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2년 12월 2012-12-12   1972

[특집] 18대 대선 캠페인, 어디까지 와 있나?

18대 대선 캠페인, 어디까지 와 있나?

서복경 서강대학교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윤병선 건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11월 27일부터 18대 대통령 선거의 본선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올해는 연초부터 선거 캠페인이 지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12년은 1992년 이후 20년 만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함께 실시되는 해다. 게다가 주요 정당들은 국회의원 선거가 종료된 후 제각기 전당대회 선거를 거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선후보 당내 경선을 거쳤다. 또 야권에서는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통합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쟁의 시간을 지나왔다. 본선에 앞선 다양한 예선들 때문에, 마치 오랜 선거 캠페인의 끝자락에 와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정작 본선은 이제부터라는 점이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이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 아니다. 선거 캠페인이라면 응당 있어야 할 것들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2012년 대선 본선 이전까지 진행된 선거 캠페인의 특징을 개괄하면서, 본선에서 ‘있어야 할 것들’에 관해 생각해보려 한다. 대선 선거 캠페인은 다음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논쟁하고, 이를 토대로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를 선택하는 시간이자 공간이다. 그런데 2012년, 그 경쟁은 너무 늦게 출발했고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길었던 예선, 짧은 본선


역대 대통령 선거, 주요 후보와 출마선언 일정

선거연도

2012년 17대
2007년 16대
2002년 15대
1997년 14대
1992년 13대

후보 확정일
8월 20일
9월 16일
9월 19일
11월 23일
8월 20일
10월 15일
4월 27일
9월 17일
11월 24일
5월 9일
5월 19일
7월 21일
5월 15일
5월 19일

소속정당명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무소속
후보 단일화
한나라당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무소속-국민통합21
후보 단일화
한나라당
새정치국민회의
신한국당
민주당
민주자유당

후보자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문재인
이명박
정동영
노무현
정몽준
노무현
이회창
김대중
이회창
김대중
김영삼

2012년 대선은 역대 선거와 비교해 주요 후보들의 출마 일정이 가장 늦었다. 2012년처럼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시행되었던 1992년 14대 대선에서, 민주당은 5월 15일 후보를 선출했고 민주자유당은 그 4일 뒤 후보를 확정했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는 5월 19일 후보를 선출했고, 신한국당은 두어 달 뒤인 7월 21일 후보를 선출했다. 2002년은 2012년처럼 ‘후보 단일화’가 이슈였지만, 민주당은 4월 27일 일찌감치 노무현 후보를 선출했으며 한나라당도 5월 9일 이회창 후보를 선출했다.
  2002년, 무소속이었다가 ‘국민통합21’을 창당했던 정몽준 후보는 9월 17일 출마 선언을 했고 노무현-정몽준 후보 간의 단일화는 11월 24일 성사되어, 2012년 안철수 후보의 출마 선언 시기 및 단일화 성사 시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단일화 대상이었던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훨씬 이전에 확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 일정은 2012년과 큰 차이가 있다. 당시 노무현 후보와 이회창 후보는, 그 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부터 선거캠페인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모두 그 이전 대선에서보다 출마 시점이 늦었다. 이명박 후보는 2002년 같은 당 이회창 후보의 선출 시점보다 석 달 이상이 지체된 8월 20일 선출되었고, 정동영 후보는 열린우리당의 공중분해 과정을 거쳐 8월 말에야 전열을 갖춘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로 10월 15일 확정되었다. 2007년 대선은 현직 대통령 재임 중에 집권당이 공중분해되고 대선 후보조차 낼 수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 실시되었기 때문에, 선거 캠페인 일정 또한 예외적일 수밖에 없었다.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같은 8월 20일에 당내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민주통합당은 한 달여 뒤인 9월 16일에야 후보를 확정할 수 있었다.
  선거 캠페인의 기본은 경쟁이다. 정보와 정책과 조직이 서로 경쟁적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갈 때, 비로소 유권자는 그 선거에 관심을 갖고 정책을 들여다보게 된다. 경쟁 상대가 없는 ‘나 홀로’ 선거 캠페인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문재인 후보는 11월 23일 안철수 후보의 사퇴까지 본격적인 선거 캠페인을 벌이기 어려웠다. 주지하다시피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위한 조직 및 정책 조율이 중요하게 고려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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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를 만날 조직적 준비는?

