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10월 1999-10-01   723

참대중과 함께 노동의 미래 일궈나갈 것

단병호 제3기 민주노총 위원장

전노협을 결성하고 이끌면서 민주노총의 토대를 닦은 단병호 위원장이 제3기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 단돈출마, 전폭적지지로 당선됐다. 침체된 조직을 활성화하고 국민들의 공감을 회복하기 위한 복안은 무엇인지, 그리고 시민운동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가 치러지기 열흘전에 금속연맹 사무실에서 단병호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단병호 위원장은 9월 17일 치러진 선거에서 약 81%지지로 당선되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단독 후보로 민주노총 새 위원장에 출마하셨으니 당선이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여겨집니다. 먼저 소감이랄지, 감회랄지 좀 들려주십시오.

“아직 당선 안 됐어요. 9월 17일날 선거해봐야 알지, 당선이란 말은 맞지 않고, 후보로 출마했는데, 출마 배경은 현재 민주노총의 취약한 조직력을 강화시켜내고 조직위상을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겠다. 내외적으로 상당히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데 이런 도전을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일관되고 지속적인 사업들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런 기틀을 세워나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출마했습니다.”

이갑용 위원장이 임기 1년반을 남겨 논 상태에서 사퇴하고 새로 위원장을 선출하게 배경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그건 뭐, 이갑용 위원장이 2기 집행부를 맡아서 IMF 상황 하에서 노동자들의 생존이 위협받는 가운데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했다고 봅니다. 다만 선거 출마할 때, 임기 1년과 혁신의 내용을 같이 공약으로 묶은 게 상당히 장애가 되었겠고, 만약에 잘 되었더라면 그것도 별 게 아닐 텐데.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판단에 대한 차이들이 존재하면서 임기문제가 조직 내부적으로 이 위원장에게 압박이 되었던 게 아닌가 봅니다. 그래서 이 위원장은 본인이 한 약속은 지키겠다 한 겁니다. 이 위원장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고 평가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아쉬운 게 있다면 처음 내걸었던 혁신의 내용들이 정말, 조직의 민주성과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그런 진정한 민주개혁으로 힘있게 추진되지 못했고, 단편적이고 편협한 개혁이 추진되면서 처음 개혁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아쉬웠지. 많은 투쟁들을 했는데 그 투쟁 하나하나가 정당한 의미가 있고 불가피한 이유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쟁의 결과들을 조합원들에게 안겨주는 데 부족하지 않았나, 그건 우리의 한계이기도 한데 그런 부분들이 2기 집행부에 대한 아쉬움으로 남는 부분입니다.”

3기 민주노총 위원장이 되시면 어떤 일들을 우선적으로 풀어나가실 생각입니까.

“임기가 불과 1년 4개월 남짓 남았는데 그 동안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아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과욕이고 자만이지요. 지나치게 자만하고 과욕을 하면 일을 망치게 돼 있어요. 꼭 필요한 일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들 몇 가지를 추려서 할 생각입니다. 첫째, 이완되고 단결이 약화된 민주노총 전체조직의 통일단결을 이루어내고 조합원들과 사업을 함께 해나가는 대중적 노동운동의 기틀을 마련해나가겠습니다. 현장의 목소리가 (상층에) 제대로 반영되고 그 목소리가 일정 부분 상층을 규정하고 상층은 그걸 힘으로 대중들을 끌어나갈 수 있는 대중적 노동운동의 기틀을 만들어야 합니다. 여전히 우리의 당면과제인 고용의 문제,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 같은 투쟁의 과제들, 내년 상반기가 분수령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는 투쟁을 한 번 하더라도 확실하게 목표와 대상을 설정하고 대중적 공유와 공감을 충분히 형성시켜내면서 투쟁을 하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는 새로운 투쟁의 전형들을 만들어 나가야겠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공부문의 구조조정 문제, 대우그룹 구조조정문제 그리고 매우 중요한 노동시간 단축의 문제 등이 그 고리가 될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내년 상반기 전체 힘을 모아 총노동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우리 운동의 정확한 좌표를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위 이념과 노선의 문제라고 표현하는데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세워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발전전략 위원회’같은 것을 구성해서 10여 년 동안 투쟁해온 과정들을 객관적으로 평가해보고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들을 구체적이고 냉정하게 진단하고 이 토대 위에서 우리가 나갈 수 있는 중장기적 과제들을 설정해 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제 임기 중에는 마무리 못할 수도 있어요. 단순히 한순간에 졸속 작품이 되어서는 안되니까 이런 방향을 잡고 이런작업을 시도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겁니다. 그래서 조직 내에 조직체계에 대한 점검, 재정비, 조직 운영에 대한 문제 또 대 정부, 대 자본에 대한 전체적 과제에 대한 모든 것들을 전체적으로 재정비해야 됩니다. 이런 문제들은 2기에서 못했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그 동안 운동을 해오면서 시간에 쫓기고 상황에 눌리면서 가장 기본적이고 반드시 해야할 부분들이 빠져 있었던 것을 이번에는 제대로 채워낸다는 것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조직이 상당히 이완돼 있고 단위 현장도 그렇고, 연맹 분담금도 잘 안 걷힌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민주노총의 전체적인 단결력이 약화돼 있는 것은 사실인데 그렇게 바깥에서 우려하는 만큼은 아닙니다. 좀 더 추슬러서 보다 힘있게 나가자는 것이지 정말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이완돼 있고 현장이 완전 파괴돼 있는 상태는 아닌데 지나치게 확대해서 보는 것 같아요.”

