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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1년 12월
  • 2011.12.05
  • 2050

죽음을 부르는 파산 회생 제도

 

 

제윤경 (주)에듀머니 대표


가계부채의 심각성에 대해 이제는 그 누구도 부정하지 않는 수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관리 가능하다고 낙관으로 일관하던 정부조차 심각하다며 이런 저런 대책들을 던져놓기 바쁘다. 문제는 그 대책들이 언제나 즉흥적이고 사람을 살피는 철학이 부재해, 대책으로 기능하기보다 서민들에게 치명적인 무기로 되돌아온다는 점이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이 바로 그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대책에 부응하듯 은행들은 일제히 신규대출 중단과 기존 대출 회수에까지 나서면서 이전의 맹목적인 낙관의 태도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펼치겠다면서 1금융권에 대한 접근성을 차단하고, 오히려 대책 없이 저소득 서민들을 2금융권으로 몰아넣어 버렸다는 점이다.


  올 들어 저소득층 부채가 소득대비 9배에 달하면서 실질적인 파산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저소득층 부채는 정부의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으로 인해 은행권에서 점점 멀어져 살인적인 2금융권 이자 폭탄을 맞고 있다.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금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도 늘어난다고 하니 서민들의 재정상태가 거의 한계 상황에 와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러 전문가들은 저소득층의 신용카드 대출에서부터 연체가 급증하고 2004년 카드대란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러한 경고가 과장이 아니라는 점은 최근 은행권의 카드 대출 연체율이 증가하는데서 알 수 있다. 11월 18일 한국은행 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일반은행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지난 8월 2.2%에 달했다. 이는 2009년 8월 2.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카드대란 직전 해인 2003년 8.3%에 비해 낮은 수치라고는 하지만 연체율이 증가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는 금융 감독 당국의 해석에는 문제가 있다. 연체율은 순식간에 급등해버릴 수도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카드사의 과도한 카드 대출 영업이 이뤄져 왔기 때문에 소득이 절대적으로 낮은 계층의 카드 대출은 금새 폭탄이 되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회생도 파산도 안 되는 빚 어떡하라고…


가계부채의 심각성은 향후 다수 사람들이 파산이나 개인회생 등 사회적 구제를 필요로 하게 될 것임을 예측케 한다. 그러나 과도한 채무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상담하다 보면 사회적 구제 제도인 파산과 개인회생이 절박한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안전망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우선 회생의 경우 매월 최저생계비 이상의 금액을 상환하는 것을 전제로 하다 보니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자만 신청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소득이 있더라도 최저생계비 이하라면 회생신청 자체가 불가능하다. 더구나 면제 재산 범위가 최대 2,500만 원 정도로 서울의 주택가격이나 전세보증금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금액으로 주거안정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1)


  이는 파산도 마찬가지여서 월세로 전환하지 않는 이상 회생이나 파산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남편이 생활비를 가져다주지 않아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등으로 3,600만 원을 빌린 한 여성의 경우 85만 원 소득에 부채상환으로만 매달 117만 원이 들어가 계속해서 부채를 늘려가는 빚의 악순환 고리에 빠져있음에도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소득으로 인해 회생 신청이 불가능했고 파산 신청마저도 전세보증금이 5,000만 원이라서 불가능했다고 한다.


  소득이 있어 회생 신청 자격이 되어서 받아들여진다 하더라도 문제는 끝나지 않는다. 소득에서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전부 빚 갚는데 올인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생계비로 인정되는 부분이 대단히 낮은 최저생계비로 기준을 삼고 있다. 결국 회생 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5년 동안 최저 생계비 수준의 생활과 더불어 저축 한 푼 없이 오로지 빚만 갚아야 하는 가혹함에 내몰린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변제기간이 3년으로 되어 있는데다가 이마저도 최초의 변제계획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는 10% 정도이고 나머지는 중도에 변제계획을 완화하거나 특별면책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종결된다고 한다.


  파산의 경우 최근 6개월 이내 부채가 총채무의 30%가 넘거나, 1년 이내에 50% 이상이라면 파산/면책 시키지 않는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6개월~1년 정도를 버텨야 파산 신청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더구나 법원의 판례를 보면 3,000만 원 이하 부채에 대해서는 파산/회생을 기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최근 파산 신청이 증가하면서 파산/면책 심리가 엄격해졌다. 이로 인해 파산관재인2)선임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파산관재인을 선임하면 법원에 150~300만 원의 예납금을 납부해야 한다. 예납금은 대부분 파산관재인의 보수로 활용되는데 이를 채무자가 납부하지 않을 경우 파산신청을 기각하게 된다. 당장 부채도 갚지 못 하는 상황에서 150~300만 원이라는 비용은 채무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외에도 파산과 회생, 워크아웃 제도들은 안전망으로 기능하기보다 도덕적 해이라는 잣대로 채무자에게 과도한 죄의식을 주거나 가혹한 부채 상환을 강요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채무자의 회생보다는 채권자의 채권 회수에 더 의미 있는 제도인 셈이다.


  빚을 지지 않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빚을 권하는 사회,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못한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생계형 채무에 대해 사회가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처벌하는 식이라면 앞으로 벌어질 부채 대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빚을 권하는 사회에서 죽음을 부르는 사회로 더욱 지독해 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1) 미국은 면제재산 범위가 주별로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주택은 7,500달러(한화 8,000만 원), 임금 75%, 차량 2,300달러, 대부분의 가재도구와 6,023달러의 보석류까지 면제재산으로 인정한다.
2)법원 감독하에 채무자 재산, 면책불허가 사유, 부인권 대상행위 등을 조사함과 동시에 재산이 있을 경우 이를 환가하여 채권자들에게 배당하는 임무를 수행.

 

“빚을 권하는 사회, 안정적인 일자리가 보장되지 못한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생계형 채무에 대해 사회가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처벌하는 식이라면 앞으로 벌어질 부채 대란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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