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1997년 01-02월 1997-01-01   1090

연재기획-검찰 개혁 여섯 가지 과제

‘검사윤리강령’,’총장 인사청문회’ 도입해야

검찰개혁 논의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치적 안정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정치현상을 포함한 모든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그 곳에는 항상 검찰의 문제가 끼어 있었다. 검찰 조직에 대해 개혁논의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검찰이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검찰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검사는 검찰권을 행사하는 국가기관이다. 범죄수사부터 재판에의 참여와 선고된 형의 집행에 이르기까지 형사사법절차의 전단계에 관여하게 된다. 수사단계에서는 수사의 주재자로서 사법경찰관리를 지휘감독하며, 수사결과 공소제기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하고, 공판에서는 피고인 및 변호인과 대립한 당사자로서 법령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고, 재판이 확정되면 형의 집행을 지휘감독하는 광범위한 권한을 갖는다.

따라서 검사는 그 권한을 사용함에 있어 공정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 이유는 국가의 형벌권을 발동시킬 수 있는 권한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검사와 관련된 모든 형사소송법적 제도는, 적극적으로 검찰권 행사를 위한 권한의 부여에 의의가 있지만 소극적으로는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위한 권한의 통제로 이해해야 한다.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제도적 장치는 크게 두 가지 이념에 근거해야 한다. 하나는 민주성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적 중립성이다. 검찰이 민주적이어야 한다는 이유는 모든 국가권력이나 기관과 마찬가지로 그 존립의 근거가 국민에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국가에서 검찰이란 실질적 법치주의의 실현으로 국민에게 질서와 안정을 통해 행복한 생활을 확보해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민주적 검찰은 권위주의와 수사편의주의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검찰의 중립성은 좀더 현실적인 문제인데, 여기서는 독립성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로 이해한다. 좁은 의미로만 본다면 중립성이란 검찰사무를 처리하는 데 한 쪽에 편향적이지 않는다는 것이고, 독립성이란 정치적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은 항상 논의돼온 문제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검찰권과 그 행사의 본질에서 유래한다. 수사와 기소, 그리고 형의 집행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그 권한을 형평에 맞게 독립적으로 행사해야만 실질적 법치주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다. 애당초 검찰에 그러한 권한을 집중시켜줄 때에는 중립성과 독립성을 유지한 행사가 전제돼 있다.

둘째는, 지금까지 우리의 검찰역사, 특히 군사독재시절부터 비롯된 치욕적인 경험에서 그 요청은 더욱 절실해진다. 이러한 경험적 이유는 바로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의 근거가 된다.

검사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주로 직접 검찰청에 출입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이 느낀다. 검찰단계에서부터 사건을 수임해 처리해본 변호사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해자나 고발자들이 부딪친 벽은 대체로 정치적인 영향일 수 있다.

검찰의 조직과 인사의 문제를 거론해보자. 우선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저해할 뿐만아니라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가로막는 주된 요인이 된다. 검찰의 조직은 출퇴근에서부터 업무처리의 결재과정까지 마치 군대조직을 연상케 한다. 수년 전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을 수사하던 어느 검사는 구속만기일에 이르러 피의자에 대한 무혐의 결정을 한 후 퇴근했는데, 검사장이 같은 검찰청 소속 다른 검사로 하여금 전격 기소를 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 온당하지 못한 명령과 그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검사의 소신도 문제지만, 소신을 밝힐 경우 편법을 동원하는 검찰권력은 더 문제다.

소장 검사들은 보직을 새로이 부여받을 때마다 서로 모여 각오를 다짐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각오는 검찰의 조직과 정치적 관행에 묻혀 현실과 타협해버리기 일쑤다. 그 이유가 인사상 불이익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소위 한직으로 물러나거나 시골로 쫓겨가게 되면 그 다음 승진이 우려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검사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사지향적으로 변모하고 마는 것이다. 그러한 폐단을 없애보고자 검찰청법을 개정해 일부 직급을 없애기도 했지만, 정기인사를 앞두고 같은 기수 사이에 인사서열에 관한 괴문서가 나도는 것 등 이는 실질적인 폐단 개선에는 별 효력이 없었다.

