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1년 07월 2011-07-06   2028

김재명의 평화이야기-“더 많은 무기 사들이면, 지금보다 더 평화로울까?”

“더 많은 무기 사들이면

지금보다 더 평화로울까?”

 

글·사진 김재명 <프레시안>국제분쟁전문기자, 성공회대 겸임교수

 

일반적으로 국가끼리의 전투에선 대포와 탱크가 동원되지만, 가난한 분쟁지역에서는 보기 드문 모습이다. 폭격기나 미사일처럼 레이더 장비를 갖춘 첨단무기들도 좀처럼 구경할 수 없다. 흔히 ‘카빈총’이라 알려진 AK-47이나 어깨에 메고 쏘는 로켓추진총류탄RPG처럼 값이 상대적으로 싼 소형무기들이 대부분이다. 지금 아프리카에는 10만 명의 소년병들이 있다. 그들이 전투에 나서는 것도 AK-47 같은 소형무기 덕택이다. 소형무기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중국이다. 문제는 일부 무기 중개상인들이 소형무기를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내전지역으로 몰래 팔아넘겨 떼돈을 벌어왔다는 점이다. 이들은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을 통해 돈을 버는 상인’이라는 뜻에서 ‘죽음의 상인’이라 일컬어진다.

 

핵폭탄보다 무서운 죽음의 소형 무기

이 죽음의 상인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앤드류 니콜 감독의 2005년도 미국영화 ‘로드 오브 워’Lord Of War이다. 이 영화는 1990년대에 무기밀매에 뛰어들어 떼돈을 벌었던 한 실존인물을 모델로 삼았다. 할리우드의 성격파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가 무기상인 ‘유리 올로프’로 열연한다. 영화의 막이 오르면 탄피가 땅바닥에 가득 흩어진 곳에서 올로프가 혼자 이렇게 뇌까린다. “전 세계적으로 5억 5천만 정 이상의 소형무기가 유통되고 있어. (전 세계 인구가 68억이니) 12명 당 한명 꼴이지. 문제는 나머지 11명을 어떻게 무장시키냐는 거야.”

  올로프는 돈을 챙길 수만 있다면 독재자, 전쟁광 등 상대를 가리지 않고 위험한 거래를 마다하지 않는다. 무기밀매과정에서 뇌물은 기본이다. 불법무기를 밀수출하는 국가의 고급장교들은 물론이고 분쟁지역의 검문소를 지키는 초병들 모두 그의 뇌물공세에 쉽게 눈을 감는다. 중동 레바논, 아프가니스탄, 남미 콜롬비아,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등 살벌한 분쟁지역에서 벌이는 밀거래인 만큼 긴장과 위험이 따른다. 아프리카로 기관총을 팔러 갔다가 동업자인 남동생이 죽고, 모델 출신의 아내에게도 그가 무기밀매상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가정파탄을 겪는다.

  영화 끝에 귀가 번쩍 뜨일만한 대사가 나온다. 미국 인터폴(국제경찰) 요원에게 무기밀매 혐의로 붙잡히자 올로프는 “장담하건대, 나는 법정에선 1초도 있지 않을 거요.”라며 그 이유를 설명해준다. “내가 풀려나는 이유는 당신이 날 기소하려는 이유와 같아. 나는 현재 최고로 더럽고 잔학한 지도자들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당신 대장은 세계 최대의 무기상이지. 미국 대통령 말이야. 그는 하루에 나의 1년 선적량보다 많이 팔아 치워. 그런데 가끔은 자기 지문이 찍힌 총을 대놓고 못 팔 때가 있지. 가끔은 나 같은 프리랜서들이, 그가 대놓고 팔지 못하는 곳에다 팔아 줘야 해. 나보고 악이라고? 당신에겐 안됐지만 나는 필요악이야!”

  그러자 인터폴 요원은 이렇게 올로프를 꾸짖는다. “오늘날 죽어나가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당신이 판 것 같은 자동소총에 죽는다고. 핵폭탄은 발사대에 그냥 앉아만 있지만 당신의 AK-47이 진짜 대량살상무기인 거야.” 소형무기는 값이 상대적으로 낮아 전체 재래식 무기거래액의 10%쯤에 지나지 않는다. 소형무기는 핵폭탄이나 미사일, 생화학무기처럼 대량살상무기WMD는 아니다.

  그렇지만 실제 전투에서 죽고 다치는 사람들의 90%가 소형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영화 속 인터폴 요원 말대로 ‘대량살상무기는 다름 아닌 소형무기’라는 역설적인 결론이 내려진다.

 

무기 수입 관심을 복지 쪽으로 

한국의 무기수입액도 세계적인 수준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2011년도 연감에 따르면, 지난 5년(2006~20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무기를 들여온 나라는 인도다. 한국은 중국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했다(4위는 파키스탄, 5위는 그리스). 한국이 수입해 들여온 무기의 71%는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 다시 말해 미제무기들이다(2위는 독일제 16%, 3위 프랑스제 9%). 전 세계 무기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무기 최대 수출국인 미국으로부터 가장 많은 무기를 들여오는 국가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한국은 미국의 전체 무기수출 량의 14%로 1위를 차지한다(2위 호주 9%, 3위 아랍에미리트 8%).

  지난 5년(2006-2010년) 사이에 가장 많은 무기를 들여온 나라들의 공통점은 선진국들처럼 부자나라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인도-파키스탄은 물론이고 발칸반도에 있는 그리스는 ‘유럽의 빈국’이다. 2011년 들어와 그리스는 국가부도의 위기에 내몰려 유럽연합EU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이들 나라들이 국방비를 줄이고 복지교육예산에 투입한다면, 가난을 물리치는 데 힘이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2011년 국내적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목소리 가운데 하나가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낮춰라”라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 얘기가 들릴 때마다 외국으로부터 들여오는 무기 수입을 줄여 교육복지에 돌리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한국의 국방예산은 30조 원 규모(2010년 29조 5천6백억 원, 2011년 31조 4천억 원)로, 10년 전인 2000년에 비해 두 배쯤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남한의 군사비 지출은 12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잰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 회원국 가운데 미국, 영국에 이어 3위. 그런데 사회복지 예산 비중으로만 본다면, 안타깝게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꼴찌이다.

  지금 전 세계 군사비는 무려 1800조원(1.5조 달러)에 이른다. 그 가운데 상당액이 무기수입을 비롯한 군사력 강화에 쓰인다. 무기수입 비용을 줄이고 교육과 복지 쪽의 예산이 늘어난다면? 반값 등록금 문제도 지금보다는 훨씬 풀기 쉬울 것이다. 한반도뿐 아니다. 지구촌 모든 나라들이 국방 예산을 교육과 복지에 돌린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니거나 ‘알바’에 매달려 학업을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고달픈 청춘의 모습은 확 줄어들 것이다. 평화와 복지의 문제는 군사비 삭감문제와 동전의 양면처럼 맞닿는 주제이다. 그래서 지구촌 평화주의자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묻는다.

  “나라마다 더 많은 돈을 들여 더 많은 무기를 산다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평화로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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