본선에서 경쟁할 후보가 늦게 확정될수록 선거 캠페인 준비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8월 20일 선출된 박근혜 후보는 한 달여 뒤 9월 24일부터 지역 선거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 시작해 11월 13일에야 전국적인 선거 조직을 구성할 수 있었다. 9월 16일 선출된 문재인 후보도 한 달여 뒤인 10월 17일부터 지역 선대위 구성을 시작해서 11월 8일 지역 선대위 구성을 마쳤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지역 선거조직 구성 일정

박근혜

문재인

11월 13일
10월 30일
10월 28일
10월 24일
10월 23일
10월 21일
10월 19일
10월 18일
10월 17일
10월 15일
10월 10일
10월 8일
10월 7일
10월 4일
9월 28일
9월 24일
8월 20일

세종시당 선대위 출범식
전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대구시당, 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
광주시당, 전남도당 선대위 출범식
충남도당 선대위 출범식
서울시당 선대위 출범식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
제주도당 선대위 출범식
경남도당 선대위 출범식
경기도당, 인천시당 선대위 출범식
대전시당, 충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재외국민 선대위 출범식
울산시선대위출범식
대구시당·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부산시당 선대위 출범식
대선 후보 확정

11월 08일
11월 04일
11월 01일
10월 28일
10월 28일
10월 25일
10월 23일
10월 17일
9월 16일

제주도당 선대위 출범식
수도권 선대위 출범식
강원도당 선대위 출범식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선대위 출범식
전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광주시당, 전남도당 선대위 출범식
대구시당, 경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울산시당 선대위 출범식
부산시당, 경남도당 선대위 출범식
재외 선대위 출범식
충북도당 선대위 출범식
민주당 후보 확정

*자료 출처 : 각 후보 캠프 홈페이지 일정표 참조 재구성.

매체 환경이 아무리 발달했다 해도, 전국적 선거에서 대면 선거운동은 가장 중요한 선거운동 방식이다.1) 유권자들은 학력, 세대, 소득수준 등에 따른 상이한 집단에 속해 있고, 각 매체가 포괄할 수 없는 유권자 집단이 존재하며, 모든 매체를 활용한다 해도 누락되는 유권자 집단은 존재한다. 반면 거주지를 기반으로 한 조직 선거운동은, 상이한 유권자 집단을 포괄해서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선거운동 양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순수하고 자발적인 참여’와 ‘기획되고 조직된 동원’에 대한 인식 차이가 크다. 전자는 긍정적인 것으로, 후자는 부정적인 어떤 것으로 인식된다. 하지만 선거정치에서는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동원의 노력이 필수다. 정당과 후보자가 자신의 정책과 노선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쟁적으로 알리지 않는다면, 유권자는 경쟁하는 후보의 정책적 차이를 판별하기 쉽지 않고 참여하기도 어렵다. 관권과 금권의 불법적 남용이 아니라면, 정책을 홍보하고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은 적극 권장해야 한다. 그래야 유권자가 더 나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판단의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 특히 정당과 후보자가 나서서 알려주지 않으면 정치 정보에 접근이 어려운 계층일수록 동원의 필요성은 더 크다. 이렇게 본다면 양 후보는 후보 등록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서야 유권자를 만날 조직적 준비를 겨우 마쳤다고 볼 수 있다.

 

유권자와 함께할 정책적 준비는?
박근혜, 문재인 양 후보 진영의 정책 공약 발표 일정을 보면, 박 후보는 10월 29일 외교안보정책을 제외한 국내 정책의 종합판을 냈고, 문 후보는 그 10여 일 뒤인 11월 11일에 종합적인 정책 공약집을 제출했다. 이 시점은 앞선 대선의 선거 캠페인 일정과 비교해 볼 때 많이 늦다. 예컨대 2002년 노무현 후보는 9월 30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종합적인 정책 공약을 제출했고, 그의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도 이날 공표된 것이다. 2012년에는 최소한 한 달여 더 늦은 것이다.

박근혜·문재인 후보 정책 공약 발표 일정

박근혜

문재인

11월 21일
11월 19일
11월 18일
11월 16일
11월 14일
11월 11일
11월 7일
11월 6일
11월 5일
11월 1일
10월 31일
10월 29일
10월 21일

교육정책 발표
농업공약 발표
비전 선포식
경제민주화 정책 발표
여성공약 발표
가계부채 대책 발표
정보통신공약 발표
정치쇄신안 발표
외교안보통일정책 발표
고용복지정책 토론회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발표
창조경제론 공약 발표
정책동영상 취업/주거/보육/경제민주화/등록금/교육/교육비
안전한 대한민국 공약

11월 11일
11월 8일
11월 8일
11월 7일
11월 2일
10월 31일
10월 23일

5대문 정책공약 발표
일자리정책 발표
10대 공약 발표
보건의료정책 발표
주거복지정책 발표
복지비전 발표
권력기관바로세우기정책 발표

*자료 출처 : 각 후보 캠프 홈페이지 일정표 참조 재구성.

