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2월 2002-12-01   1662

민주당 쇄신파 이재정 국회의원의 개혁플랜

‘보스정치 반드시 청산한다’


지난 11월 8일 김대중 대통령이 당총재직을 사임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가 총재께 당정쇄신을 요구했던 것이지 물러나시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정말 의외였습니다. 총재직 사임은 쇄신의 결정적 계기를 만들라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자율적 쇄신론을 주장하시는데, 당내에는 동교동계·이인제의원계파·쇄신파가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자율적 쇄신을 할 수 있습니까?

“당내 개혁세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당내 민주화입니다. 저는 당이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투명하게 당무를 집행해나갈 수 있는 틀을 만들면 자율적 쇄신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어제 당무회의에서 비상특위 인선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했어요. 예전 같으면 특위 위원과 안이 이미 다 결정돼 있었을 거에요. 이런 점에서 보면 앞으로도 문제 해결이 용이할 거라고 봐요. 그리고, 당내에 여러 계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여러 가지 의견을 효율적으로, 평등하게 모으는 역할을 당대표가 해야한다는 주문도 있었기 때문에 이것도 자율적 개혁의 한 방향이 아니겠느냐 생각해요.

둘째 정부개편도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내놓음으로써 계기를 만든 거예요. 셋째 실명거론 되던 대통령 측근인사 문제인데, 스스로 물러나는 거 아닙니까. 쇄신파 내부에는 권노갑 고문과 박지원 수석에 대해 실명으로 비판하는 것에 대해 다른 의견도 꽤 많았습니다.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냐는 거죠. 그러나 두 사람에게 비리가 있어서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최측근 역할을 해왔기에 어려워진 정국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정리됐어요.”

그럼 두 사람이 정치적 희생양이란 말씀이십니까? 쇄신파에 속한 한 의원은 ‘그들의 비위사실에 대해 보고 들은 바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물증을 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리고 정치라는 것이 관여했다고 해서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두 사람이 대통령의 대리인 노릇을 해온 게 사실이고, 당에서 그것을 거의 용인 내지 묵인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고, 의혹사건이 나올 때마다 거론돼 대통령이나 우리 당에 큰 부담을 주고 있기 때문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죠.”

두 사람 문제가 해결되면 쇄신파에서 주장하던 인적청산이 되는 건가요?

“우리가 인적쇄신을 얘기할 때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논의와 결의구조,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당 운영의 장애 같은 것을 해왔습니다만 최근 일련의 사태, 재·보궐선거를 지나면서 또다시 우리 당이 폭로와 의혹에 휩싸이게 되는 경우 큰 어려움에 빠지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하고, 두 사람이 물러난다면 인적쇄신의 결정적인 부분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했죠. 다만, 인적쇄신이 두 사람만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조금 더 확대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거칠게 표현해서 당을 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더 있다는 겁니까?

“그렇죠. 정치에는 힘의 균형과 조화가 필요한데, 원만한 대화와 결의과정에 걸림돌이 되는 조직과 인사가 있다면 청산돼야죠.”

김대중 대통령의 당총재직 사임으로 보스정치는 해결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우리 정치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인 1인중심의 정당체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치실험에 들어간 거라고 봐요. 과연 주인 없이 정당이 존재하고 자생할 수 있느냐, 이건 굉장한 실험이죠. 총재도 과거와 다른 개념의 총재가 되는 거예요. 힘을 독점하는 총재가 아니라 여러 힘을 조정하는 총재, 새로운 지도력이 창출되는 계기가 될 거예요. 정당민주화와 정치개혁의 결정적 기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여야 개혁파 의원들의 신당 창당설이 나돌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개혁의원모임에서 논의한 바 없고, 개혁세력이 한데 모이기는 너무 힘들기 때문에 정당출현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당을 떠나도 원격조정정치할 거라는 우려가 있는데….

“우리 당은 그동안 소위 포스트DJ에 대한 준비를 나름대로 해왔다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으리라 봅니다.”

포스트DJ에 대한 준비를 해오셨다고 했는데, 의원님께서 생각하시는 포스트DJ는 누구고, 어떻게 준비해오셨습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포스트DJ에 대한 준비가 없었습니다. 다만 포스트DJ의 인물이 누구냐 하는 것에서 중요한 점은 민주화와 남북화해협력의 두 축을 가지고 정치를 이뤄갈 수 있는 지도자라야 한다고 봅니다.”

향후 민주당 개혁에 있어 초재선 개혁파 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은데, 의원님은 쇄신파 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도 조직화된 세력으로 움직이기 보다 결정적일 때 순발력 있게 움직여 목소리를 내고, 당의 변화와 발전을 도모해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큰 세력이 되어 권력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오히려 불행한 일이 되겠지요.”

민주당이 내홍을 겪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쇄신파 의원들의 개혁요구 때문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16대 국회 이후 사회적으로 얼마나 개혁을 이뤘는가 하는 문제는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건 우리 사회의 한계죠. 국가보안법이라든가, 사립학교법이 거의 진척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이유도 국회의원들이 선거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에요. 국회의원 자신은 개혁적인 성향을 갖고 있을지라도 개혁법안을 공개적으로 지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거든요.”

여야 모두 민생·개혁법안의 입법활동이 너무 미미한 수준 아닙니까?

“개혁법안의 입법발의는 가능하지만 그걸 통과시킬 힘은 없어요. 그 힘은 밖으로부터 받아와야 해요. 무엇보다 국가보안법과 사립학교법 개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좀더 치밀하게 우리 사회와 정치권을 설득했어야 합니다.”

선거법 중 후보자의 기탁금이 여야합의로 1500만 원으로 조정됐더군요. 이에 대해 시민단체가 거세게 반발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 중인데, 이 문제 역시 이론이 있더군요. 기탁금을 너무 많이 줄여놓으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선거에 입후보해서 선거비용만 늘리고 실제로 유권자들의 판단만 흐리게 한다는 거죠. 따라서 이 문제는 정치지형이 바뀌지 않는 한 상당히 어렵지 않겠느냐 생각됩니다. 가령 5% 미만의 득표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나온다, 그건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기탁금이 갖는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제가 기탁금으로 후보자의 입후보를 제한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최근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지금 시민운동은 매우 바람직하고 더욱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론사 세무조사 당시 시민단체가 너무 소극적으로 활동했다고 봅니다. 그건 여당을 도와달라는 의미가 아니고, 언론을 바로 세울 수 있는 절대적 기회였는데 아쉽게 됐다는 말입니다. 조선일보반대운동을 좀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신문을 어떻게 건강하게 변화시킬 것인가를 좀더 연구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 이거죠. 둘째, 국가보안법 개정문제도 시민단체가 좀더 활발하게 운동을 벌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셋째, 총선연대가 왜 이번 재보궐선거 때는 아무것도 안 했느냐 그게 좀 안타까웠어요.”

당의 분열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향후 민주당의 앞날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민주당의 전망은 굉장히 밝습니다. 대통령이 총재직을 버리심으로써 1인보스정당이 아니고 당원들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우리나라 정당사에서 최초로 가진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정말 좋은 정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고, 성공하게 되면 엄청난 정치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낙관하는 것 아닌가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온 것이고, 그걸 만들어낼 수 있는 당내 재원이 있으니까 낙관도 가능하죠.”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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