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2년 11월 2002-10-30   546

‘특정후보 편들기는 없다’ 인터넷 대안언론의 대선보도 방향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언론사들의 보도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언론보도는 표피적인 정치권의 공방을 중계 보도할 뿐 심층적 분석은 아쉬운 상황이다. 특히 신문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조중동의 경우 정치인들의 발언을 사실확인 없이 보도해 ‘의혹 부풀리기’에 앞장서면서 여론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자협회보』가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신문·방송·통신기자 4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3.2%에 해당하는 333명이 언론사가 특정 후보에 유리하게 보도하고 있다고 답해 언론의 ‘특정 후보 편들기’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응답자들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보도하고 있는 언론사’로 조선일보(69.3%)를, 유리하게 보도되고 있는 후보자로 이회창 후보(93.3)를 최우선적으로 꼽았다.

이처럼 기성언론의 ‘앵무새 보도’와 특정 후보에 대한 편향성이 심각한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인터넷매체들이 기존 보도와는 차별성 있는 대선 보도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언론과 차별성 있는 보도하겠다”

인터넷의 급성장과 함께 등장한 인터넷 매체들은 기존 오프라인 매체들이 가지던 지면의 제약에서 벗어나 속보성을 무기로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다.

인터넷매체의 선두주자랄 수 있는 인터넷 『오마이뉴스』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국민경선, 선대위 출범식의 생중계 등 기존 오프라인 매체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기획들을 통해 네티즌을 사로잡았다. 이런 『오마이뉴스』는 대선 보도에 있어서 기성언론과 차별적인 관점과 기획을 바탕으로 선거보도에 새 지평을 열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정운현 편집국장은 “인기에 영합하는 기존 언론의 보도는 새로운 정치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마이뉴스』는 모든 후보들이 같은 출발선 상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전면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대선 후보자들을 초청해 24시간 열린 인터뷰를 통해 후보자의 정책을 검증하고, 네티즌이 직접 참여해 모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진행하는 기획도 생각하고 있다”며 “자칫 후보자나 네티즌이 긴 시간동안 지칠 수 있겠지만 인터뷰 도중 간단한 공연도 마련하고, 식사시간까지 생방송으로 중계된다면 충분히 흥미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인터넷 『프레시안』의 정관용 정치부 팀장은 “후보자들의 정책검증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며 “정책과제 30개를 설정한 후 이를 통해 후보자들의 차별성을 명확하게 부각시켜 대선이 정책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보도방향을 설명했다.

『시민의신문』의 인터넷판인 『NGO타임스』는 최근 대선자문단을 꾸리고 2002 대선유권자연대의 활동내용을 중점보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젊은 유권자의 참여를 독려하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각 대학언론, 동아리, 학회 등과 공동기획을 마련하고, 투표참여를 권하는 연예인, 참가서명에 참가한 학생들과의 인터뷰 등을 계획하고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국내 언론사로서는 최초로 대선에서 지지후보를 밝히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지후보 표명에 따른 상대당의 견제가능성에 대해 정운현 편집국장은 “취재에 응하지 않으면 응하지 않는대로 여과없이 보도하겠다. 하지만 취재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기당에 불리한 보도가 나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프레시안』은 시기상조를 이유로, 『NGO타임스』 시민운동에 중심을 두는 매체 특성상 지지후보 표명은 어렵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낡은 정간법, 제정·인력부족이 족쇄

인터넷언론의 빠른 성장으로 대안매체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들이 기존 언론을 대신할 수 있는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산적하다.

인터넷매체 관계자들은 인터넷매체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뚜렷한 수익모델을 창출하지 못하고 때문에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인터넷매체들은 현재 적자경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구독료를 받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언론에 비해 광고수주율도 현저히 낮은 편이다. 재정의 부족은 곧 인력의 부족으로 이어진다.

정운현 편집국장은 “인력이 달리다 보니 인터넷 매체 중 가장 많은 기자 수를 보유하고 있는 『오마이뉴스』의 경우에도 국회와 검찰을 제외하고는 담당기자를 두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각 기관마다 출입기자를 두고 있는 기존언론에 비해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속보성을 무기로 하다보니 심층성 면에서는 떨어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민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인터넷매체의 보도에 대체로 만족한다”는 평가를 하면서도 “속보성을 큰 장점으로 늘 발빠르게 취재를 하다보니 세밀한 부분에 대한 꼼꼼한 취재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민희 사무총장은 “인터넷매체들이 좀더 신중하고 세련되어지기를 바란다”고 요구했다.

인터넷신문 『이윈컴』의 김능구 대표 역시 “인터넷매체가 젊은층의 의사결정에 있어서 이미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기사에 대한 책임성과 공정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이를 위해 인터넷매체 내부적으로 윤리강령을 채택하는 등 자율적인 정화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넷언론에 대한 조항을 두고 있지 않는 정간법도 인터넷신문의 대선 보도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행 정간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인터넷매체들은 정간법상 언론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대선 후보자를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다. 정간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입법 소개되어있는 상태이지만 대선 개정 가능성은 희박하다.

『프레시안』의 정관용 팀장은 “정간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단독으로 초청토론회를 개최할 수 없기 때문에 후보자를 찾아가는 인터뷰를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매체를 언론사로 인정하는 정간법의 개정을 주장했다.

제3의 미디어 지향하는 인터넷언론

이러한 인터넷매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인터넷매체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 공동으로 담당기자를 활용하고 기사를 공유하는 기자 풀제 도입 등의 해결법이 모색되고 있다. 『시민의신문』 최방식 편집국장은 “기자인력이 모자란 인터넷매체들이 연합해서 각 당이나 선대본부에 담당기자를 파견하는 방식의 기사 풀제 운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인터넷매체들의 역할은 이번 선거에서 또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민희 사무총장은 “인터넷매체는 이번 대선에서 젊은 네티즌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며 “진보적인 목소리를 담아 여론시장의 왜곡된 구조를 정상화시키는 것이 인터넷매체가 해야할 일”이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인터넷매체가 대안을 넘어서 기존 언론과 대등한 입장에서 여론을 이끌어 갈 수 있기 위해서는 좀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정운현 편집국장은 “아직은 우리의 시민사회의 성숙도가 부족하고 시민의식이 척박한 게 현실이다. 인터넷매체가 시민사회를 기름지게 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시민의식이 성숙될 때 이와 함께 인터넷매체도 기성언론에 편입되지 않은 제3의 언론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매체가 표방하는 기존 언론과 차별되는 대선보도가 어떠한 형태로 구체화되고, 어느 정도의 여론 형성력을 가지게 될지 대안을 넘어서는 인터넷 매체에 있어서도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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