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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년 1-2월
  • 2019.01.03
  • 127

돌아보는 방법
내다보는 지혜

 

새해를 맞아 지나칠 수 없는 두 가지가 ‘돌아보기’와 ‘내다보기’다. 현대인의 시간관은 둘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으니, 계획을 세우기 전에 반성을 하고 반성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게 된다. 해가 바뀌는 게 별 대수냐며 늘 해오던 대로 살아가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으나, 나 홀로 진공에서 살아가는 게 아니라면 2019년을 2018년으로 잘못 쓰고 나서 ‘아차’ 하고 고쳐 쓰는 경험을 몇 번 거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해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 따라 (나의 의지와 무관하더라도) 삶도 달라질 수밖에 없겠다. 이 변화의 근거와 방향이 되어줄 ‘돌아보는 방법과 내다보는 지혜’를 새삼스레 펼쳐보자.  

 

하지 못한 일은 하지 못한 대로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결국 못 하고 끝난 일 / 요시타케 신스케 / 온다 

"인간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으로 이뤄져 있으며 그 비율은 저마다 다릅니다. 이 책은 ‘내가 할 수 없는 것’을 테마로 그린 이야기 ‘결국 못 하고 끝난 것’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재미를 보장하는 것’도 ‘할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시타케 신스케는 한참 전에 어른이 된 그림책 작가인데, 여전히 잘하지 못하고 영원히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일들이 많다.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본다든지 책상다리를 하고 앉는다든지 구멍 난 양말을 버리는 일을 좀처럼 하지 못한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하지 못하는 일들이 한둘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과자 봉지를 뜯거나 옷에 지퍼를 채우거나 단추를 끼우는 일을 잘하지 못하는데, 그래서 과자 먹는 일을 아예 포기하거나 지퍼를 열지 않은 채로 옷을 벗거나 단추가 많은 옷을 잘 입지 않는다. 해내려는 의지보다 굳이 하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별 문제가 없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작가는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그는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자주 처하는데, 기억력이 나쁜 자신을 탓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사람을 기억하려면 개성이 뚜렷해야 하니 각자 얼굴과 이름에 개성을 듬뿍 담아내자고 제안하는 모습을 보면, 적반하장이라는 말이 떠올라 웃음이 난다. 

핑계를 대다가 한 수 배우기도 한다. 사놓은 책을 읽지 못하는 작가에게 “당신은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 타입이군요.”라고 쏘아붙이는 친구 앞에서 곤란에 처하기도 하고, 미루고 미루다 어쩔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가게 되는 치과에서 “눈앞의 아픔을 두려워하면 훗날 큰 것을 모조리 잃는다.”는 격언을 떠올리는 장면을 보면, 한 해의 끝이 지나 새해의 출발점에서야 반성을 시작하는 내 모습이 떠올라 흠칫 놀라게 된다. 그럼에도 희망은 있다. 하지 못한 일은 대체로 해보고 싶거나 잘 해보고 싶은 일이고, 그렇게 할 수 없는 일의 맞은편에는 할 수 있는 일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새해를 시작할지는 각자의 선택이겠다.

 

현재를 향해 과거를 돌아보는 일

 

월간참여사회 2019년 1-2월 합본호(통권 262호)

지혜롭게 나이 든다는 것 - 현명하고 우아한 인생 후반을 위한 8번의 지적 대화 / 마사 C. 누스바움, 솔 레브모어 / 어크로스 

"이 책은 존엄한 죽임이든, 다른 어떤 죽임이든 간에 죽음에 관한 책이 절대 아니다. 이 책은 현명하게 사는 법에 관한 책이다. 나이듦이란 무언가를 경험하고, 지혜를 획득하고, 사랑하고,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피부가 쭈글쭈글해지더라도 자기 모습에 대해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다."

 

나이듦은 운명일까, 선택일까?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면 전자에 가까울 테고, 숫자 바깥의 의미나 재미를 찾으려면 후자에 가깝겠다. 하지만 알다시피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 과학적 발전이 축적되어 저절로 정복되는 것이 아니라 목표 자체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나이듦은 과학적 과제와 인간적 과제 사이 어느 지점에 위치”한다. 과학의 발전에 따라 우리는 앞선 세대보다 더 많은 선택의 여지를 갖고 있지만, 그래서 나이듦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은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마사 누스바움과 솔 레브모어가 나이듦의 여러 지점을 탐구하며 주고받은 대화다. 나이듦과 우정, 노화와 몸부터 적절한 은퇴 시기와 중년 이후의 사랑을 거쳐 노년의 빈곤과 나누고 남길 것에 대한 이야기까지. 철학과 심리, 윤리와 사회를 넘나들며 나이듦의 고민과 과제를 정리하고 나름의 방향과 해법을 제시한다. 

 

다른 때에 이 책을 만났다면 어떤 주제가 눈에 들어왔을지 모르겠으나, 새해를 맞이하는 지금 눈길을 끄는 주제는 단연 ‘과거를 돌아보는 이유’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현재와 미래를 이해하기 위래 과거를 분석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데, 오늘날 우리는 현재의 이유를 대체로 과거에서 찾으려 한다.

 

어차피 과거를 바꿀 수도 없는데 굳이 이렇게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회한, 후회, 죄책감 등 과거를 향하는 다양한 감정 속에서 각자 마음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이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진짜로 가진 현재와 미래를 풍요롭게 만드는 회상을 하라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에만 지나치게 집중하여 고난, 슬픔, 실패를 겪으며 완전한 인간이 되는 시간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나이를 허투루 먹고 싶지 않다는 이들, 나이가 대수냐며 모른 척 지나치려는 이들 모두에게, 기왕 나이 드는 것 현명하고 우아하게 나이 들어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며 이 책을 새해 선물로 전하고 싶다.  

 


글. 박태근 알라딘 인문MD

온라인 책방 알라딘에서 인문, 사회, 역사, 과학 분야를 맡습니다. 편집자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상상하는 사람이라 믿으며, 언젠가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을 짓고 책과 출판을 연구하는 꿈을 품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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