단 위원장님에 대해서 일반적으로 강성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민주노총의 스타일도 어떤 영향을 받게 됩니까?

“전노협 위원장을 1대부터 4대까지 4년동안 했는데 그때 이미지가 상당히 깊게 각인돼 있으리라 봅니다. 정부나 자본이 노동조합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파괴시키던 때니까 사력을 다해 모든 것을 투쟁으로 격파할 수밖에 없었죠. 나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것을 조합원들이 처해 있는 현재 상황과 요구를 나름대로 객관화 시켜내고 그 속에서 현재 우리가 하지 않으면 안될, 반드시 해야 될 문제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조직역량이나 여러 조건들을 검토하면서 그에 따른 적절한 전술들을 구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대단히 강경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너무 유연하다고 지적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나는 내 나름대로 내 판단이 잘못돼 가지고 일어나는 문제들 말고는 대중운동으로서 지켜야 할 원칙에 충실하면서 일을 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고요."

단독 출마가 확정된 뒤 일간지들이 민주노총의 3기 노사정위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신문인터뷰에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유연하게 대처하겠다 이런 말씀도 하셨던데 ….

“어디서 어떤 말을 인용했는지 나는 그 일간지들에 인터뷰 한 적도 없고, 자기들 나름대로 쓴 것 같은데…, 노사정위원회 문제는 지금 언급할 시기가 아니고 전혀 고려한 적도 없습니다. 현재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 탈퇴가 공식적 입장이고 아직도 유효합니다. 나는 노사정위문제를 별도의 사안으로 검토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까 언급한 노동운동발전전략위원회 같은 곳에서 우리의 정체성과 중장기적 과제 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대 정부, 대 자본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 우리들의 기틀을 확보해 나가기 위한 전략과 전술을 어떻게 수립해나갈 것인가 하는 논의의 과정에서 하나의 각론으로 검토할 수는 있지만, 특히 한국노총이 들어갔다고 해서 상황논리에 밀려 들어가야 한다, 안 들어가야 한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영삼정권 노개위 때부터 ‘들어간다’, ‘안 간다’로 논쟁하면서 소모적인 면이 많았습니다. 이제는 노사정위 문제를 가지고 더 이상 혼란을 거듭해서는 안됩니다.”

대우그룹이 그룹해체의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사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재벌기업의 구조조정이 재벌개혁이라는 측면과 고용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측면이 동시에 존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양 측면이 모순적으로 충돌한다고 해서 어느 하나를 선택할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해체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어느 정도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나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재벌체제의 유지 또는 현재의 구조가 꼭 필요하다는 식의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재벌개혁이든 해체든 지금보다 훨씬 강도높게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 대신 고용문제는 별도의 문제로 해결해야죠. 재벌해체한다고 해도 그날부터 폐업시켜 버리고 공장 문 닫고 파괴시켜버리는 게 아닌데 마치 양자택일의 문제인 양 접근하는 것은 안 되는 거죠. 대우그룹 해체한다고 해서 대우자동차 문닫아버리는 게 아니잖아요. 공장은 유지되는 거예요.”

IMF체제 아래 김대중정부가 들어서면서 일관되게 일단 20%가 희생하고 좋아지면 전체가 덕본다는 논리를 펴왔는데요. 가령 김대중정부의 개혁이 대충이라도 노동운동 진영의 요구, 국민들의 요구와 맞는 쪽으로 진행되고, 그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노동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축소해야 한다면 ….

