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7월 2011-07-06   1785

2011 참여연대 5대 중점과제-한반도 평화 만들기, 시민의 상상력이 필요해

불안한 평화는 숙명이 아니다. 평화를 상상하자

 

 박정은 참여연대 평화국제팀장

 

참여연대는 인문학과 지역 이슈를 포함해 다양한 내용의 강좌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상반기만 해도 여러 강좌가 인기를 끌었지만 그 중에 중동 북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해를 돕고 민주주의 문제를 고찰하는 강좌가 인기를 끌었다.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거센 민주화 시위가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을 휩쓸고 있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리비아에 대한 군사적 개입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니아 층이 많은 동남아 지역 강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국제화된 한국 시민들은 한반도를 넘어 국제이슈에 주목하고, 그들의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정작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관심은 어떨까.

 

한반도 문제에는 관심이 없다?

사실 한반도 평화문제는 골치 아프고, 피곤한 문제이다. 핵문제, 남북관계, 한미동맹, 그리고 사회화된 군사주의 문제까지 한반도 평화와 관련된 문제들은 그 자체로 어렵고 복잡하다. 오래된 문제이고 해법도 딱히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되어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북한을 상대해야 하고, 한국 사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을 상대해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국 사회에는 굵직한 이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생겨난다. 소위 외교안보국방 이슈가 시민의 참여나 접근을 배제하는 성역으로 남아 있는 것도 시민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시민이 개입할 여지가 적어보이기 때문이다.

  평화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다는 패배감에 젖거나 외면할 일이라고 치부한다면 한반도 평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대립과 반목, 군사적 긴장과 불안이 지속될 뿐이다. 하지만 평화가 위협받게 되면 그 고통과 희생은 바로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주변 열강들이 우리의 의지와 무관하게 한반도 평화정착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문제 해결에 나서는 일은 없다. 한반도 문제 해결과 평화로운 미래에 대한 설계는 누가 대신 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야 하는 일이다. 의지와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이다. 흔히 하는 말처럼 평화는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야 한다.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상상력, 시민이 제안하는 한반도 평화구상

돌이켜보면 한반도의 일기가 화창한 날이 얼마나 있었을까. 특히 현 정부 들어서서는 먹구름이 잔뜩 끼여 있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지난 해만 해도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 그리고 시위하듯 계속되었던 군사훈련 등 남북 모두 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보였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가 그 동안 ‘가장된’ 평화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냉전체제에서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충돌과 확전을 막는 유일한 장치였지만, 남북간 대결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정전체제는 전쟁을 일시적으로 중단한 것일 뿐 군사적 충돌 가능성에 취약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남도 북도 그것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따라서 정권에 따라 부침을 거듭하지 않는 지속가능한 평화를 한반도에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대화와 협력의 상대가 아닌 대결해서 굴복시켜야 할 대상으로 북한을 규정하고, 북한의 존재를 명분삼아 인권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그리고 제한된 재원을 군비에 쏟아 붓느라 복지의 확대를 제약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오래된 적대적 공생관계도 끊을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가 평화체제 수립 논의에 착수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평화체제 논의는 이전에도 있었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단 한 번도 한반도 평화체제 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있지만, 군사독재정권에서 전임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들은 그 의도가 무엇이든 한반도 통일방안과 평화체제에 관한 구상을 매우 중요시했었다. 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논의도 풍성했었다.

  참여연대 평화구상에서 차별성이 있다면 평화체제로의 전환과 수립의 주체가 시민이어야 하며, 시민의 관점에서 한반도 평화구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1) 평화군축센터가 지난해부터 1년 가까이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련된 쟁점 토론을 이어가면서 주목했던 것도 바로 그런 지점들이었다. 역사가 증명하듯이 국가에서 말하는 평화는 힘으로 유지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익’, ‘국가안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를 위해 구성원인 시민의 희생과 양보를 당연시한다. 국가주의를 지탱하는 군사주의 문화도 거기에서 나온다.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참여연대는 무엇이 위협이고, 누구의 안전이 우선되어야 하는지 국가가 그 해석과 판단을 독점해서는 안되며, 시민의 참여와 통제,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2) 그리고 군사력에 의존하는 안보논리는 시민의 안전과 인간다운 삶의 보장을 우선시하는 평화와 인권의 논리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포함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인식의 전환과 시민주체의 존재가 군사력보다 더 강고하게 무장갈등을 예방하고 평화를 보장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붕괴론, 객관적 분석에 근거하지 않은 주관적 기대사항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가 북한 붕괴설 혹은 급변사태론이다. 주지하듯이 북한의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불거지던 북한 붕괴설이 최근에 많이 회자되고 있다. 그 발원지는 정부인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스스로 통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고, 북한 급변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고위 당국자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권력 승계의 불확실성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근거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북한 붕괴론은 북한체제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나 분석에 근거하기보다는 주관적 기대나 희망사항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북한 내 쿠데타나 민중봉기 같은 내부적 요인에 의한 붕괴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다.3)

