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0월 2001-10-01   883

러브호텔 신축 막은 부천 네티즌

주거지역 300m내 여관 불허 조례 통과

부천시에는 (2000년 11월 현재) 러브호텔을 포함한 숙박시설이 334개소가 있다. 구별로는 원미구 197개소, 소사구 103개소, 오정구 34개소가 있다. 이중 시가 러브호텔로 구분하고 있는 숙박시설은 240개소.

부천지역에서 러브호텔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한 것은, 지난 99년이었다. 당시 중동 그린타운의 러브호텔 신축과 관련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발생했고, 지역 시의원인 강진석 의원(중2동)이 러브호텔 반대를 위해 홀로 외롭게 투쟁했다. 부천시는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하는 획기적 결정을 했으나 건축주인 홍아무개 씨가 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 시는 패소했다. 이때만해도 러브호텔에 대한 지역 시민들의 전반적인 거부감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역에서 러브호텔 신축 반대의 정서가 ‘지역운동’으로 거듭나게 된 계기는 올해 6월 9일과 28일, 중동 1162-8번지와 1162번지에 각각 착공신고를 마친 여관신축 문제였다. 이는 곧바로 부천YMCA를 비롯 인근주민의 집단민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부천시는 최근 2년 동안의 지역정서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주거지역으로부터 300m 내에서는 여관을 지을 수 없도록 하는 도시계획조례를 시의회에 올렸다. 러브호텔 신축을 거부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도시에도 여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300m 안을 110m로 축소(수정)해 본회의에 올렸고, 본회의에서 아무런 이의 없이 110m 안이 가결됐다.

이 110m 안이 가결됨에 따라 가장 먼저 영향권에 들어간 지역은 상동 신시가지였다. 내년 4월 입주 예정인 상동 신시가지는 중동 신시가지의 결함을 수정한 부천 최초의 계획도시다. 이 조례에 의할 경우 최대 55개 필지의 ‘러브호텔’이 상동 신시가지에 조성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부천시는 시의회의 수정조례를 거부했다. 자치단체장이 의회를 견제할 유일한 방법인 재의 요구권을 행사한 것이다. 시의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혔을 즈음, 지역 언론들은 이 사실을 심층 보도했고, 시민들은 시청 홈페이지에 이 기사들을 옮겨 놓고 토론에 불을 지폈다. 게시판에는 “도시에 반드시 여관이 필요하다”는 일부 시의회 의원들의 주장과 “도시의 여관은 건전한 도시 발달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라는 시민들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이 게시판 내용이 부천 시민들과 네티즌 사이에 빠르게 전해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러브호텔 신축에 반대한 시민들은 부천시청만이 아니라 시의회 홈페이지에도 기사를 올리고 게시판에 의견을 달았다. 결국 이 사이트는 마비될 지경이었다. 또 이메일과 홈페이지가 있는 관련 시의원들도 큰 곤욕을 치렀다.

기세가 등등하던 시의회가 마침내 꼬리를 내렸다. 지난 8월 17일 의회가 110m 안에 철회하고 300m 안에 동의함으로써 러브호텔을 더 이상 짓지 못하게 된 것이다. 러브호텔 거리 제한을 골자로 한 부천시의회의 도시계획조례안 결정이 수정과 재수정을 오락가락하며 300m로 확정되는 과정은 인터넷이 정보화시대에서 도시주민운동의 새로운 주역임을 입증시켰다.

이하영 부천 21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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