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8년 10월 1998-10-01   695

신용으로 팔고 삽니다

대안의 지역통화운동 실천하는 인천 인디텔 LETS

지역정보화사업을 국내 최초로 실현해 「정보통신문화 보급상」(국무총리)을 수상한 바 있는 인디텔은 중앙 집약적인 사업의 전개보다는 지역 의 자발적 시민 참여운동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면서 「지역통화거래 운동」(이하 LETS)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운동 역시 인디텔을 처음 만들 때처럼 지역특성에 맞는 운영방법과 규모로 시작해 널리 확산해 나간다면 실질적인 국민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LETS(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의 활용은 현재 국내에 불어닥친 IMF 실업사태 속에서 위기를 탈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실업자나 그밖에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상대방의 노동력, 지식, 기술, 상품 등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상호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준다. 특히 여기에서는 유통화폐만이 아닌 신용화폐(FM)의 거래도 가능하다.

음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한 방법이겠지만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아닐 것이다. 이들에게 생선만 제공하지 말고 낚시하는 법도 가르쳐준다면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업이 속출하고, 수입원이 적어지는 현재 일거리를 찾기보다 자신이 사회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을 알려주고, 타인이 제공하는 것을 내가 수용할 수 있다면 일거리는 만들어질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엇을 봉사할 것인가?’ ‘무엇

으로 기여할 것인가?’ 하는 식으로 사고를 전환한다면 일거리를 스스로 만들 수 있으며 수입 또한 늘어날 것이다. 다만 신용을 기본으로 봉사하고자 하는 마음일 때 LETS의 기본 취지는 성립될 수 있다.

신용을 전제로 한 유통개념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1983년에LETS 운동을 처음 시작한 캐나다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고 한다.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인플레로 물가는 오르고 일자리는 부족했던 당시에 마이클 린턴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LETS를 시작하였고, 현재 북미지역과 오세아니아 지역 그리고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최저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되기보다 상호 우호적으로 통용되고 있으며 신용을 기본으로 한 유통 개념으로 법정화폐의 보완적인 의미로 상용화되고 있다.

LETS에서는 FM(Future Money), 즉 신용화폐 거래가 기본이다. 신용화폐란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현금 이외에 신용을 동시에 결제수단으로 사용하여 처리하며 일을 많이 해준 사람의 FM 잔고는 ‘+’로, 일을 많이 제공받은 사람은 ‘―’로 적립된다. FM 잔고가 많이 적립되어 있다고 이자가 느는 것도 아니고, 잔고가 ‘―’라 해서 빚을 지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간접적인 신용평가는 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절대 평가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이용자 상호간의 거래 상황이며 잔고가 많은 사람은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에서 축적된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일을 만들어주면 될 것이고, 잔고가 부족한 사람은 사회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회원들이 제공한 일이나 사회복지시설에서 열심히 일하면 된다. 이것이 LETS가 지향하는 방법이며 우리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사회다. LETS는 미래의 꿈이나 이상이 아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살고 있는 현실의 실제 상황이며 우리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급 피아노조율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김모 씨는 1회 조율비용으로 5만 원을 받는다. 그러나 LETS는 게시판을 통해 현금 2만 5,000원과 FM 2만 5,000원으로 광고해주었다. 우선 조율비용이 싸기 때문에 신청하는 회원이 많았다. 따라서 김모 씨는 많은 일거리를 받게 되었으며 회원들은 싼값에 피아노 조율을 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현금 2만 5,000원은 거래 즉시 지불하고 김모씨의 FM계좌에는 +2만 5,000원이 적립되며 이용한 회원의 계좌에는 ―2만 5,000원이 적립된다. 김모 씨는 자신이 적립한 계좌의 신용화폐로 회원중 한명을 소개받아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같은 조건으로 차량 정비를 받을 수 있다.

교환화폐로서의 LETS

또 한 예로 중국에서 국내로 시집온 조선족 이모 씨는 중국어 회화를 지도해 주겠다고 신청했다. 조건은 현금 없이 100% FM으로 해주고, 대신 한국어 개인교습을 FM 100%로 해주고자 하는 회원을 찾고 있었다. 신청 즉시 요청이 쇄도하고 바로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원모 씨와 거래가 성립되었다. 두 사람은 한국어와 중국어 개인교습이 끝나는 대로 컴퓨터 강좌까지 예약을 해놓았다고 한다.

그밖에 대학생이 하숙집 자녀의 학습을 도와주고 그 대가로 식사를 무료제공받고 있으며, 산지 농민과 운송 사업자 그리고 도시의 실수요자 간에 직거래로 상호 보완적인 이익을 보고 있는 사례도 있다.

또한 산학협동의 일환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대학교수는 자신이 전공한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에 제공해주고 기업에서는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전문기술 부문에 대해 자문 또는 지도를 받아 생산력과 경쟁력을 높인다면 새로운 고용을 창출할 수 있어 실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대학교수는 산업현장의 실데이터를 자신의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현재 자원봉사단체와 공공근로사업현장에도 LETS제도를 도입하여 노력의 대가로 FM을 제공하고, 본인 스스로 일거리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관계단체와 협의중이다. 이렇듯 LETS의 FM은 많은 일거리를 창출해 내고 신용을 쌓아준다.

상부상조하는 푸른 삶 만들자

인천지역에서는 대학교, 종교단체, 시민운동단체, 모임 등 단위별로 구성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지도, 안내, 교육하고 있으며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으로 서울의 미내사(국내최초의 운영모임), 불교환경교육원, 민들레 교육통화, 청년정보문화센타, 구리YMCA, 대구 로타리클럽, 여수 동백신협 등 기존에 활동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전국의 단위 LETS 관리소에 관리 프로그램을 제작하여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정보제공과 교류를 인터넷으로 활용하고자 인터넷 홈페이지(www.inditel.net/lets_korea/)도 마련하여 게시판을 공동 운영할 계획이며, 단위 LETS간의 교류를 확대하여 많은 일거리를 제공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자 한다. 관리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다운받을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우리의 현실은 신용보다 현금만이 우선시되어왔고, 현금만이 만능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현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삶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황금 만능주의보다 신용이 바탕인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인디텔의 작은 노력이 풍요로운 삶을 영위하고, 상부상조하는 인간다운 삶(Green Life)을 추구하려는 우리 사회 공동체의식의 초석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와 많은 사람이 LETS에 참여하여 우리 조상들의 품앗이, 두레제도의 정신을 되살리고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강형원 인디텔 LETS운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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