“그건 철저히 자본위주의 생각이죠. 자본의 존속을 위해 20%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 않아요. 우리가 일반적인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인력 감축을 통한 비용절감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게 문제지요. 실제 우리 경제구조가 저효율 고비용이라고 그러는데 그 고비용이 인건비 탓이냐, 그건 아니다, 이건 모두가 인정하는 거 아닙니까? 우리가 그동안 끊임없이 기업의 민주화를 요구해왔고 기업의 효율적 운영을 요구해왔는데 구조조정 그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특히 실업에 대해 어떠한 사회적 보장도 이루어놓지 않은 상태에서 인력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니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고, 정말 김대중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이 우리가 요구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100% 맞지는 않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올바른 방향으로 경제 민주화를 하겠다면 우리는 적극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고 재벌들의 목소리도 우리가 앞장서서 줄여줄 수도 있어요.”

고통분담이라는 말을 흔히 하는데, 개혁을 위해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넘어서 가정이지만, 손해를 감수할 용의도 있다는 말인가요?

“그건 개혁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봐야겠죠.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놓고 이것은 같이 힘을 실어볼 필요가 있다면, 그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노동자들이 그렇게 이기적이지 않아요. 다만 전 국민적인 요구를 중심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는 여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못한 것이지 민주노총은 물론 노동자들의 가슴은 열려 있고 폭 넓어요. 항상 노동자 농민 빈민 중산층들의 요구들을 다 고민하고 있는 겁니다. 우리들의 이해만 집착해서 모든 일을 진행하지는 않습니다. 전 국민적이고 전 민중적인 이해와 요구를 우리가 대변해야 된다면 해야죠.”

민주노총 50만 조합원이라고 하고 굴지의 대형노조들이 참여하고 있지만 조합의 이해를 뛰어넘는 어떤 사회적인 이슈 등에는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거나 안 하고 있다는 ….

“민주노총이 걸어왔던 과정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자기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끊임없는 투쟁의 과정을 통해 양적으로는 확대돼 왔지만 질적으로 운동의 영역을 확대시키는 여유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 전체 노동자들의 사고가 본디 폐쇄적인 게 아니라 그동안 걸어오는 과정에서 제한적인 사고를 해오면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당면한 임단투라든가 고용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다른 것들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시기가 (활동영역을) 넓혀나가려고 발돋움하는 시기 정도라고 보면 됩니다. 이 과정을 조금 지나면 노동운동도 상당히 발빠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여력이 생길 겁니다."

역사적인 맥락에서 노동운동의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씀에는 동의하지만, 민주노총이 대규모 사업장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들은 비교적 생활이 안정된 편인데 자신들의 임금문제 근로조건문제 등에는 민감하지만 이에 비해 자기공장 밖, 우리사회 기층의 문제들에 대한 폭넓은 연대나 배려 등에 대해서는 둔감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대공장 노동자들의 임금수준이 높다고 선전하지만 10시간, 12시간 철야로 잠 못자고 일해서 받는 총액을 가지고 그들의 일반적 소득수준이 높다고 선전하는 식은 잘못입니다.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임금이나 노동조건보다는 조금 낫죠. 그런데 다 개별화 돼 있는 (영세사업장)사람들의 요구를 대변하는 일이 잘 안되고 있습니다. 노조가 국민 일반의 요구를 자기 요구로 받아들이는 일도 잘 안되고 있습니다. 왜 안되는냐, 핵심은 기업별 노조라는 구성단위에 모든 의사결정과 집행의 권한이 여기 다 있다 보니 모든 것이 자기 요구, 자기 기업 중심으로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별 노조의 한계가 현재 우리 노동자들의 차이를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업별 노조를 깨고 산별로 가자는 것, 그리고 미조직 노동자들이 모두 개별화 돼 있는데 이들이 조직화 되고 그들의 요구를 모아 그 요구를 토대로 투쟁들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민주노총에서 미 조직 노동자들의 조직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향후 미조직 노동자가 노동운동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수 아니냐, 만약 미조직 노동자들을 조직하지 못한다면 조직노동자가 자기중심적으로, 특히 자본이나 정부의 탄압을 견딜 수 있는 대규모 사업장 정규직 노동자 중심으로 편향돼가고, 그러면 노동운동의 전망도 밝지 않을 겁니다. 산별노련 체제로 가는 것과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가 민주노총의 조직적 과제가 될 겁니다.”

진보정당이 발기인 대회를 했고 창당을 앞두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이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여러 가지로 달라진 조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진보정당이 출범하면 기존 민주노총의 역할들이 이월되거나 조정됩니까? 그리고 다른 계층, 세력과의 연대 등 진보정당의 노선과 방향은 어떻게 될 전망입니까?

