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06월 1999-06-01   778

회원서비스 잘하면 돈이 보인다

회원서비스 잘하면 돈이 보인다

"Membership service is art.”한국의 시민단체중 회원모집에 나름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환경운동연합 유수훈 조직국장은 지난 3월 태평양을 건너가 미국 씨에라클럽 총재로부터 한수 배웠다. 회원관리는 곧 ‘예술’. 아니 ‘관리’란 용어도 ‘서비스’로 고쳐졌다. 회원을 고객처럼 여기고, 회원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서비스정신에 입각해 전문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IMF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에게 이처럼 가슴에 와닿는 말은 없다. 게다가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란 지적도 받아왔다. 재정을 해결하면서 ‘운동’을 해야하는 시민단체들에게 회원모집은 두 마리 토끼인 셈이다.

유 국장이 벽안의 시민운동가로부터 배운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소비의 경제학’ 소위 ‘돈줄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효과적으로 쪼개 쓸 수 있는 지혜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는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최근들어 회원관리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지만, ‘지속 가능한 소비’를 고민할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정부·기업의 예산지출 내역만 감시할 게 아니라 스스로도 끊임없이 돈의 쓰임새를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위 메이저급 시민단체들의 재정구조를 한번 들춰보자. 시민단체들은 회원회비, 정부·기업으로부터의 프로젝트, 후원금, 수익사업 등으로 재정을 마련한다. 이중 시민단체들이 가장 목말라하는 것은 역시 회원회비. 이는 단순히 ‘돈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운동의 확장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기업으로부터 상대적 독립성을 갖기 위해선 회원확보가 필수이다. 그만큼 영향력도 커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의 형편은 그렇지 못하다. 경실련의 경우 지난해 7억 원의 예산 중 회비 분담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1억 9,000만 원. 그나마 ‘후원의 밤’ 행사를 통해 거둬들인 2억 5,000만 원이 없었다면 IMF의 첫해를 넘기기가 무척 고달펐을 것이다. 정부·기업 프로젝트는 1억 5,000만 원이다. 이는 회비와 비슷한 수치. 최근들어 경실련사태 때문인지 회원 가입 추세도 다소 주춤하다. 재정난이 심각해 3월경 임원들이 긴급 모금형식으로 주머니돈을 내놓기까지 했다.

경실련은 앞으로 가칭 사회개혁단을 꾸려 풀뿌리 로비활동을 벌이는 한편 이를 회원조직화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운동’과 ‘돈’을 한꺼번에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녹색연합의 재정구조도 흡사하다. 지난해 실제 예산은 8억여 원. 지난해 회비 수입은 1억 2,000여만 원에 그쳤다. 특별모금 등 후원금이 8,000여만 원. 연구소, 출판사 등이 독립재정으로 돌아가는 것을 감안하면 본부예산 5억여 원 중 회비와 후원금이 40%를 차지한다. 프로젝트 수행비도 약 2억 원가량.

녹색연합 최승국 국장은 “올해말이면 순수회비만 월 2,000여만 원씩 끌어올릴 예정이며, 후원금 포함해 3억여 원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프로젝트를 받는 것은 운동을 벌인다기 보다 재정확보 측면이 많기 때문에 내년에는 50% 수준으로 떨어뜨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활동가 월급은 ‘생계비’

환경운동연합은 상근자들의 월급을 ‘생계비’라 부른다. 상근자들의 월급은 평균 60∼70만 원선. 대기업 기본급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보니 생계비라는 말이 되레 적합할 듯하다. 그렇다고 환경운동연합의 재정규모가 다른 단체들에 뒤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모도 크고 재정사업도 활발하다. ‘생계비’ 역시 다른 단체에 비해 많은 편이다.

북한산, 도봉산, 우리꽃 박람회, 심지어 백화점 등 사람이 많은 곳으로 달려가 무작위 시민들을 대상으로 회원모집 활동을 벌여왔고, 지난해의 경우 매달 1,000여 명을 회원으로 가입시키기도 했다. 소위 ‘길거리 캠페인’이 효력을 발휘한 셈이다.

동강댐 건설 반대운동이 본격화되던 지난 2월부터 ‘동강지킴이’를 모집해 현재 1,00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중 절반은 회원 예비군인 ‘비회원’. 시민운동의 저변을 넓히면서 회비를 확보해나가는 방식이다.

