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9년 11월 1999-11-01   740

홍사장 표적수사는 중앙일보죽이기

조현욱 비대위 위원장

홍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 사내 분위기는 어떤가?

“기자들의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정부의 언론탄압이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는데 외부의 신문방송 등은 매우 편파적으로 또 적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가장 중요한 아젠다는 정부의 핵심 고위공무원이 언론사의 인사와 지면에 직접적으로 간여, 개입, 압력을 넣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그건 그렇고, 너희는 잘한 게 뭐 있냐는 것은 피해자를 대하는 악독한 방법으로 사건의 본말을 전도하는 거다. 그런 악의적 시각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본말의 전도? 대다수 독자들은 중앙일보가 그동안 박 장관 물컵사건 등에 대해 침묵해오다 유독 홍 사장이 구속된 이후 언론탄압이라 주장하는 바에 대해 적잖이 실망하는 눈치다.

“첫째는 그때 바로 대응했어야 맞고, 둘째는 지금이라도 대응하면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것은 직권남용의 범죄행위인데 그걸 언론계 최초로 뒤늦게라도 밝힌 행위는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칭찬받아야 하고, 드러난 사실에 대해서는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왜 이제와서 그러냐고 한다면, 모든 양심선언자는 나쁜 놈이란 말인가? 양심선언이란 게 다 사건이 끝난 후에 하는 건데…. 다만 정부가 홍 사장을 표적수사해 중앙일보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는 장면에서 정부의 언론탄압 실상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거다.”

정부가 왜 중앙일보를 표적수사했다고 보는가?

“직접적으로는 97년 대선때 밉보였고, 또 반대후보에 대해 우호적이었던 게 괘씸한데다 새로이 정권을 잡은 만큼 시키는대로 비위를 잘 맞춰야 하는데 인사건 지면이건 계속 저항해왔다. 그래서 아, 과거에도 괘씸했던 자가 지금도 괘씸하고, 앞으로도 괘씸하겠다, 하는 점 하나. 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지작업을 해둬야 자기들이 매우 불리하다고 자체평가하고 있는 선거에서 승기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 또 하나 재집권을 위한 1단계 스텝으로 이 일을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지금 밝힌 두 이유라면, 『조선일보』도 표적의 대상이어야 한다.

“그건 너무 민감한 문제라 답변할 수 없다. 타사 문제와 관련해서는 대답하기 곤란하다. 하지만 ‘우리만’이라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다른 쪽에도 역시 일을 진행해 나가는 거다. 우리만이 아니고 왜 한꺼번에 하지 않느냐는 정권에 물어볼 일이지만….”

중앙일보는 독립언론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독립의 의미가 정치권력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면 재벌, 광고주, 사주로부터의 독립도 함께 얘기해야 하는 건 아닌가.

“정치권력, 재벌 모두로부터의 독립을 말하는 거다. 재벌로부터의 독립은 법적으로 이뤄냈지 않았는가. 삼성과 주식을 분리했으니까. 그러나 현재 가장 큰 문제는 재벌, 광고주 등에 의한 압력이 아니라, 정치권력에 의한 압력이다. 정부와 국세청과 검찰의 힘. 재벌보다 권력의 힘이 더 강대하다. 재벌은 그저 자기들 보도 나쁘게 나가는 것 정도만 신경쓰지만 정치권력은 그렇지 않다.”

비대위는 최근 11호 특보를 통해 ‘삼성의 신탁통치’를 우려했다. 이는 중앙일보가 그만큼 삼성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을 반증하는 것은 아닌가.

“첫째는 실제 그럴 수 있다는 거고, 둘째는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뭔가 영향력이 있을 거라는 거다. 일단 인척관계가 있으니까(이건희-홍석현 처남매부지간). 실제 저쪽은 많은 돈과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 그런데 그것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는 권력이 이것(중앙일보)을 자기들이 직접 장악해 운영하기 어려우니까, 권력이 비호하고, 압력을 넣고, 거기에 대리인으로 삼성이 나서 양측으로 압박을 가하면 결국 외견상 삼성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상은 정부가 주도할 위험이 크다는 거다. 권력측으로부터 그런 기도가 있었다는 걸 의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IPI에 보낸 서신에서 97년 대선당시 이회창 후보를 대놓고 지지한 사실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이는 한국현실에서 보면 명백한 위법행위인데, 마치 보편적 현실인 양 취급한 부분은 문제라고 본다. 사회적 공기로서 200만 독자에게 선거시기 특정후보를 유리하게 보도함으로써 파생된 부정적 측면에 대해 생각해봤는가?

