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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1년 12월
  • 2011.12.05
  • 1783

로마인 이야기

 

 

이태호 『참여사회』 편집위원장, 참여연대 사무처장


1.
시이저나 안토니우스 같은 로마인들의 이야기는 200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널리 회자되고 읽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에 가장 많이 알려지고 호명되는 로마인은 따로 있습니다. 그 이름이 한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지요. 

 

폰티우스 필라투스 Pontius Pilatus 가 그 로마인입니다. 한글본 성경에는  ‘본디오 빌라도’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세계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 기독교인들은 매주 사도신경 使徒信經, Symbolum Apostolicum, 기본 교의를 요약한 신앙고백문)을 낭송하면서 “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합니다.

 

본디오 빌라도는 로마 티베리우스 황제가 지배하던 기원후 26년에서 36년까지 유대 지방의 제 5대 총독을 지낸 인물입니다. 성경에 의하면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사형에 처할 것을 결정한 재판의 판관이었습니다.

 

유대 종교지도자들에게 붙잡혀 온 예수를 심문한 본디오 빌라도는 예수에게서 사형에 처할만한 혐의점을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의 행적을 기록한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들은 일관되게 빌라도가 가급적 예수를 사형에 처하지 않으려 했다는 이야기를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는 예수에게서 죄를 찾지 못했다고 군중을 설득해보기도 하고, 유월절 특별사면 대상으로 살인을 저지른 바라바와 예수를 제안하여 예수가 선택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대종교지도자들은 군중을 충동하여 바라바를 석방하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아 달라고 빌라도를 압박하지요. 결국, 빌라도는 유대 종교지도자들의 압박에 못이겨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언도합니다. 일종의 정치적 판결을 내린 것입니다.

 

성경은 그 광경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빌라도가) 물을 가져다가 무리 앞에서 손을 씻으며 가로되 ‘이 사람의 피에 대하여 나는 무죄하니 너희가 당하라’. 백성이 다 대답하여 가로되 ‘그 피를 우리와 우리 자손에게 돌릴지어다’ 하거늘…”   

 

하지만, 그가 유대인들 앞에서 손을 씻으며 예수의 처형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모면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인들은 2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빌라도를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은 자’로 기억해오고 있습니다. 결국 방망이를 두드림으로써 예수의 생사여탈을 좌우할 권한을 지니고 있었고 최종적으로 행사한 이는 총독인 빌라도였기 때문일 테지요. 

 


2.
지난 11월 22일 오후 국회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체결한 조약 중 가장 거대한 조약안의 하나인 한미 FTA 비준동의안이 ‘날치기’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지난 참여사회 11월호에 소개했듯이, 한미FTA는 미국식 제도를 한국에 이식하는 포괄적인 경제통합협정으로서, 이 협정이 발효되면 한국 국회의 입법권과 사법권이 크게 제약당하고, 농어민을 비롯한 중소상인, 중소기업에게 심각한 경제적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희태 국회의장으로부터 의사진행권한을 위임받은 정의화 부의장이 야당 의원들을 따돌리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하고 말았습니다. 미국 의회가 비준했으므로 한국도 비준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의화 부의장은 뒤늦게 본회의장에 도착한 일부 야당의원들의 항의에도 아랑곳 않고 국회 경호권을 발동하여 단상을 점령한 가운데 방망이를 두들겼습니다. 심지어 유래 없는 비공개회의로 이 모든 것들을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남경필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22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지난해 말 “힘으로 밀어붙이는 국회의 의사진행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이를 지키지 못하면 19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이들은 한미 FTA 날치기 처리에 대해서도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들 중 대부분은 당의 방침에 따라 날치기에 참가하여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기권 6명 불참 3명 등 총 9명만 의사일정에 불참했습니다. 1명은 반대표를 던졌지만 의결정족수를 채우는데 일조하였으므로 의사진행 불참 약속을 충실히 지켰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남경필 위원장과 황우여 원내대표를 포함한 나머지 12명은 날치기에 동참하여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남경필 의원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담당하는 주무위원장으로서 비준안을 상임위를 거치지 않고 본회의에 직권상정하도록 양해한 책임도 면할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는 한미 FTA 협상을 주도한 것은 노무현 정권과 구여당인 열린우리당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한미 FTA 비준안 처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한나라당 지도부는 국회 끝장토론회를 개최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를 직접 찾아와 한미 FTA비준 후 투자자국가강제중제제도(ISD)에 대한 재협상을 시도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야당과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강행처리를 정당화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끝장 토론회를 통해서 한미 FTA 협정문에 무수히 많은 독소조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최종적으로 방망이를 두드린 책임자들은 이명박 대통령,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와 황우여 원내대표, 박희태 국회의장과 정의화 부의장, 남경필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입니다. 이들은 찬성표를 던진 모든 의원들과 더불어 대한민국 역사에 한미 FTA를 비공개 날치기로 처리한 책임자들로 기록될 것입니다. 

 

본디오 빌라도처럼 ‘이 결정에 대해 내 책임은 없다’고 강변한다 해도 소용없는 일입니다. 날치기 처리된 한미 FTA 협정문에 새겨진 그들의 지문은 물로 씻을 수 없고 그 어떤 것으로도 지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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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로마인 이야기] 월간 참여사회 12월호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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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대속주총독= 한나라당지도부, 유대지도자들=미국,참여정부,친미관료 예수=FTA로 희생된 주권, 대략 이렇게 대응이 읽히는데요...속주총독이 미국에 가깝고 유대지도자들이 한나라당지도부및의원들 아닌가요? 그러니까 역사적 책임에서 한나라당지도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고자 하니 대응관계가 엇갈려버립니다. 예수를 죽인 것은 유대인들이고 로마총독은 사실상 책임이 없는 것을 성경이 왜곡 서술한 것을 가지고 비유를 하려 하니 엇갈려버린 것 아닌가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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