지난해 수입은 약 8억 원. 회원회비가 이중 50%였다고 환경련 관계자는 전한다. 그나마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의 세입 대비 회비비율이 높은 것은 공격적 회원확보전략 덕택이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기업 프로젝트 비율이 30%가량이나 되고, 그외 수입은 농수산물 판매, 일일호프 등의 사업성과이다.

참여연대의 경우는 다른 단체에 비해 프로젝트 비율이 낮고 회원회비 납부율이 높은 편이다. 현재 사무국 재정 7억 7,000여만 원 중 65%가 회원회비 또는 후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의 경우 총리실 등에서 2,900여만 원의 프로젝트를 지원받고, 기업 프로젝트는 전혀 없었다. 또 시민단체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올해 행자부 프로젝트 공모에서 빠졌다. 정부의 직접 지원은 자칫 시민단체의 ‘관변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시민단체, 관변단체 지원에 들러리?

사실 이같은 우려는 대부분 시민단체들이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운동을 열심히 해도 그 성과가 곧바로 회원확대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 시민단체들의 고충이다.

지난해 경실련이 국회의원들의 국회공전 책임을 물어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뇌사국회’라는 국민의 성토가 폭주하던 시점이었다. 경실련이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를 고발한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의 지지전화가 빗발쳐 불통사태까지 벌어졌다.

경실련이 소송비용으로 쓴 돈은 800여만 원. 시민단체로서는 큰 액수다. 경실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명동으로 나갔던 적이 있다. 연명으로 고발할 시민들을 찾으면서 이들에게 1,000원의 기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운동을 벌이면서 모금활동을 통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겠다는 것. 하지만 이는 불발에 그쳤다. 1,000원을 낸 시민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시민의식과 시민운동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다. 다행히 200만 원을 선뜻 기부하겠다는 시민이 나타나 소송비용을 다소 덜기는 했다.

최근 시민운동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회원이 다소 늘어가는 추세지만 회비만으로 상근 인력들의 ‘생계비’를 대기에도 역부족이다. 일부 단체들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원봉사자를 적극 활용하려 들지만 이역시 활성화되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필요하다.

정부의 직접 지원에 거부감을 표명해온 시민단체들이 최근 행정자치부의 프로젝트 공모 사업에 구름처럼 몰린 것도 그만큼 절박하다는 표현일 수 있다. 하지만 민간보조 예산 150억 원(중앙, 지방 각각 75억 원) 중 절반가량이 관변단체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사이에선 관변단체 지원에 들러리 선 게 아니냐는 비아냥도 흘러나오는 실정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그간 주장해왔던 ‘간접지원’ 방식을 스스로 부인한 꼴이 됐다.

그렇다면 시민운동 재정확보의 가장 바람직한 방식은 무얼까. 정부·기업 프로젝트에는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돈이라는 단서가 붙지만 왠지 선뜻 받기에는 찜찜한 돈이다. 게다가 그게 직접지원 형태를 띠게 되면 시민운동의 자율성이 훼손당할 우려가 있다. ‘회원회비’가 대안이다.

물론 이는 시민단체의 노력만으로 달성될 수는 없다. 시민의식의 성숙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팔장만 낀 채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회원 서비스가 예술’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회원확대 프로그램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프로젝트 공모사업에 대해서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시민단체들이 그간 주장해온 면세혜택 등 간접지원 방식을 관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혜택’은 직접지원보다 더 크다는 게 시민운동가들의 주장이다. 가령 녹색연합의 매달 임차료는 500만 원. 연 6,000만 원이다. 여기에 통신비를 더하면 1억 원이 넘어선다. 또 정부가 시민단체의 법인화 요건을 완화한다면 기부자의 세금이 공제돼 보다 많은 기부를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시민운동에게 자생 기반을 부여하는 것이다.

얼마전 한 일간지에 시민운동가의 개인적 삶이 짧은 박스물로 보도되면서 며칠 사이에 400여 명에 가까운 회원이 그 단체에 가입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시민운동의 저변이 그만큼 확대됐다는 반증일 수 있다. 시민운동이 정착되면서 정부와 기업의 지원 역시 늘어나는 추세지만 이와 독립된 ‘제3섹터’로 자리잡으려면 회원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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