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7월 2011-07-06   2257

경제, 알면 보인다-다운 쉬프트로 인생을 즐겨라

다운 쉬프트로 인생을 즐겨라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최근 선진시장을 중심으로 대량 생산, 과잉 마케팅에 대해 스트레스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 확산 속에서 경기가 크게 위축된 것도 소비에 대한 새로운 성찰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불경기 속에서 느끼는 소비욕구에 대한 자기 성찰이 소셜미디어의 확산에 따라 일부 비주류 이념 활동가의 전유물로 한정되지 않고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일명 ‘안티 소비Anti-consumption’ 운동이 그것이다. 안티 소비운동은 개인적 취향에 따라 특정 제품이나 브랜드 소비를 거부하거나 계몽과 고발을 위해 불매 운동부터 소비를 완전히 거부하는 운동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소비를 거부하는 운동의 형태는 조금씩 양상을 달리 하지만 이것은 사회적 가치라는 대의명분에 의해서만 확산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적인 삶의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 소비 거부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이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즉 물질적 소비보다 정신적 만족,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문화운동의 성격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이전의 대안운동 영역에서 이뤄졌던 ‘다운 쉬프트Down-shift’ 운동의 내용이다. 다운 쉬프트란 자동차 기어를 고단에서 저단으로 바꾸는 전문 용어다. 삶에서도 인생 기어를 낮춤으로써 금전적 수입과 사회적 지위에 연연하지 않고 느긋하게 삶을 즐기자는 운동이다. 소비를 줄이고 소유를 줄임으로써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생활 속 편리함의 불편함

미국의 현대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많은 부자들은 자기 소유물의 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라는 말을 했다. 일종의 도구 패러다임과 같은 의미이다. 편리함을 위해 도구를 이용하지만 정작 그 도구들을 구매하기 위한 비용과 유지관리 비용들을 지불하기 위해 불편한 노동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편리한 생활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도구들을 이용한다. 우선 대부분의 가정의 부엌에선 전자레인지가 필수품이다. 혼자 사는 싱글족들도 구비하고 있다. 냉장고도 가족 수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점점 크기가 커지고 있고 용도에 따라 여러 종류가 있다. 조금 사치를 부리면 식기세척기, 오븐과 제빵기, 정수기 등이 부엌을 가득 채운다. 거실에는 대형 TV와 홈씨어터, 실내 어항 등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들어차 있다. 방마다는 컴퓨터가 설치되어 있다. 이런 도구들은 편리함을 제공한다. 그러나 편리함 이면의 문제가 있다. 첫째, 이용효율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전자레인지를 언제 어느 정도 이용 하는지, 하루에 정수기로 몇 잔의 물을 마시는가를 따져보지 않고 가전제품을 구매한다. 또 하루 종일 전기 코드를 꼽아놓는 가전제품이 늘어나면서 전기요금이 적지 않게 빠져나간다.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습관과 제품의 가지 수 차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가정마다 차이가 천차만별이다. 사용하지 않을 때 전기 코드를 뽑거나 에너지효율등급이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가정은 만 원이 채 안 되는 전기요금을 부담하는 반면, 생각 없이 제품을 늘린 가정의 경우 전기요금만 십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각종 렌탈 전자제품들을 이용하면 렌탈요금 부담까지 해야 한다. 공간의 효율면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집안의 짐들이 늘어나면서 세 식구가 살기에 충분한 25평 아파트가 감옥같이 답답해진다. 집안 청소는 더 오래 걸린다. 편하게 쓸고 닦고 물 먹고 음식을 데워먹기 위해 전자제품들을 자주 닦아 줘야 하고 정리해야 한다. 이런 저런 구매 및 유지비용과 더불어 제품들의 관리 노동까지 더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기술혁신에 의해 끊임없이 신제품이 쏟아지고 있다. 광고를 통해 내가 소유한 제품이 유행에 뒤쳐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이게 되면서 마음이 불편해진다. 결국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은 강박까지 낳는다.

 

버리고 감내하면 자유롭다

일본의 느리게 살기 운동을 하는 쓰지 신이치 교수는 자신이 소유한 물품의 리스트를 작성해 보라고 권한다. 끊임없이 소비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을 조성하는 지금의 자본주의 하에서는 약간의 불편을 제거하고 큰 비용을 지불하는 소비의 함정에 갇힐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각종 소비와 소유로 인한 고정 비용은 생각보다 우리 가정 경제를 크게 압박한다. 각종 렌탈비와 공공요금, 구매에 따른 비용은 우리로 하여금 월급 통장을 들고 한숨짓게 만든다. 편리하고 윤택한 생활을 위해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소유한 물품들을 관리하기 위해 더 많은 노동을 해야 되는 말 그대로 소유물 관리인으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이런 함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첫째, 쓰지 신이치 교수의 조언대로 소유 물품 리스트를 작성해 보고 그 제품의 가치를 따져보는 것이다. 두 번째, 과감히 치우는 것이다. 약간의 편리성을 위한 제품들을 치우면 말 그대로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게 된다. 심리학적으로 사람에게는 기본적으로 불편적응 심리가 있다고 한다. 불편함은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진다. 편리는 끝이 없지만 불편에는 분명 끝이 있다. 약간의 불편을 감수한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생활비가 적게는 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단위까지 줄어들게 된다. 냉장고를 줄이면 식재료를 덜 사고, 전자제품 수를 줄이면 전기요금과 렌탈 비용, 관리비를 절약 할 수 있다. 공간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약간의 수고는 우리에게 생각보다 많은 자유를 준다.

  어떤 가정은 다운쉬프트를 실천하고 월 50만 원, 연간 600만 원의 비용이 감소했다. 줄어든 만큼 비상금을 만들고 휴가 등의 비용을 늘렸다. 집안이 넓어져 넓은 평수로 이사해야 할 것 같은 심리적 불편을 제거했을 뿐 아니라 집에 들어설 때 마다 그렇게 마음이 편안할 수 없다고 기뻐한다. 약간 불편하고 삶의 질은 더 높아진 셈이다.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소비에 대한 기존의 강박을 벗고 전체적인 소비를 줄이는 안티 소비 운동을 실천해보자. 더 벌어야 할 것 같은 강박조차 버리게 되면서 막연한 불안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생활이 고착되면 직업 선택도 연봉이 아닌 자신의 적성과 보람을 중심으로 하게 된다. 삶 전체가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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