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그림 임종진의 삶 사람 바라보기
한해를 갈무리 짓는 12월의 하루.
뜬금없이 5월 광주를 떠올려봅니다.
어느새 33년 전 기억이지요.
피로 물든 그 거리의 함성을, 겨울을 앞둔 지금 새삼스럽게 들추어보게 됩니다.
별다른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짙어버린 가을 자락 끝 무렵에, 문득 망월동 묘역을 찾았었거든요.
함성이 사라진 지 그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것도 해마다 5월이 아니면 기억조차 가뭇해진 곳.
파란 하늘빛이 홀로 앉은 한 중년 여인의 등을 따사로이 채우고 있었습니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그렇다고 가까이 다가가 말을 건넬 수도 없었지요.
그냥 가만히 바라보다가 저절로 무릎을 꿇고 앉아 여인네의 모습에 시선을 두었습니다.
참 오래도록 그리 앉아있으시더군요.
눈을 떼지 못하는 정적의 흐름. 주변 숲에 둥지를 튼 산새들만 잠시 고요를 흔들 뿐.
사방은 흐릿해지고 시선 둔 자리 간간히 들썩이는 양 어깨에만 그렇게 눈길이 갑니다.
시공의 흐름이 잠시 멈추었던 그날 오후.
그 따사롭던 햇살은 아직 남아있는데 시린 겨울이 곧 눈앞입니다.
임종진 사진 NGO 달팽이사진골방 주인장
<한겨레> 등에서 오랫동안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퇴직 후 캄보디아에서 몇 년간 자원활동을 하기도 했다. 현재는 작품으로서가 아닌 타인의 삶이 지닌 존엄적 가치를 찾는 일에 사진의 쓰임을 이루고 있으며 같은 의미의 사진 강좌를 여러 곳에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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