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4월 2019-04-01   1982

[특집]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속수무책?

특집2_미세먼지, 답이 없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속수무책?

글. 황인창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부연구위원

 

 

최악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는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2019년 3월, 우리는 관측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를 경험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고농도 비상저감조치❶가 역사상 최장기간인 7일 동안 연속으로 발령되었으며, 이 기간 서울시 초미세먼지(PM2.5)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 24시간 권고 기준보다 최대 5배 이상 높았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고농도 비상저감조치가 전국적으로 발령되고 차량 2부제 등 비상저감조치의 범위가 확대되었지만, 비상저감조치 효과는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우리가 다루는 문제와 처방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비상저감조치로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 단기간에 개선하기 어려워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과정> 그림에서처럼 한반도 상공의 공간을 네모난 상자라고 비유할 때, 비상저감조치가 실행되는 시점은 상자 안이 이미 미세먼지로 가득 찬 때이다. 물론, 비상저감조치는 고농도가 발생하기 전날 늦은 오후에 발령되지만 발령에 따른 실제적인 감축 행동은 고농도가 발생한 당일부터 시행된다. 

 

상자 안의 고농도 미세먼지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즉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서 ‘보통’ 단계로 되려면 상자 안에서도 미세먼지가 새롭게 생성되지 않아야 하지만(비상저감조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추가적으로 상자 안에 있는 미세먼지가 빠른 시간 내에 상자 밖으로 유출되거나(해상 유출) 상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제거되어야 한다(자체 제거). 이에 더해 상자 밖에서 다량의 미세먼지가 새롭게 유입되지 않아야 한다(국외 유입). 적어도 미세먼지가 상자 밖으로 유출되거나 자체적으로 제거되는 속도가 상자 안으로 새로 유입되거나 자체적으로 생성되는 속도보다 훨씬 빨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정책 수단을 통해 단기간에 해상 유출, 자체 제거, 국외 유입 등 조건을 충족시키기는 어렵다. 우선,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하는 날은 보통 대기가 안정되어 있어 대기 순환이 적고 오염된 공기가 외부로 유출되는 속도가 늦다(해상 유출). 또한 공기청정기 방식과 같이 한반도 상공의 미세먼지를 흡수하여 제거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기술·경제적으로 어렵다(자체 제거). 마지막으로 국외 미세먼지 배출을 단기간에 급격하게 줄이지 않는 이상(상대방이 있는 협상의 문제), 국외에서 발생해 유입되는 미세먼지를 바람의 방향을 바꾸거나 인공 강우 등으로 차단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거나 기술·경제적으로 어렵다(국외 유입). 

 

월간참여사회 2019년 4월호 (통권 264호)

 

결과적으로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단지 자체적으로 추가 생성되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방식은 시민들의 기대와 달리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을 빠르게 개선시키는 방법이 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가정에서 가스버너나 향초 사용을 줄이는 것이 실내 공기 질을 보통에서 나쁨으로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은 될 수 있지만, 오염물질로 이미 가득 찬 실내공기를 단기간에 정화시키는 근본적인 방법이 될 수는 없는 것과 같다. 오염된 실내 공기를 단기간에 개선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대기 순환)를 통해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고, 공기청정기 등으로 방안의 오염물질을 흡수하여 제거하는 것이다(자체 제거).  

 

고농도 미세먼지라는 ‘사회적 재난’, 최선이 어렵다면 차선은 무엇인가  

비상저감조치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면, 우리는 비상저감조치를 폐기해야 하는가? 결코 그럴 수 없다. 비록 시민들이 기대하는 방향과는 다르지만, 건강영향의 측면에서는 현재 나쁨 수준에서 대기 질이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는 것 또한 중요하다.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자체 배출량을 줄이면 미세먼지 상황이 현재보다 더 악화되는 것, 즉 미세먼지가 ‘나쁨’ 단계에서 ‘아주 나쁨’ 단계로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걸로 만족할 것인가? 

