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0년 11월 2010-11-01   1209

김재명의 평화 이야기-중동 1인 철권통치자들의 권력 대물림

중동 1인 철권통치자들의 권력 대물림

글 사진 김재명 <프레시안>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인구 68억에 이르는 지구촌 사람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참 자유를 누리며 살아갈까. 국민들이 자유투표로 마음에 드는 지도자를 뽑는 나라, 자신의 정치적 뜻을 거리에서나 집회에서 자유롭게 나타낼 수 있는 나라는 몇 개나 될까. 안타깝게도 국제연합(UN) 회원국 192개국 가운데 자유국가는 생각보다 적다. 미 워싱턴에 본부를 둔 인권관련단체 프리덤 하우스Freedom House, 1941년 창설는 해마다 <세계 자유보고서>를 펴낸다. 자유롭고 공정한 보통선거를 통해 정치적 자유가 지켜지는지, 표현 및 신앙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 시민적 자유가 이뤄지는지를 살펴보자는 뜻에서다. 이 보고서는 나라들을 1부터 7까지 등급으로 매겨 1-2.5 사이는 FFree, 자유국가, 3-5.5는 PFPartly Free, 부분적 자유국가, 5.5-7은 NFNot Free, 비자유 국가다. 2010년판에 따르면, F는 89개국으로 유엔 가입국 192개국 가운데 절반에 못 미친다. 사람들의 정치적 시민적 자유가 억압을 받는 NF는 47개나 된다. NF와 PF에 속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아시아-아프리카에 몰려있다.

중동민주국가는 겨우 몇 손가락에 꼽혀

중동지역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도대체 어떤 중동국가가 정치적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국가일까를 살펴보면, 그저 손을 꼽을 정도다. 터키, 이스라엘, 이란, 레바논이 그나마 민주주의의 규범을 지키는 나라에 속한다. 서방국가들의 민주주의 잣대로는 이란의 국가 최고권력이 시아파 지도자(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있으니 민주국가로 보기 어렵겠지만, 그래도 자유선거 등 민주주의 규범이 통하는 나라다. 이스라엘도 논란거리다. 대외적으로 침략국가이자 ‘깡패국가’ 소릴 듣기 때문이다. 그래도 국내적으로는 자유선거를 통해 정치지도자들을 국회(이스라엘 용어로는 ‘크네세트’)로 보내니 민주국가라 부를 만하다. 중동지역 대부분은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독재자 1인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통제국가(시리아, 이집트, 리비아 등)가 아니면, 왕에게 권력이 집중된 입헌군주국(사우디 아라비아, 쿠웨이트, 요르단 등)들이다.

  왕국이 아닌데도 권력 대물림이 이뤄지는 것도 중동 독재국가들의 공통점이다. 지난 1963년 이래 지금껏 47년 동안 ‘국가비상사태’를 유지하고 있는 시리아는 2대에 걸친 독재세습국가다. 지난 2000년 ‘아랍의 비스마르크’라는 별명을 가진 하페즈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죽자, 34살의 젊은 안과 의사였던 아들 바샤르가 대통령에 올랐다.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의 얼굴과 마주쳐야 한다. 거리에는 대형초상화가 걸려있고, 도서관이나 우체국 같은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작은 식당엘 가더라도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아사드의 사진이 걸려있다. “내가 보고 있는 데서 체제불만에 관한 얘길 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 나오는 ‘빅 브라더’를 떠올리는 곳이 바로 시리아다.

  이집트에서도 곧 권력 대물림이 이뤄질 참이다. 무함마드 호스니 사이드 무바라크(1928년생). 이렇게 긴 이름을 지닌 이집트 대통령은 그의 긴 이름만큼이나 오래 권력을 휘둘러왔다. 1981년 대통령에 오르면서 선포된 비상계엄령이 29년째인 지금까지 이어진다. 이집트 현지 취재 때 카이로대학의 교수를 만나려 대학정문으로 가니 사복경찰이 “정부(교육부) 허가를 받고 왔느냐?”며 막아서는 바람에 시간을 버린 적도 있었다. 문제는 독재자 무바라크의 나이(82)세와 건강. 아무리 철권독재라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2012년에 있을 차기 대선에 그가 나서지 않을 경우 둘째아들 가말 무바라크(46)세가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가말은 지난 2002년 그의 나이 38세 때 집권당인 국민민주당NDP의 ‘넘버 2’ 자리인 정책위원장을 맡으며 일찌감치 후계자 자리를 굳혔다.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빈곤의 이중고

리비아 국가원수인 무아마르 카다피(1942년생)도 지난 1969년 쿠데타로 집권한 이래 41년째 장악해온 권력을 아들에게 물려줄 태세다. 이집트의 무바라크가 그의 차남을 후계자로  꼽은 것과는 대조적으로 리비아는 차남 사이프(38세), 4남 무타심(36세)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경합중인 모습이다. 그래서일까, 리비아에서 카다피 후계구도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올 들어 리비아가 한국 국정원 직원을 추방하고 그의 한국인 통역을 구속함으로써 한-리비아 사이에 ‘외교적 마찰’이 빚어진 배경에도 후계문제가 깔려있다. 국정원 직원이 후계구도에서 ‘떠오르는 별’인 4남 무타심에게 줄을 대려다가 화를 부른 것으로 알려진다. 리비아에서 ‘포스트 카다피’의 권력승계 문제는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다.

  지난 1979년 이라크 대통령에 오른 뒤 24년 동안 철권통치를 펴오다 2003년 미국의 침공 뒤 교수형에 처해졌던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도 두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려 했었다. 중동의 독재자들이 저마다 권력대물림을 추진하는 까닭은 뻔하다.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권좌에서 물러난다면 정치적 보복이 뒤따를 것이다. 검은 돈 챙기기를 비롯한 부정부패 문제를 들춰내면 구린내가 진동할 게 뻔하다. 따라서 ‘믿을 자’는 아들 말고는 없다.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것이 안전장치로는 최선이라는 판단이다. 중동 독재자들은 체제유지를 위해 거대한 보안기관들을 운영 중이다. 그런 까닭에 표면적으로는 평화로운 모습이다. 그렇지만 불안한 평화다. 오래 억눌려온 정치적 불만이 언젠가 휴화산 터지듯 분출되는 날이 오지 않으리라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안타까운 사실 하나. 지구촌이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로 나눈다면 그 경계선은 민주-독재의 경계선과 대체적으로 겹친다는 점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서유럽국가들은 정치적으로도 자유를 누리는 반면, 하루 1달러의 작은 돈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지구촌 절대빈곤층들이 몰려 사는 아시아-아프리카에는 정치적인 자유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어렵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경제적 고통에 정치적 억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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