  그러나 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 붕괴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밖에서 북한을 흔들면 붕괴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북한이 붕괴하면 남한이 사태를 주도하고 장악할 것이라는 착각이다. 파탄난 남북관계나 밀착되고 있는 북중관계 등 역관계에서 보자면 한국 정부가 북한 붕괴를 촉진할수록 그럴 가능성은 오히려 축소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분명한 것은 헌법이 명시하고 있고, 남북사이의 합의사항이며, 역대정권들도 공표했던 평화통일의 원칙이 배격되고, 대신 이승만 정권이후 흡수통일을 공공연하게 거론하는 위험한 정권을 우리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해의 평화는 가능하다

“서해 평화의 확보는 곧 한반도 평화체제의 축소판”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서해상의 평화정착문제도 한반도 평화에 있어 중요하고 급박한 일이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이 영해 혹은 해상군사분계선이라거나 반드시 사수해야 할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해라는 것이 육지영토를 둘러싼 일정한 폭의 해리(국제해양법상 12해리까지 인정됨)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남북의 바다를 가른 NLL 남쪽을 우리 영해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육지에만 휴전선을 만들기로 한 정전협정 상에는 해상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으며 이를 수정하거나 보충하는 후속합의서도 체결된 적이 없기 때문에 NLL을 해상군사분계선이라고 주장할 수도 없다. 북한이 동해와 서해에 설정한 군사경계수역, 그리고 그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 동해 NLL 또한 가능하지 않다.4)

  문제는 NLL에 대한 잘못된 이해가 어느새 진실인양 왜곡되어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정부나 주류학계도 NLL에 관한 사실을 침묵하거나 오도하고 있다.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서해상의 군사적 충돌을 부추기거나 방조하는 행위이다. 군사충돌의 악순환을 막고 서해 5도 지역주민의 평화적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NLL문제에 대한 해법마련이 절실하다. 서해에서 군사적 충돌과 긴장이 지속된다면 한반도 평화정착은 절대로 가능하지 않다.

  그렇다고 군사적 대치를 염두에 둔 해상군사분계선을 새로이 긋는 것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이미 서해상의 평화정착을 위한 방안으로 평화수역 혹은 공동어로구역 설정이나 10·4 선언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립이 제시된 바 있다. 여기서 나아가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는 NLL 자체를 없애고 남북의 자유로운 통행을 통해 교류협력을 증진시키자는 제안이나, 서해의 생태환경과 평화협력의 의미를 살려 생태평화공원 혹은 생태보존수역 설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NLL에 관한 잘못된 주장이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역사적 실체를 밝히는 것 역시 중요하다.

 

안보의 성역 논리부터 깨라

앞서 말한 북한붕괴론, NLL을 둘러싼 서해상의 갈등, 성역으로 군림하고 있는 안보섹터의 문제들은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에 있어 커다란 걸림돌이다. 이제 하나씩 디딤돌을 놓아야 할 때이다. 그 시작은 불안한 평화를 숙명처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대신 평화로운 미래를 상상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걸림돌들은 제거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위한 참여연대 운동은 평화체제 전환의 필요성을 시민들이 공감하도록 하고, 새로운 관점의 한반도 평화구상을 제시하여 시민사회의 폭넓은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한다. 무력충돌의 상황까지 우려해야 하는 지금의 한반도에서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폭넓은 연대는 필수적이다. 대결과 갈등의 악순환에서 이익을 보는 정치세력들에 대한 심판도 필요하다. 이 모든 일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상상력을 발휘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


참여연대 NOW

실시간 활동 SNS

텔레그램 채널에 가장 빠르게 게시되고,

더 많은 채널로 소통합니다. 지금 팔로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