“오래 전부터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번의 민주노동당이 실패하지 않고 대중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고 힘있게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진보정당이 결성되고 정상적인 당무 활동을 하게 된다면 여러 가지 민주노총하고 사업 내용적으로 중복되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것을 도식적으로 구분할 문제는 아니고, 현재 구성을 봐도 노동자들이 50% 이상 참여하고 있고, 노동자들의 요구를 중심으로 하는 제 세력들의 정당이 되지 않겠느냐, 정당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들을 잡고 있는지 몰라 가지고 말하기가…, 우리가 진보정당을 만드는 것은 또 하나의 야당을 만들자는 게 아니고 분명하게 이 사회의 진보적 발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해 나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자는 것이니까 단순히 정당으로 존속될 수 있느냐 없느냐만 집착하면 정말 진보적 정당으로 결집돼야 할 역량들까지도 손실될 우려가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야당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합니다. 내 욕심으로는 노동조합 활동을 계속해왔고 노동운동이라는 환경 속에서 계속 일을 해왔기 때문에 진보정당이 보다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 등 기층민중들의 실질적 요구들을 대변할 수 있는 그런 정당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창당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기대 못지않게 우려들도 큰데… .

“구속돼 있다 나와서 실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모르겠어요. 민중당도 하다가 좌절되기도 했지만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같은 틀 속에서의 활동 경험이 없는 제 세력들이 모여 있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사물을 바라보는 판단의 근거라든가 관점이 여러모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그런 구성 조건들, 과정의 문제로 혼란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문젭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 있습니까. 정말 진보정당을 만들어야겠다면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최대한 지혜를 모아 만들어나가야지, 우리는 서로 상호비판하면 다 수용할 수 있는 사람들인데, 나는 충분히 잘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김대중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 이상 지났는데 개인적으로 김대중정부의 1년반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이웃집 처녀 믿고 있다가 장가 못간다고, 김대중정부 믿고 있다간 전체가 다 망하게 생겼어요. 물론 다른 정권에 비해 재벌들에게 약간의 목소리를 높인 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지금 하고 있는 경제개혁이라는 것이 우리가 볼 때는 실제 신자유주의 정책에 철저히 종속돼 있고, 말로는 개혁이지만 실제는 개혁이 아닌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성이라 했던 호남쪽의 지지율이 이제는 40%도 안되는데, 이게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 아닙니까.”

내년도 상반기에 임투 때도 순탄치 않은 일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보수적인 제도언론들의 편파보도 탓도 있겠지만, 지난 번 지하철파업 때도 여론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헤쳐가실 생각입니까?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같은 신문을 아예 만들어버릴까요? 하하, 하여튼 우리나라 언론의 구조가 기본적으로 대단히 보수적이고 이런 언론이 전체 여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들의 정당성을 국민들에게 올바로 선전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란 사실 불가능하죠. 그러나 그동안 너무 규정적으로 봐버리고 이건 해봐야 먹히지도 않고 안 되는 거다, 이러면서 사실 포기한 측면도 있죠. 앞으로는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사실 우리도 전국적인 조직으로 다 형성이 돼 있고, 수공업적이지만 적극적으로 우리의 요구와 정당성들을 끊임없이 펼쳐나간다면 일정정도 공감대를 만들어내지 않겠느냐, 전국민적인 공감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노동자들이 밀집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라든가 그런 부분들에서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 않느냐, 지금까지 아예 포기해버렸던 대국민 여론조성이라든가 공감대 형성 등도 앞으로 투쟁을 해나가면서 하나의 중요한 사업으로 치러나갈 생각입니다. 그래도 안되는 건 도리가 없지요. 나중에 신문사나 방송사를 하나 세우던가….”

시민운동에 대한 솔직한 생각들을 말씀해주십시오. 앞으로 시민운동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실 생각입니까?

“내가 그동안 솔직하지 못했나? 하하. 시민운동도 대단히 중요한 영역이죠. 예를 들어 참여연대의 소액주주운동 같은 활동들 대단히 중요한 것이고 환경운동연합에서 하고 있는 환경운동, 실제 노동자들이 환경운동에 앞장서야 하는데 아직 여력이 없어서 못하고 있어요. 그대로 방치시켜 놓는 것을 환경운동단체들이 있어서 그걸 채워주는 거죠. 나는 한번도 시민운동 자체를 경원시 한다든가 부정한 적은 없어요. 요구의 수준들이 우리하고 다를 수는 있다, 다르기 때문에 노동운동진영과 시민운동이 연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민주노총도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요구수준과 맞지 않는다고 무조건 단절시키고 우리끼리만 하려는 것은 노동운동 자체를 고립시키는 겁니다. 민주노총은 이후에 연대의 폭을 최대한 넓혀 시민운동과 같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고리로 어떤 이상적인 연대의 틀을 만들어 갈지, 이게 참 간단치가 않아요. 방법을 찾아봐야죠.”

김성희 본지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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