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선언자들을 돕는 호루라기

미국의 GAP(Government Accountability Project)

어느날 밤 한 마을 전체가 불에 타고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 마을의 한 여인은 그 화재는 누군가 일부러 일으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 여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데는 두 가지 단서가 있었다. 화재가 나던 날 밤 유조차가 집 근처에 세워지고 두 사람이 거기서 급히 뛰어내리는 것을 보았으며 화재가 나기 전에는 여자의 남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상한 피부병으로 고생하고 있었던 것에 주목했던 것이다. 그러나 보상금을 받고 빨리 화재의 참사를 정리하고 싶어하는 마을 사람들은 그 여자의 주장에 전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그 화재 사건은 그대로 덮혀 가는 듯했다.

여자는 보상금을 거부하며 담당 화재 보험회사 직원의 도움으로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그 화재는 경찰과 정부의 묵인 하에 한 화학공장주에 의해 저질러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화학공장은 폭력조직과 결탁하여 비밀리에 화학 쓰레기를 마을 근처의 강에 버려왔고 마을 사람들은 화학물질에 오염된 물을 마셔왔던 것이다. 그로 인해 여러 사람들이 원인 모를 피부병으로 죽어 갔고 결국 여자 자신도 그 병으로 죽게 된다. 이러한 엄청난 사실을 정부와 업자의 방해 공작으로 폭로하지도 못한 채…

이것은 사실을 토대로 만들어진 한 영화의 내용이다. 양심선언자가 혼자의 힘으로 회사와 기관을 상대로 싸워나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 영화에는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우선 양심선언을 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면 익명으로 할 것인지 이름을 밝힌 것인지 결정해야 하고 각각의 경우 입을 불이익과 이익을 잘 따져봐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로 구성된 GAP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양심선언자는 일이 진행되는 동안 이와 같은 선택과 고민을 수백 번은 감당해내야만 한다. 그것은 혼자 겪어내기에는 너무나 복잡한 과정이며 때로 매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또한 대부분의 경우 회사나 기관으로부터 협박을 당하며 그 자신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엄청난 괴로움을 겪게되며 심한 경우 생명을 위협받기도 한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GAP(Government Accountibility Project)은 이러한 양심선언자의 달걀로 바위치기와 같은 싸움을 좀더 싸워볼 만한 것이 되도록 해주는 말하자면 전략 참모 기관이다. 1977년 워싱톤시에서 시작되었으며 여러 명의 법률 전문가들이 상주하며 수백명의 공무원들과 민간업체 고용자들, 기초단체들의 폭로 활동을 지원해 왔다.

GAP이 지원하는 분야는 법, 행정, 환경 등 사회 전반의 거의 모두다. GAP은 지난 20여 년간의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으로 상담과 법조인 소개, 폭로될 사실과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과 기관에 대한 정보 제공,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통한 교육, 기존의 양심선언자와 활동가들을 통한 감시활동 등을 하고 있다.

이중 가장 중요한 활동은 양심선언자 지원 활동이다. 그 중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던 미해군의 여군 성희롱 사건도 들어 있다.

미해군 여성 성희롱 사건 폭로

주인공은 시몬스(Darlene Simmons) 중위로 루이지아나주에서 몇 년간 지방 차장 검사로 일하다가 연방 재판의 경험을 쌓기 위해 해군 법률 요원으로 입대했다. 해군 내에서 그녀는 뛰어난 활동을 인정받아 안보 담당 부장으로 임명된다.

그녀가 맡은 임무는 동료 장교들과 관찰 대상 장교들이 부당 행위를 하는지 규율을 어기지는 않는지를 감시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녀 자신이 부당 행위에 희생되었던 것이다.

여러 차례에 걸친 경고와 항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새벽 2시쯤 한 기혼 장교로부터 귀찮게 구는 다른 장교들로부터 보호해줄 테니 자신의 몸 전체를 마사지 해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받는다.

시몬스는 여러 통로를 통해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항의를 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시몬스는 GAP을 찾아 왔고, GAP은 이 문제를 법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보고 정치적인 통로인 하원의 군사 위원회의 청문회를 통하기로 결정한다.

결국 그 청문회를 통해 언론의 관심을 끌게 되었으며, 청문회가 실패로 끝난 후에 언론에서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 해군측은 그녀에게 사과하고 그녀에게 내려졌던 모든 부당한 조처를 철회했다.

이것은 GAP과 시몬스가 언론이라는 경로를 통해 올린 쾌거였으며 양심선언자 자신이 법률에 관한 전문인이라 하더라도 지원기관의 도움이 없으면 그의 항의가 성공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 이외에도 알라스카의 석유 회사들의 환경 파괴 상황의 폭로, 5살 짜리 소녀의 불량 육류 유통 폭로 등 국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부정을 폭로하는데 GAP은 효과적이고도 신속한 지원을 해오고 있다.

장소영(참여연대 국제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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