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3년 08월 2003-08-01   1015

지역운동중계차 부산 _ 부산환경련의 금정산쓰레기매립규명운동

환경파괴는 “첨단” 환경보전은 “눈뜬장님”


서울에 북한산이 있다면 부산에는 금정산이 있다. 금정산은 8500만년 역사를 살아온 생태계의 보고이자, 1000년 고찰 범어사와 만덕사지등, 국내 최장 금정산성 같은 문화유산이 살아 숨쉬고 있는 부산시민들의 생명 원천이다. 부산이 자랑하는 이런 보물들이 18.1km의 고속철도 쓰레기 대량매립과 장대터널 관통계획으로 온통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의 날’ 이튿날인 6월 6일의 일이었다. 풍문으로만 떠돌던 쓰레기 대량매립 사실이 금정산성 북문 습지 일대에 보호 울타리 설치 작업을 하던 ‘부산환경운동연합’과 ‘금정산지킴이단’ 회원들에 의해 확인된 것이다. 본격적으로 진상조사가 시작되었다. 조사 결과, 부산 금정구청이 지난 1980년대 초부터 1992년까지 이 지역에 쓰레기소각장을 운영해오다 임산물 운반도로가 생기자 소각장을 폐쇄하는 과정에서, 처리하지 못한 쓰레기를 반출하지 않고 대거 파묻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상 조사단은 당시 산장 관리인과 인근 주민들과의 탐문조사를 통해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이르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북문광장 일대와 습지주변, 성곽일대 등에 지뢰밭처럼 광범위하게 산재되어 매립되었음을 알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 이 사건은 지역언론에 대서특필되었고, 부산지역 시민·환경단체와 금정구청이 공동으로 6월 18일 1차 발굴 작업에 들어가 북문광장 일대에서 쓰레기 10여 톤을 수거했다. 그러나 이후 금정구청은 발굴된 쓰레기량의 축소와 은폐에 급급했다. 이에 ‘부산환경련’과 ‘금정산지킴이단’ 등 시민·환경단체들이 직접 나서 7월 3일 2차 발굴한 결과, 더 놀라운 사실이 발견되었다. 시민들이 마시는 세심정 약수터에도 대량의 쓰레기가 매립되어 있던 것이다 포크레인으로 파내자 심한 악취와 함께 쓰레기로 오염된 침출수가 흘러내렸다.

현장을 지켜본 ‘금정산지킴이단’ 이만수 부단장은 “폐기물 관리법이 제정되기 이전 쓰레기를 금정산에 파묻은 동래구청 공무원들은 물론, 지난 1993년 세심정과 북문광장 조성 당시 매립 쓰레기를 발견하고도 그대로 덮어버린 것은 금정구청에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해당 관청과 지자체가 앞장서서 저지른 환경파괴에 시민들은 경악했다. 그뿐 아니라 사태가 드러난 이후 동대구청, 금정구청의 떠넘기기식 책임회피와 무사안일식 공모행정에 부산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에 시민·환경단체들은 민선 3기 1주년이 되는 안상영 시장의 대규모 환경파괴적 시정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이런 상황이 도래하자 7월 9일 부산시와 금정구청은 환경단체 대표들과 공동대책회의를 통해 △특별예산 지원 △매립쓰레기 전면 발굴조사 △토양 및 수질오염 실태조사 △북문 습지 복원 및 보전 등의 대책을 세우기로 합의했다.

북문 일대의 천연습지는 온천천과 대천천의 발원지다. 습지 생태계의 복원 없는 ‘하천 살리기’는 단순히 정비에 머무는 전시행정에 지나지 않는다. “환경파괴는 첨단인데, 환경보전에는 눈뜬 장님”인 무차별적 난개발을 제어하지 않고서는 부산의 환경과 고통지수는 날로 악화될 수밖에 없다. 깨어있는 시민정신만이 지속가능한 시민사회를 가능케 할 것이다.

김달수 부산환경운동연합 도시생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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