 

얼마 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고농도 미세먼지가 하나의 사회적 재난으로 공식 인정되었다. 재난에 대한 대응은 사전에 재난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사전예방 조치와 재난이 발생한 후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사후처리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국내에서 미세먼지 배출량을 상시로 줄이는 것과 대외협상을 통해 미세먼지 외부유입 가능성을 낮추는 것은 사전예방에 가까운 조치이며, 비상저감조치는 고농도 상황이라는 재난이 발생한 후 취하는 사후처리에 가깝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차선의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누군가는 소극적 방법이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우리 앞에 놓여있는 문제의 특성상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단기간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고농도에 대한 시민 노출을 줄이는 것이다.

 

화재, 방사성 물질 누출 등 물리적 재난이 발생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하는가? 재난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난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들이 화재나 방사능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호한다. 유사하게 고농도 미세먼지가 발생한 후 우리는 미세먼지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강한 비상저감조치’뿐 아니라,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한 시민 노출을 줄이는 ‘강한 노출저감조치’로 시민을 보호해야 하지 않겠는가? 

 

불확실성에 기댄다면 이러한 강도 높은 미세먼지 대응 조치는 일종의 보험과도 같다. 고농도 미세먼지의 국내 기여율이 높은 상황이라면, 비상저감조치를 강력하게 시행하는 것으로 고농도 미세먼지 상태를 ‘나쁨’에서 ‘보통’으로 보다 빨리 회복시킬 수 있다. 반대로 고농도 미세먼지의 해외 기여율이 높은 상황이라면, 강력한 노출저감 대책으로 시민에게 미치는 건강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 대응, 사회적 선택과 시민 참여가 중요하다 

미세먼지 대응의 강도는 결국 사회적 선택의 문제이다. 미세먼지와 관련하여 시민들은 어떠한 정책 방향을 추구할 것인가? 보다 강한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자동차 운행제한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한다. 하물며 생계를 위해 화물차를 사용해야 하는 사업자는 어떠하겠는가? 또 가동률 조정 대상이 되는 사업장의 직원들은 어떠한가? 뿐만 아니라 다중이용시설 및 취약가구 공기청정기 확대 보급 등 강력한 노출저감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시민들의 불편함과 거대 예산 투입의 기회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시민 개개인은 자신의 입장에서 비용과 편익을 고려하여 진지하게 이 질문에 답해볼 필요가 있다. 시민의 의견이 모일 때 정책결정자에게 압력을 행사할 수 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선택도 가능해진다.

 

강력한 미세먼지 대응 조치의 성과 또한 시민의 참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개인마다 그 크기가 조금씩 다를 수는 있지만, 미세먼지 문제에 있어서는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모두 이해당사자이다. 개인마다 그 크기는 다를 수 있지만, 우리는 모두 오염 행위자이자 피해자이다. 시민의 의견과 행동이 모아질 때 비상저감조치와 노출저감조치는 보다 강력하고 효과적으로 취해질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선택과 시민의 참여는 고농도 미세먼지라는 재난 발생 시 우리 사회가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는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외협상과 미세먼지 상시저감 등의 고농도 미세먼지 사전예방 조치를 보다 강력하게 시행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이 될 수 있다.   

 

❶ 자동차 운행제한, 화력발전소와 건설 공사장 등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 가동률 조정 등을 통한 미세먼지 배출량 저감

❷ 실제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과정은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여 문제의 핵심을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을 ‘모형화’라고 하는데, 자연과학뿐 아니라 경제학 등 사회과학에서도 모형화는 자주 사용된다

 



 

특집. 미세먼지, 답이 없다? 2019년 4월호 월간참여사회 

1. 미세먼지, 공포와 위험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욱

2.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도 속수무책? 황인창

3. 미세먼지, 동북아 협력은 가능한가 남상민

4. 미세먼지, 해결의 출발점은? 이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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