검찰총장의 임명은 검찰의 총수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다. 검찰총장을 자신의 참모 정도로 여기고 인사권을 휘두르는 임명권자나, 검찰총장직을 검찰의 마지막 지위가 아니라 출세를 위한 교두보로 여기는 고위 검찰간부들 모두 각성해야 한다. 때문에 검찰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마련한 게 검찰총장의 2년 단임 임기제다. 그러나 그 임기를 제도의 취지에 맞게 끝마치고 나간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또 검찰내부의 결재와 보고의 문제도 사실상 중요하게 거론된다. 검사는 단독관청임에도 불구하고 검찰 내부에서는 사건의 종결시 규칙에 정해진 계통을 따라 일일이 결재를 받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사소한 잡범을 기소유예할 경우에도 주임검사는 몇 번씩 결재권자의 방을 드나들어야 한다. 결재제도가 경험이 많은 상사 검사로 하여금 한 번 더 거르게 하여 사건 처리의 객관성과 통일적 법적용을 확보하고 항고 등의 불복을 줄인다는 지도적 측면에서 긍적적인 부분이 없진 않으나, 현실에서는 구체적 사건에 있어 주임검사의 재량에 따른 소신을 제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검사는 사건의 처리와 관련해 일정한 보고를 해야 할 업무도 담당하고 있다. 일정한 사건에 대해 발생 수리 처분 재판결과에 따라, 각급 검찰청의 장은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 장관에게 단계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법무부령인 검찰보고 사무규칙에 규정된 보고대상 사건은 현재 12가지로 법무부소속 공무원 범죄, 판사나 변호사의 범죄, 국회나 지방의회 의원의 범죄, 기관장이나 4급 이상 공무원의 공무관련 범죄, 주한미군관련 범죄, 각종 공안사건 등에다 정부시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만한 사건, 특히 사회의 이목을 끌만한 사건, 범죄수사나 공소유지 또는 검찰정책의 수립 및 운영에 참고될 사건 등이 망라돼 있다.

이러한 보고업무가 일선 검사 업무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보고 잘 하는 검사가 유능한 검사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큰 비중을 부여하기도 한다. 물론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검찰총장이나 법무부 장관이 파악하고 있어야 할 필요는 있다. 그러나 현행 보고체계는 너무 광범위하여 구체적 사건에 관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만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규정과도 배치되고, 그 과정에서 정치적 압력이 개입될 소지를 열어주기도 한다.

이밖에 검사의 과다한 업무도 실질적인 내부문제로 지적할 수 있는데, 현재 검사정원법상 검사의 정원은 987명이며, 그 부칙에서 1991년부터 1995년까지 매년 40명씩 증원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검찰연감』에 의하면 1993년 12월 31일 현재 검사 정원은 907명이며, 그중 직접 수사를 담당하는 일반검사는 대략 649명이다. 그해의 연간 처리인원이 185만 9,987명이므로 1년간 검사 1인당 처리하는 피의자의 수는 2,865명에 이른다. 각 검찰의 형사부 검사실은 매월 말이면 미제(未濟)사건 처리로 불야성을 이루기도 한다.

검사의 과다한 업무량은 검사 수의 절대부족도 원인이기는 하지만, 다른 한편 경찰에서 조사된 내용을 무의미하게 반복함으로써 발생하는 수사의 비경제성 때문이기도 하다. 수사의 종결권은 검사가 가져야 마땅하나, 단순한 사건의 경우에까지 검사로 하여금 경찰의 뒷치닥거리를 하게 하는 관행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업무의 과다와 더불어 가장 문제로 지적되는 것 중의 하나는 입회계장으로 하여금 단독으로 각종 조서를 작성하게 하는 관행이다.

‘표적수사’, ‘뱀꼬리수사’, 실추된 신뢰

한편, 검찰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거의 극에 달했다는 느낌이 들 때가 가끔씩 있다. 그 불신은 대형사건이나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정치적 사건 종결 후의 의혹 때문만은 아니다. 사소한 권위주의적 태도에서 발생하는 불친절과 검사의 인권보장의식의 소홀에서 나타나는 것이 보다 근원적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일어난 권력형 범죄와 12·12 및 5·18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의 무기력과 정치지향적 결정은, 검찰 스스로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을 부인할 수 없을 지경에 다다르고 말았다. 그 결과 일부 정치인 사건에서는 ‘표적수사’, 국민적 의혹이 고조됐음에도 내사종결 등으로 얼버무린 노소영 씨 부부 외화반출사건 등에서는 ‘방목수사’, 상무대 뇌물사건과 같이 수사를 슬슬 기피한 경우에는 ‘뱀꼬리수사’, 양심선언 공무원에 대한 구속에 대하여는 ‘괘씸죄 수사’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권위를 의식하는 데에는 게을리하지 않는다. 아니 권위를 잃어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권위주의가 국민에 봉사하는 검찰상을 정립하는 데에는 반대로 작용하는 게 검찰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에 따라 검찰 내부에서 스스로 민원검사제를 두고 고소사건에서 고소인 조사를 즉시 처리하기도 하는 등의 바람직한 개선이 있기는 했다. 그러나 여전히 윽박지르고 고함과 욕설이 난무하는 검사실은 국민에게 두려운 장소로 비춰질 뿐이다.