1) 정당, 학계, 시민단체, 언론사, 선관위의 선거 관련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16가지 선거운동 방식의 효과에 대해 조사한 한 연구는, 언론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과 함께 면대면 선거운동이 가장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힌 바 있다.(조영호, 2012, <어느 선거운동이 가장 효과적인가?>, 11월 23일 한국선거학회-일본선거학회 공동학술회의 자료집, 2012, p.52-54)

후보자가 정책을 제출했다는 것은, 이제 유권자에게 다가갈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일 뿐이다. 유권자가 정책을 보고 선택한다는 것은 후보자의 정책 공약집을 스스로 공부해서 선택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쟁하는 후보자들의 말로, 선거운동원과 당원, 지지자들의 구전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정책은 선택의 기준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2012년 대선에서 경쟁하는 후보자들로서는 정책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다수 유권자 입장에서는 정책은 아직 눈앞에 드러나지 않았다.

본선 경쟁에서 ‘있어야 할 것’
2012년 대선 선거 캠페인이 이렇게 늦어진 데에는, 주요 정당들의 불안정성이 원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011년 12월, 당을 비상대책위 체제로 전환한 채 2012년 총선을 맞이했고, 총선 후 전당대회로 당을 재구성한 뒤에야 대선 준비에 돌입할 수 있었다. 민주통합당의 상황은 그보다 더 유동적이었다. 2011년 구 민주당이 시민통합당과 합당을 하면서 민주통합당이 탄생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고, 총선 후 실시된 6월 전당대회에서는 총선 결과에 대한 책임 문제가 더해져 리더십 구성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총선 전 다급히 만들어진 통합진보당은 유권자의 기대를 모았지만, 선거 후 파국 양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러한 기존 정당정치의 불안정성은 2011년 하반기부터 부상한 ‘안철수 현상’을 떠받치고 지속시킨 구조적 원인이다. 기존 정당들이 만들어낸 정치의 빈 공간을, 여태까지와는 ‘다른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가 채워나간 것이다. ‘안철수 현상’을 통해 드러난 유권자들의 기대와 열망이 무엇인지는, 긴 시간을 두고 곱씹어 확인해야 할 문제다. 정당과 정치를 새롭게 하는 문제는 당장 하루 이틀에 가능한 문제는 아닐 것이다. 또 무엇이 ‘새로운’ 방향이며 내용인지도 광범위한 토의와 합의의 과정을 거쳐 도출해내야 한다.
  하지만 당장 대선 캠페인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는, 시작해야 하는 것들도 있다. 우선 대선을 선거답게 만드는 것이다. 대선은 다음 정부가 무엇을 우선순위에 놓고 추진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공간이다. 그 ‘무엇’에 대한 경쟁과 사회적 공론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유권자들은 선택된 ‘누군가’의 자의적 결정에 따라 또다시 자신의 세금과 급여와 복지와 일자리를 내맡길 수밖에 없다. 다음 정부를 선출된 대통령의 ‘선의’에만 내맡기는 불행을 피하려면, 후보자는 자신의 정책을 공약집에서 꺼내들고 적극적으로 세일즈에 나서야 한다. TV토론으로, 선거운동원과 당원과 지지자들의 구전으로, 상대 후보와의 차별성을 유권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유권자는 후보자와 그 정당에게 ‘상대 후보가 아닌 당신이 대통령이 되면 내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를 집요하게 물어야 한다. 정책 공약집에 고상하게 나열된 문구가 아닌, 유권자인 내가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어떤 것에 대해 설명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남아있는 시간이 너무도 충분치 못하다. 그래도 마지막 순간 유권자인 우리는 선택을 할 것이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 어떤 정치인과 정당이 또 ‘새로운 정치’와 ‘정치 쇄신’을 말하거든, 5년 동안 내 생활과 생계를 결정하는 선거에서 당신들이 이렇게 부족한 준비로 임할 수밖에 없었던 원인, 그로 인해서 그 대가를 내가 치르게 만든 원인을 찾아 고치라고 말해줘야 한다.

서복경
2003년부터 5년간 국회도서관 입법정보연구관으로 근무한 바 있으며, 2009년부터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에서 선거, 정당정치를 연구한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실행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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