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9월 2003-09-01   985

새 국면 맞은 경기지역 미군기지 반환운동

이전비용 부담, 반환기지의 활용방안 등 새로운 쟁점으로


미군기지 반환이 확정된 부평과 미2사단 재배치에 따라 기지이전이 예정된 의정부·동두천 ·파주 등 경기지역 시민단체들의 미군기지 반환운동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지역에 따라 약간의 편차는 있지만 그동안 열심히 반환투쟁을 전개해온 시민단체들은 싸움의 역량을 미군기지 이전비용 부담문제, 반환기지의 친환경적 개발 등에 집중하고 있다. 편집자 주

인천지역 26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인천시민회의(공동대표 이정욱 한상욱)는 지난 8월 11일 안상수 인천시장을 고소, 고발키로 결의했다. ‘부평미군기지 인수특별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을 위해 인천시민회의가 요청한 청구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인천시가 법적 근거도 없이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인천시민회의는 또 1만 명의 시민행정 소송인단을 모집해 인천시를 상대로 ‘조례제정 청구대표자 증명서 교부 거부’를 취소하라는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반환비용 부담, 반환 이후 기지 활용 문제 쟁점으로

인천시민회의가 인천시를 상대로 준비하는 법적인 싸움은 96년부터 시작된 ‘부평 미군기지 되찾기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인천시민회의는 96년 부평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5만 명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99년까지 매주 수요정치마당과 토요집회 개최, 2000년 5월 천막단식농성, 2001년 8월 시민 3000여 명이 참여한 인간 띠잇기 행사 등 집요한 싸움을 거쳐 2002년 마침내 한미 당국간 합의에 따라 2008년까지 기지를 반환한다는 발표를 끌어냈다.

반환발표 이후 인천시민회의는 반환비용 부담, 반환 이후 토지활용 문제, 오염된 토지의 원상복귀, 조기반환 등 4가지 요구조건을 내걸고 싸움을 벌였다. 최근에는 인천시에 민·관 공동 인수특위 구성을 제안했다. 이 인수특위 구성에 필요한 조례제정 절차로서 조례청구 대표자 증명서 교부를 인천시가 거부한 것이다.

인천시의 거부 이유는 “인천시민회의가 조례제정을 위해 발의한 조례의 내용은 국가간 외교와 관련된 사항이기 때문에 조례제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 그러나 한상욱(민주노동당 부평갑 지구당위원장) 대표는 “지방자치법 13조에 따라 대표자 증명서 교부 청구는 당연히 보장되는 권리”라며 “발의할 조례내용이 조례제정의 대상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는 대표자 증명서 교부 이후에 판단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인천시민회의는 또한 “우리가 요구하는 ‘부평미군기지인수특위’는 반환이 이미 확정된 부평미군기지의 활용방안, 반환비용, 조기개방 등에 관해 시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시정자문기구의 성격으로 인천시가 말하는 국가사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시를 상대로 한 인천시민회의의 법적 투쟁은 반환발표 이후 인천시민회의가 운동의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한상욱 대표는 “반환비용이 약 2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미군기지로 인한 그동안의 피해를 생각하면 보상을 받지 못할망정 우리가 반환비용을 부담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병사 9명에 불과한 기지에 최근 불법건축물이 들어서 반환연도인 2008년 이후에도 미군이 사용권을 유보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개정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라 미군은 건축물을 짓기 전에 우리 정부에 통보, 협의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지켰는지도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천시민회의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미군 측은 “군사용이 아니라 병사 휴식용 막사를 위해 짓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군측의 주장은 겨우 군인 9명이 머물고 있는 사실상 비군사용 기지에 새로운 건축물을 짓고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런 우려로 인권시민회의는 확정된 반환에 따라 구체적인 반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반환기지의 활용방안도 시민공원을 조성해 부평구의 문화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만약 반환비용이 우리 정부 또는 인천시 부담으로 결정된다면, 인천시가 비용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반환기지를 상업용도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미군기지 관련 지역의 연대 절실

반환이 약속된 부평과 달리 경기북부지역의 시민단체들은 미2사단의 한강이남 재배치라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경기북부지역 역시 반환비용부담, 반환 이후 기지활용 문제 등 부평과 비슷한 사안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시민사회의 이해가 일정한 편차를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반도의 다른 어느 지역보다 평화가 생존권과 직결되는 경기북부지역의 특성에 기초해 각 지역간 연대의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2사단의 재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지역은 의정부, 동두천, 파주 3개 지역이다. 미 2보병사단을 중심으로 한 주한미군 육상병력의 상당 부분이 이들 3개 지역을 중심으로 주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수 의정부평화연대 집행위원장은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의 국회비준 자료를 통해 파악했을 때 이들 3개 지역의 미군기지는 대략 5000만 평 내외로 추정, 한반도 전체 공여지의 3분의 2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병수 위원장은 최근 이들 3개 지역 시민단체의 연대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 위원장의 배경 설명이다.

“2002년 한미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과 최근 미2사단 재배치 결정 등에 대처하는 미군주둔도시지역 시민사회의 대응은 ‘미군기지 문제에 대한 지역별 각개 대응’의 한계를 드러냈다. LPP로 인하여 파주, 동두천 등에서 들어오는 30만 평의 미군기지 추가신설이 예정된 의정부는 ‘미군기지 신설 백지화’를 주장하며 107일간의 현장농성에 돌입한 반면, 일부 미군기지 반환이 결정된 파주의 경우는 반환의 반대급부로 추진되는 의정부 교도소의 파주 이전 결사반대를 외쳤다. 미 2사단 재배치 문제 역시 동두천과 평택의 지역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이 위원장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동두천의 경우 주민의 고용과 수입이 미군부대 및 시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 지역주민들이 미군 이전에 대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의정부평화연대는 미 2사단 재배치 문제와 관련 반환지의 원상회복과 환경복구, 반환된 미군기지의 평화적·비상업적 목적 사용, 생존권 차원의 평화운동 등 공통된 이해를 가지고 연대를 조직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부평미군기지 반환이 확정됐음에도 여전히 인천시민회의가 우려하는 것처럼 반환 이후에도 미군이 사용권을 유보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병수 위원장은 “병력은 떠나더라도 현지기지의 완전한 반환여부는 오는 10월경 한미안보연례협의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면서 “경기북부 미군주둔지역은 미군 이전으로 지역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동두천에 대한 국가적 지원, 미군의 사용권 유보없는 완전한 반환, 새로 미군기지가 들어설 지역 시민사회와의 연대 등 연대가 필요한 새로운 운동의 조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흥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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