검사실에서 작성된 피의자 신문조서는 당연히 증거능력이 인정됨에도 불구하고, 피의자에게 유리한 진술 내용은 제대로 기재되지 않는 게 허다하다. 잘못 작성된 조서 내용을 그 자리에서 발견하더라도 정정을 요구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긴급구속이 근년에는 연간 수천수백 건에 이른다. 사실상 체포장 역할을 하는 긴급구속의 의미를 되새겨보지 않는다. 그 요건을 따지고 드는 변호인에게 “법대로 하면 수사할 수 없습니다”라고 현직 검사가 얘기한 사실도 있다.

검찰청법과 검사동일체 원칙을 바꾸자

근대 사법 100주년을 기념하던 행사가 지나간 지도 2년째다. 따라서 검찰을 포함한 사법제도 앞날의 과제는 지난 100년의 반성의 결과에서부터 시작한다. 100년이란 긴 시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과이긴 하나 자축의 대상으로 삼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남겨두고 있다. 문제라는 것은 관료주의적이고 독선적이고 독점적이며 배타적인 타성에 젖은 제도 구성원의 입장에서는, 쌓아올린 성과에 비하여 부수적인 것으로 보여질지 모르나, 제도의 주인인 국민의 입장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때에는 실제로 고통까지 수반하는 중대한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그 존재의의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사회적 삶의 안정적 질서를 확보해줄 수 있도록 폐습과 악습을 과감히 고쳐야 한다.

제도의 개선, 특히 법률의 개정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제도 자체가 결정적인 원인은 아니라 하더라도 제도의 개선을 통해 현상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있다. 부분적으로는 제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가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상징적이고 자극적인 촉매는 될 수 있다.

현행 검찰청법은 1986년 전면 개정된 후 1995년 8월 4일까지 여섯 차례의 부분 개정을 거쳤다. 그러나 현행 검찰청법에는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 확보에 중대한 장애적 요소가 되는 조항이 있다는 것이 수차례 지적됐다. 그간 검찰권 행사의 현실이 만족스럽게 받아들여졌더라도 그러한 부분을 굳이 개정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검찰권 행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의심하는 현상은 쌓일 대로 쌓여 그 불신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형편 아래서는 국민들뿐만 아니라 검찰 자신을 위해서도 제도 개선을 통해 적절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르면 검사는 법률상 단독관청이면서 하나의 거대한 피라미드형 조직을 형성하고 있다. 검사가 단독관청이란 것은, 모든 검사는 자신의 사무를 단독으로 처리하며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의 보조기관으로서 처리하는 게 아님을 의미한다. 따라서 2인 이상의 검사가 있는 때에도 각자가 독자적인 권한을 가지고 검찰청을 구성하기 때문에, 검찰권의 행사는 항상 단독제에 의하며 합의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모든 검사들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피라미드형의 계층적 조직체를 형성하고, 일체불가분의 유기적 통일체로서 활동한다. 그럼으로써 단독관청인 검사는 전체의 하나로서 검찰권을 통일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사동일체 원칙의 존재 의의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균등한 검찰권의 행사다. 범죄수사와 공소제기 유지 및 재판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검찰권의 행사가 전국적으로 균형을 이루도록 하여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전국적 수사망의 확보다. 검찰사무의 내용인 범죄수사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수사망이 없으면 수사효과를 거두기 어렵기 때문에,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그러한 전국적 수사망 확보를 위한 전제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기능이 검사동일체의 원칙의 문제점들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선, 검찰사무의 균등성은 검사들 사이의 지시나 종속관계가 아니라 업무지침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달성할 수 있다. 그리고 전국적인 수사망도 검사나 검찰청 상호간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함으로써 확보할 수 있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은 이론상 단독관청이란 검사의 지위와도 부합하지 않고 상호모순이 된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이 검찰권 행사의 궁극적 주체를 검찰총장으로 귀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검사동일체의 원칙을 유지하는 한, 검사가 단독관청이란 의미는 단지 명목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이러한 모순을 독일의 법원조직법(GVG) 제144조에서처럼, “검찰사무는 모든 검사가 단독으로 처리하지만, 모든 검사는 각급 검찰의 검사장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검찰총장의 대리인(Vertreter)으로 행위하는 것”으로 이해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다. 그러나 대리인이란 개념도 단독관청과는 본질적으로 어울리는 것은 아니다.

