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1월 2002-10-30   430

시민운동, 왜 낙선운동 안하나

지난 9월 24일 300여 시민단체가 참가한 ‘2002대선유권자연대(이하 유권자연대)’가 정식 출범하면서 대선을 향한 시민운동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됐다. 유권자연대는 낡은 정치 청산을 위한 범국민운동 ‘Clean march campaign’,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10가지 약속 ‘Promise 10 campaign’, 유권자의 힘 ‘100만 유권자위원회’ 등 세 가ㅁ지 주요 사업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캠페인 중심의 ㅁ유권자 참ㅁ여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결의했다. ‘2000년총선시민연대(이하 총선연대)’의 ‘낙선운동’의 파괴력ㅁㅊ과 역사적 의미를 기억하며 2002년 대선에 대응하는 시민운동의 방향에 귀추를 주목하던 유권자들은 ‘기대반, 우려반’의 심정으로 유권자연대의 대선사업을 지켜보게 되었다.

총선연대의 활동이 예상 밖의 폭발력을 가지고 국민들의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낙천,낙선운동이 이전의 공명선거캠페인에서 벗어나 출마후보에 대한 검증을 토대로 낙천·낙선대상자를 지명하고 직접적으로 후보개입운동을 펼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연대는 특정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을 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 유권자연대가 선택한 정책캠페인에 대해 시민운동진영은 일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긴 하지만 그 실효성이나 파급력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것이 현실이다.

시민운동이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낙선운동, 혹은 당선운동을 선택하지 않고 다소 딱딱하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기가 쉽지 않은 ‘정책캠페인’을 주요 사업방향으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김민영 유권자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총선에서의 낙선운동이 대단한 효과를 거두기는 했지만 일반적 전술은 아니다. 해당시기의 특수한 형태의 시민운동이었다는 것에 대한 전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2000년 총선과 2002년 대선은 양상이 많이 다르다. 총선때 낙선운동을 펼친 의미는 현저히 자격이 미달하는 후보들이 의회에 진출하는 것을 막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낙선대상자의 선정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편중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밝히며 “대선에서는 어느 후보를 떨어뜨리거나 당선시키는가보다 후보가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가를 검증하고 또한 당선된 후에도 그러한 정책과 공약들을 실천하는 것을 강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민운동 내부, 낙선운동 찬반 갈린다

총선연대 활동 이후 수구보수 기득권 정치세력은 시민운동을 향해 ‘정권의 2중대’니 ‘홍위병’이니 하는 등 근거 없는 비난을 일삼았다. 하물며 대선 국면에서 특정 후보를 대상자로 삼고 낙선운동을 펼칠 경우 결국 다른 후보에 대한 전면적인 지지운동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선정 기준과는 상관없이 시민운동의 공정성은 공격받을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김민영 처장은 “대선에서 낙선운동을 하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또한 총선연대 때 낙선대상자 선정의 잣대가 되었던 부패 행위, 선거법 위반 행위, 민주헌정질서 파괴 및 반인권 전력 등 7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를 가려내기 힘들다는 것도 낙선운동이 이뤄지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김기현 유권자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아직까지는 총선연대에서 표방하던 후보자 평가기준으로 볼 때 낙선대상자로 지목할만한 후보는 없다”며 이 또한 낙선운동이 불가능한 이유로 들고 있다.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유권자연대에는 다양한 단체가 참여하고 있고, 다양한 성향과 지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반대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다”며 특정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이 힘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처럼 대선 국면에서의 낙선운동이나 더 나아가 지지운동이 어려운 상황임에는 동의하면서도 정책캠페인의 효과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에 비해 상당부분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대선에도 총선 때와 마찬가지로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광주 참여자치21의 박광우 사무처장은 “우리 단체가 유권자연대에 참여하고 있어 유권자연대의 주요사업방향에 기조를 맞추어 가겠지만 지역단체에서 아직 정책캠페인에 대한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어 있지는 않다”고 밝히면서 “개인적으로 대선에서도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한 점에서 유권자연대의 사업방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지난 9월 25일 시민단체 활동가대회 때 열린 ‘시민운동, 대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양장일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유권자연대가 명확한 정책의제를 선정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는 반대운동을 펼치는 세련된 형태의 낙선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유권자연대에 참여하지 않은 단체 중에는 개별적으로 특정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을 펼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단체도 있다.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는 이번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반통일적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는 후보에 대해서는 낙선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실천연대 관계자는 “우리 단체의 입장은 이미 명확하다. 특정후보에 대해서는 이미 공개적인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다. 대선이 시작되면 선거법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반대성명을 내는 등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사 앞에서 의문사진상규명특별법개정을 위한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민주화운동정신계승국민연대와 의문사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의문사법개정을 조속히 해주지 않는 정당에 대해서는 다가오는 대선에서 전면적인 반대투쟁을 할 것이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대책위 김학철 위원장은 “의문사진상규명을 외면하는 정당의 후보가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특정정당의 반대로 인해 법개정이 무산된다면 대선에서 그 정당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개혁과제 후보자에게 실천약속 받을 것

유권자연대가 설정하고 있는 정책캠페인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10대 의제로 선정될 정책이 정밀하고 후보자간의 차별성을 뚜렷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제를 통해 후보간 차별성이 드러난다 해도 이를 어떻게 부각시키고 유권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에 대한 숙제가 남는다. 개혁적인 정책과제를 개발하여 후보자에게 이를 수용하도록 유도하고 실천을 약속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는 후보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현재 유권자연대는 ‘반부패 5대 개혁과제’를 국회에 의견 청원한 상태로 대선 전 정기국회 회기 내에 입법계획을 세우고 있다. 반부패 개혁과제에 대한 입법의지가 부족하거나 투명한 선거를 위한 선거자금 공개를 수요하지 않는 후보, 조만간 내놓을 10대 개혁과제에 대해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후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형식으로 대응할지는 유권자연대 내에서도 확정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김기현 유권자연대 사무처장은 “유권자연대의 정책과제들에 대해서 후보들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되지 않는다”고 밝히며 “하지만 반부패 입법이 특정정당의 반대로 회기 내에 처리되지 않거나, 선거자금 공개를 받아들이지 않는 후보, 10대 개혁의제에 대해서 수용하지 않는 후보에 대한 대응방안은 현재 열려있는 상태이고, 그럴 경우 그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을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정책캠페인이 특정후보의 낙선운동이나 지지운동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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