“97년 대선때 이회창 후보에 대해 편파보도한 것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원론적으로는 특정후보를 지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 그때 누구를 지지한 것이 문제라기 보다는 사실관계에 있어 중앙일보가 특정인을 편파적으로 보도한 것, 그것이 문제라는 거다. 그 부분은 이후 공정보도위원회 보고서나 노보 등을 통해 지적된 바 있기도 하다. 당시의 잘못은 누구를 지지했느냐의 문제라기 보다는 편파보도가 문제였다.”

홍 사장 구속 이후 중앙일보 보도태도를 보면 경영진과 기자가 혼연일체 된 듯하다. 이를 두고 진정한 기자의식이 실종된, 종업원의식이 팽배한 ‘기자 샐러리맨화’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기자문화는 과거 지사형에서 점점 실무형으로 바뀌고 있고, 다시 말해 샐러리맨화 돼가고 있지 않느냐는 각성을 우리 내부에서도 하고 있고, 타사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그러나 일반론이라면 OK지만, 이 사태를 두고 환기됐다면, 그건 동의할 수 없다. 중앙일보 지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타당하고 훌륭한 일을 한 것’을, 뒤늦게 했냐고 지적하는 것은 아주 악의적이고, 우선순위를 못보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권력과 싸움하고 있는 판에 왜 자본으로부터 분리되지도 못했으면서 그러냐고…, 그 부분을 강조하는데 그건 시급성의 문제, 명백하게 현존하는 큰 위협의 문제를 옆으로 미뤄놓고 좀더 장기적인 과제에 해당하는 것들만 앞세워 현존하는 위협에 대한 논의를 회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론노동자들의 자사이기주의 아닌가?

“자사이기주의가 어떤가? 다만 그 이기주의가 공도를 해치거나 국민의 알권리를 해치지 않는다면 어느 사나 이기주의를 갖고 있을 테고, 자본주의라는 게 이기주의를 바탕으로 성립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이념을 부정하는 건 아니지 않는가?”

비대위 활동의 목표는 무엇인가?

“우선, 단기적 목표로는 탄압의 주범(박지원 장관, 박준영 공보수석)이 공직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적절한 인사조치가 필요하고(내용상 퇴진을 의미), 책임있는 사람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부적으로는 비대위 산하 기존 공정보도위원회를 확대해 지면지킴이팀을 만들었는데 그것이 중요한 기구로 자리잡고 있다. 그 활동을 활성시키고 언론의 정도에 좀더 가까운 지면을 만들려고 노력할 거다.”

구속 이후 홍 사장을 면회한 적이 있는가? 중앙일보의 지면에 대해 홍 사장은 뭐라던가.

“사장은 우리에게 감정에 치우치지 말라고 얘기했다. 정정당당하게 비판하지 우리가 당했으니까 보복한다는 식으로 하지 말라, 또 독자우선주의로 제작하고, 의도적으로 정부인사의 비리를 캐는 것도 정도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신에 대해서는 권력이나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아 이상한 인사를 한다는 의혹이 외부에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내 목숨 다음으로 중앙일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중앙일보에게 좋은 방향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게 홍 사장 얘기의 핵심이다. 부연하면, 홍 사장은 자신에 대한 생각보다 국가를 먼저 생각하라고 당부했다.”

홍 사장이 처벌받게 돼도 계속 사주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보는가?

“조사결과 전부 사실이라면 확정판결이 나기 전에도 사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우므로…, 그러나 도덕적으로 심각하게 비난받을 수준이 아니라면 또 뭐 그냥…, 그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해서 비대위가 홍 사장의 범죄행위가 명확히 드러났을 때 홍 사장을 거부한다거나 홍 사장 퇴진운동을 벌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지는 말라. 끝으로 한마디 덧붙이면 뭐 그렇게 순백의 처녀처럼 뻔뻔스런 주장을 했느냐는 느낌을 가질 사람도 있으리라 생각하는데, 전혀 흠이 없고, 무고한 사람이 이제 변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의 흠을 반성하고 앞으로 잘해야겠다고 하는데, 너 왜 이제 반성하냐고 하기보다 앞으로 노력하는데 힘을 보태줘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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