상명하복과 직무 승계 및 이전의 문제

검찰청법 제7조 제1항의 규정은 검사들이 전국적으로 상명하복의 통일적 조직체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기초가 된다. 그런데 이러한 상명하복의 관계가 형사사건의 수사, 공소의 제기 및 유지, 형의 집행을 내용으로 하는 검사의 고유 업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문제다. 상명하복의 의무조항은 결국 단독관청으로서 검사의 업무처리를 검찰 고위층의 의사에 종속시킬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물론 이 조항의 해석상 검사는 상사의 적법한 명령에만 복종하고 불법한 명령에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그리고 상명하복 관계는 내부적인 지도 감독에 그치는 효력을 가지는데 지나지 않으므로, 상사의 명령에 위반한 검사의 처분의 대외적 효력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규정에 의한 검사 업무의 상사에 대한 종속의 위험성은 실무상 결재제도와 결합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조항은 삭제되는 것이 마땅하다. 검사는 단순한 법무부 소속의 행정공무원이기 전에 그 소송법상 지위의 사법기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합목적성의 필요성 때문에 합법성의 요청을 버릴 수가 없다.

검사동일체의 원칙에서 상명하복의 관계와 아울러 중요한 내용으로 규정돼 있는 게 직무의 승계와 이전에 관한 권한이다. 검찰총장과 각급 검찰청의 검사장 및 지청장이 소속 검사의 직무를 자신이 직접 처리할 수 있는 것은 직무승계권(Devolutionsrecht)이고, 다른 검사로 하여금 처리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직무이전권(Substitutionsrecht)이다. 이러한 권한은 상명하복 관계에서 발생한다. 상명하복 관계는 상사의 직무승계권과 이전권에 의해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규정은 직무를 수행하던 주임 검사에게 직무수행을 계속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발생했을 경우에 대비하여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이 조항이 구체적 사건에 있어 상사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될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경우가 현실적으로 자주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제7조 제1항의 상명하복 관계 규정을 삭제하거나 개정할 경우에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진실과 정의에 구속될 의무를 지닌 검사는 자신의 양심을 앞에 놓고 사실적 관점에서 공소제기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만 책임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급자가 직무승계권이나 이전권을 행사할 경우에는 그 이유를 서면으로 밝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로 인하여 직무수행을 중단하게 된 검사의 의견을 기재해 기록에 첨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후에 그 법적 또는 정치적 책임의 소재를 밝힐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직무승계권과 이전권 행사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검찰청법 제46조 제4항에는 검찰수사서기관, 검찰사무관, 검찰주사, 마약수사주사, 검찰주사보 및 마약수사주사보가 수사에 관한 조서작성에 있어 검사의 의견이 자기의 의견과 다른 경우에는 조서말미에 그 취지를 기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주임검사의 의견과 달리 직무가 승계되거나 이전되는 경우 그 사유와 의견을 기재하도록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인사청문회 열어 검찰총장 임명해야

검사는 조직상 법무부 소속의 공무원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다. 그러나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정치적 영향을 받기 쉬운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검찰청법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 감독할 수는 있되,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하도록 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조직 밖에 있기 때문에 그의 일반적 지휘 감독권에 대한 검사의 복종을 ‘외부적 지시종속성’이라 하고, 검찰총장의 지시에 대한 검사의 복종을 ‘내부적 지시종속성’이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상의 구분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함으로써 구체적 사건에 있어서도 검사에 대한 직접적 지휘 감독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검찰총장의 독립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한 우리의 현실에서는 정치적 공무원인 법무부 장관의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의 직접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서는 검찰총장도 지휘 감독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규정의 조치만으로는 실효성이 없다 하여도, 상징적인 의미는 가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검찰조직의 정점에 있는 검찰총장의 역할은 지대하다. 검찰총장이 정치적 외풍을 제대로 막아주어야만 실질적인 검찰권 행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였다. 검찰총장은 항상 법무부 장관과 밀월관계를 유지해왔고, 검찰총장을 거치고나면 반드시 법무부 장관이나 그에 준하는 공직을 맡는 것으로 인식됐다. 한 마디로 검찰총장직을 검사로서 마지막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지 않고, 정치적 출세를 위한 발판으로 여겨왔다. 그랬기 때문에 검찰은 항상 정치권력의 시녀라는 비난을 받아왔던 것이다.

