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01년 10월 2001-10-01   601

국가를 넘어 평화의 이름으로 아시아연대를

일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 다와라 요시후미 사무국장

“역사는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사실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난 8월 29일 방한한 일본 ‘어린이와 교과서 전국네트21’(이하 전국네트21) 사무국장 다와라 요시후미 씨(俵義文·60세). 그는 철저하게 천황 중심의 사관으로 역사를 서술하면서 일본군 위안부나 난징(南京)대학살을 인정하지 않고 아시아 침략을 근대화의 한 과정으로 호도하는 자국의 극우세력을 그냥 앉아서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고 한다.

20명의 상근 활동가들이 동경에 조그만 사무실을 내고 ‘새로운 역사교과서 모임(이하 ‘새역모’)’이 출간한 교과서에 대한 불채택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그들을 지지해주는 버팀목은 고작 300명의 서명이 전부였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이런 교과서가 전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일반 시민, 학부모, 교직원, 학자, 재일 한국인, 중국인 등에게 점점 퍼지면서 이들과 함께하려는 지역 조직과 단체가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국네트21은 7개월 간 각지에서 1000여 회의 학습회와 강연회를 열었고, 10엔짜리 팸플릿 ‘이것이 위험한 교과서다’를 25만 부나 팔았다. 회원도 1년 만에 4000여 명으로 불어났다. 신문에 의견광고를 싣기 위해 벌인 1계좌 1000엔 모금운동도 한 달 만에 3000명의 개인과 260개 단체의 참여로 1300만 엔(약 1억6000만 원)을 모으기도 했다. 『아사히』 등 주요 일간지에 의견광고가 실리면서 여론은 더욱 불채택 쪽으로 기울어졌다.

전국네트21은 ‘새역모’ 교과서 채택이 유력해 보이는 지방 교육위원회들을 ‘위험지구’로 정하고 인간띠 잇기, 서명운동 등을 벌여 불채택이라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 8월 16일 현재 일본 각급 학교의 2002년도용 역사교과서 채택 집계에서 ‘새역모’ 교과서는 2000부 안팎(전체 교과서의 0.4%)이 채택되는 데 그쳤다. 일본 시민운동 역사상 유례 없는 일로 전국적인 불채택 운동은 ‘시민 양심의 승리’로 끝난 것이다.

다와라 씨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출발점으로 삼아 ‘아시아 평화를 위한 연대’를 만들려는 원대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단지 한국 국민이나 일본 국민만이 아닌 민주주의와 평화를 사랑하는 자유로운 시민이라면 누구와도 연대하고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와라 씨를 비롯한 한·중·일 시민단체 활동가들에 의해 아시아 연대를 위한 ‘역사교육 아시아 네트워크’가 곧 태어난다. 일본에서는 9월중 ‘역사교육 아시아 네트워크 JAPAN’이 결성돼 심포지엄을 열 계획이고, 3개국 활동가들이 참가하는 1차 모임은 중국 난징에서 10월에 열릴 예정이다.

‘전국네트21’은 앞으로 자위대가 전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꾸려는 고이즈미 정권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일 것이라 한다. 다와라 씨는 “역사교과서 문제도 평화를 정착시키려는 시민들과 보수와 극우로 치닫는 정계의 대립으로 이해할 수 있다”며 “싸움은 이제 시작”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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