층의 생활상이 악화되었음을 알려주는 정황은 여러 가지 존재한다. 먼저 <표>에서 보는 것처럼 지니계수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전체 인구에서 소득이 가장 높은 계층 20%와 가장 낮은 계층 20%의 소득점유율 비율을 나타내는 소득5분위배율도 90년에서 97년까지는 계속 낮아지다 IMF 직후인 98년 5.41로 크게 뛰어 오른 뒤 이전 상태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빈곤의 덫에 갇힌 신빈곤층

최근 3년 동안 소비지출액 기준 하위 10%에 머물러 있는 가구(전체의 15.6%로 일정) 중 내내 빈곤상태에 있는 가구는 3.3%, 빈곤을 경험한 가구는 34.1%, 빈곤과 비빈곤을 수시로 반복하는 항상빈곤 가구가 18%다. 또한 빈곤경험가구 중 76%는 2회(분기 회수) 이상 빈곤을 경험한 것으로, 또 빈곤상태에서 벗어나 1년 이내로 재빈곤화되는 확률이 60%라는 통계가 있다. 이런 조사는 IMF 이후 새로운 빈곤층의 다수가 정부가 인정하는 공식적인 빈곤층인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의 지위와 바로 그 윗계층인 차상위 빈곤층으로서의 지위를 수시로 이동하는 ‘빈곤의 덫’에 빠져 있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늘어나는 신용불량자도 우리사회 빈곤의 새로운 단면이다. 개인적으로 파산을 선고받은 신용불량자는 7월 말 현재 315만 명에 이르러 전 인구의 6.6%에 해당한다.

이들 중 신용카드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200여만 명에 달해 전체 신용불량자의 60%를 넘는 수준이다. 이들 신용불량자가 적어도 2명 정도의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인구 중 5분의 1이 직간접적으로 신용불량에 따른 고통과 관계되어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결국 정부에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들 빈곤층, 즉 공공부조의 사각지대 놓여있는 이들은 자그마치 3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 첫째 부류는 차상위계층자로서, 현 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급여지급 대상자(4인 가족 기준 월 소득 102만 원 이하) 소득의 120% 수준인 월 122만 4000원까지의 소득자가 여기에 해당하고 대략 120만 명 정도에 이른다. 두 번째 부류는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자이지만 부양의무자나 자산의 규모 등의 조건에서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이다. 이들의 규모가 190여만 명에 이른다고 알려졌으므로, 결국 300만 명 이상의 방치된 빈곤층이 있다는 것이다.

유연화·비정규직화되는 노동시장과 신빈곤

이렇듯 빈곤층의 규모가 적어도 인구의 10%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고 더구나 일하는 빈곤층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는 노동시장에서 찾을 수 있다. 90년대 이후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잡은 노동시장 유연화와 비정규직화는 IMF 이후 본격적으로 우리 사회에 밀려들어와 일자리로부터 배제되는 이들을 끊임없이 양산하고,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는 비정규직이라는 열등한 조건의 노동자가 되거나 아예 진입 자체가 불투명한 중·장기실직자가 되는 현상이 노동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항상적인 저임금상태에 놓여있으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사회적인 보호장치에서 오히려 더 멀어지는 부실한 안전망으로 인해 삶의 질이 급속히 추락하며 빈곤층으로 침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유연화·비정규직화라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생각할 때 일하는 빈곤층을 지지해주는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해법이 매우 절실하다. 제1차적인 분배시장인 노동시장에서의 격차를 2차적인 분배정책으로 재조정하지 않는다면 빈곤의 격차를 좁힐 내재적인 방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안은 사회안전망 확충·조세제도 개혁을 통한 분배구조 개선

구체적으로 그 방안을 제시해 본다면 ▲긴급구호 등을 통한 생계, 의료, 주거, 교육에 대한 최저 생활 수준의 국가 보장 ▲긴급대부를 통한 자립기반 구축 기회 마련 ▲장애수당 대상자의 확대 ▲경로연금 대상 노인의 확대 ▲차상위계층 및 차차상위계층의 부분적 위험에 대한 급여 제공 ▲모·부자가정의 주거공간 제공 혜택의 확대 및 아동양육 ▲교육의 기회 적극 보장 ▲아동·청소년·장애·여성·노숙자 등에 대한 복지서비스 적극 제공 등이다.

아직 우리사회 역량으로는 쉽게 일반화되기는 어려울지라도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여 소득재분배를 꾀하는 것도 일하는 빈곤층을 양산하는 현재의 노동시장의 구조를 일정 정도 바로잡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유용한 대안이다.

또한 조세제도를 통한 분배효과의 개진에도 상당한 비중을 두어야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근본적으로 직접세보다는 간접세에 의존해 있음은 물론, 토지 등 자산이 지닌 극심한 불균등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의 보유로 인한 과세는 거의 없는 셈이어서 부유계층의 자산 소유와 재테크에 대해 매우 관대한 조세제도를 지니고 있다.

이외에 각종 세원에 대한 포착이 이루어지지 않는 지하경제의 존재가 실제보다 더 큰 소득불균등을 체감시킨다는 점에서 지하경제의 양성화도 매우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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