검찰총장과 관련한 문제 중 검찰의 중립성이나 독립성에 비추어 가장 중요한 것은 임명방식과 실질적 임기제의 확보다. 검찰총장의 임기제는 1988년 대한변호사협회에 의해 제안됐고, 이것이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수용됨으로써 지금의 규정이 탄생했다. 그 취지는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으로 규정해 법률로 보장함으로써 임기중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직무를 수행하게 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는 민주적 소신을 가진 사람이 검찰총장에 임명될 경우를 전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임기제 실시 이후의 검찰총장의 짧은 역사를 살펴보더라도 잘 알 수 있지만, 임기제에 의해 임명된 검찰총장들은 모두 퇴임 후의 자리에 연연해 재임중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라는 국민적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인상이다.

따라서, 먼저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인사청문회를 반드시 거쳐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것은 공통된 의견이다.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절차는 청문절차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인사청문절차를 거침으로써 권력추수형 체질에 젖은 사람을 배제하고 실질적 법치주의를 신장시킬 수 있는 민주적 인사를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때 청문절차는 국회법에 따로 규정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실정 고려한 검사윤리강령 제정을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현행 검찰총장의 임기제를 철저히 보장하는 것이다. 임기중에 있는 검찰총장에게 다른 보직을 부여해서도 안 되고, 그런 이유로 사임해서도 안 된다. 따라서 검찰총장에 임명된 사람은 임기를 종료한 후 또는 임기 중 사임 등으로 검찰총장의 직무수행을 중단한 후 일정기간 동안 일정한 공직을 맡을 수 없게 해야 한다. 이때 유예기간은 정치적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검찰총장의 임기 등을 고려해 3년 정도로 하면 적절할 것이다.

취임을 제한하는 공직의 범위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굳이 검찰청법에 규정할 필요는 없고 공직자윤리법에서처럼 별도로 정하도록 위임하면 족하다. 이러한 규정을 두는 것은 고육지책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경위를 보아서는 불가피한 제도적 장치라 생각된다. 공직제한규정과 아울러 논의되는 것은 위헌성 문제이다. 그러나 그 입법취지의 현실적 필요성이나,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도 유사한 규정(제17조)을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위헌의 소지는 거의 없다고 본다.

현행법은 검사의 임명 및 보직에 관한 제청권과 임면권을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맡기고 있다. 검사의 인사에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만이 직접 관여하는 구조 하에서 검사의 정치적 독립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압력에 대항하는 검사의 소신은 바로 항명으로 간주돼버리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한 개정은 인사권을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으로부터 다른 곳으로 이전할 것인가, 아니면 그대로 두고 다른 방식으로 보완할 것인가가 먼저 결정돼야 한다. 개정의 취지를 살리되 개정의 용이성까지 고려한다면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의 제청과 임명에 관한 권한은 그대로 유지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견제장치로 현재 자문기구로 되어 있는 검찰인사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검찰인사위원회를 자문기구에서 의결기관으로 격상시켜 반드시 그 의결을 거쳐 임명하거나 보직을 명하도록 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검찰청법의 개정을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민주검찰로 거듭나기 위한 계기로 삼는다면 이 기회에 검사윤리강령을 제정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의 역사적 체험을 바탕으로 다른 나라의 예를 고려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검사의 직무에 대한 윤리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검사윤리강령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는 선언적인 것이어야 한다. 첫째, 공직자로서 검사는 그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되며, 특정인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해 집행해서도 안 된다. 둘째,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아서는 안 되며, 사적 이해관계에 연루된 사안에 대해 관여해서는 안 된다. 셋째, 오로지 유죄를 추구해서는 안 되며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사항도 충분히 조사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공헌해야 한다. 넷째, 법을 공정하고 형평성 있게 적용해 평등한 법의 집행을 실천해야 한다. 다섯째, 퇴임한 후에도 전관예우와 같은 연고주의적인 폐습을 이용해 치부해서는 안 된다.

차병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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