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0월 2001-10-01   501

가난한 아이들에게 방과후학교를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제정 머뭇거리는 청주시

여유 있는 가정의 초등학생 자녀들은 학교가 끝나면 학원 순례하느라 바쁘지만 빈곤층 초등학생 자녀들은 방치돼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현재 청주시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둔 여성 취업자는 1만5000여 명에 이른다. 다행히 방과후에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있는 경우는 걱정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 특히 기혼여성 취업자들에게 방과 후 자녀보육 문제는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과제다.

2000년 9월 현재 청주시에서 방과후 아동보육사업의 혜택을 받고 있는 어린이들은 15개 시설 330여 명에 불과하다. 시는 올해 6개 사회복지기관에 연간 1200만 원을 지원해, 방과후 아동보육사업을 실시하도록 했지만, 이렇게 해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들 보육시설들도 복지관, 어린이집, 종교시설, 사회단체 등에서 영세한 규모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더러 개인 독지가들이 좋은 뜻을 가지고 방과후 시설을 시작했다가 재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다 문 닫기 일쑤다. 사정이 이렇기에 하루빨리 자치단체가 조례를 제정해 공부방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학부모 이경숙 씨(37세·청주시 상당구 금천동)도 “자치단체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걱정이 없을 것 같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다. 회사에서 근무하는 중에도 초등학교 3, 4학년인 두 아이가 잘 있는지 늘 불안하다며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많은 부모들이 안고 있는 이런 고민을 해결하게 위해 청주시에서는 올 들어 방과후아동보육조례제정을위한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만들어졌다. 충북여성민우회, 사회교육센터 일하는 사람들, 산남종합사회복지관, 청주 여성의전화 등 17개 사회복지·교육·여성단체들은 지난 3월 시민연대 발대식을 갖고 조례 제정을 목표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가 ‘서울특별시 보육조례’에 방과후 아동보육 내용을 추가했을 뿐, 방과후 아동보육조례를 별도로 제정한 자치단체는 현재 한 곳도 없다. 따라서 청주시가 이 조례를 제정한다면 방과후 아동 보육조례를 가진 전국 최초의 지방자치단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나기정 청주시장은 조례 제정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자치단체에서 사례가 없는 조례 제정을 선뜻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 이에 대해 변지숙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추진위원장(충북여성민우회 생활문화센터 소장)은 “지방자치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아래에서부터 변해야지 국가가 지시하는 것만 이행해서는 안 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이념 또한,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다른 자치단체에서 안 한다고 우리도 안 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이런 것을 먼저 실시해 모범을 보이는 것이 교육도시의 면모를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시민연대는 소극적인 청주시만 바라보고 있기보다는 시의회가 조례를 제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유일한 여성 시의원인 최광옥 의원(모충동)이 의원발의를 거쳐 본회의 통과까지 가보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최 의원은 지난해 12월에도 시의원들의 반대를 이겨내고 장애인복지기금조례를 의원 발의로 통과시킨 바 있다.

한편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 교수는 “빈곤지역에 방치돼 있는 아동들이 방과 후 적절한 놀이나 학습공간을 찾지 못해 방황하거나 더러는 비행의 길로 접어든다. 이들에 대한 방과후 보육사업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아래 적극적으로 전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강희 충청리뷰 기자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