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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참여사회    since 1995

  • 2019년 5월
  • 2019.05.01
  • 1221

'츤데레'
선생님

조성신 회원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약 15년 전, 지금보다 훨씬 청소년 노동권이나 현장실습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었을 때 참여연대는 처음으로 당시 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 21세기청소년공동체‘희망’과 함께 실업계고 현장실습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었다. 그리고 그곳에 우리가 오늘 만나게 될 조성신 회원이 있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혈기왕성했던 전교조 교사는 퇴임이 얼마 남지 않은 30년 차 교사가 되었고, 당시 청년이었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역시 고연차 간사가 되었다. 

 

15년이 넘는 세월, 오랫동안 묵묵히 곁에서 참여연대 활동을 지켜봐온 조성신 회원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만날 수 있었다. 특별히 2003년 당시 캠페인을 담당했던 김다혜 간사가 인터뷰에 동행했다. 스승의 날 오랜만에 은사를 찾아가는 설레는 마음이었다.  

 

요즘도 아카데미느티나무에서 기타 배우고 계세요?

지금은 잠깐 쉬고 있어요. 7월부터 다시 할까 생각 중인데 할 수 있을지. 이 학교로 전근 온 지 얼마 안 돼서요. 그래도 한번 시작하면 한 2~3년은 해야 되지 않겠나, 처음엔 2년 하고 그만둘까 했는데 1년 정도 더 해보려고요. 

 

알고 보면 참여연대 ‘프로참석러’시잖아요. 총회도 거의 빠짐없이 오신다고 들었어요. 

네. 웬만하면 나가려고 하죠. 산사랑 회원모임도 나간 지 한 3년 됐어요. 주말에 산 좀 다녀볼까 해서요. 원래 배드민턴을 오래 했었는데 요새 노화가 와서 무릎이 좀 아프네요. 

 

평소에도 좀 활동적인 성격이신가요? 

어렸을 때는 그렇게 활동적이진 않았던 거 같은데 성인이 돼서 바뀐 것 같아요. 조용히 있는 것도 싫어하진 않는데 요새는 오랫동안 조용히 있거나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걸 싫어하고, 또 적당히 하고 적당히 쉬고 이런 리듬을 좋아해요. 약간 이해 안 되는 습성이라고 할까. 책을 읽어도 두 세권 같이 놓고 이거 읽다 저거 읽다가 이런 스타일이에요. 

 

그래도 한 단체를 15년이나 후원하고 매번 행사에 참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요. 

언제부턴가 크게는 아니라도 내가 버는 수입에서 1% 정도는 뭔가 나누면서 살자,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1%도 못하는 거 같긴 하지만. 참여연대랑 전태일재단, 몇 군데 후원하고 있어요. 그전에 다른 단체도 후원했었는데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몇 년 후원하다가 그만뒀어요. 참여연대는 아마 평생 회원 하지 않을까 싶어요. 

 

가족들은 참여연대 회원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아내는 저랑 오래 살다 보니까 생각이 좀 비슷해지는 것도 있는데, 막 나서서 활동하고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 같고요. 애들은 아직까진 크게 정치에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그래도 재작년에 촛불집회 할 때는 작은 아들이 먼저 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여러 번 나갔고 애들하고도 한두 번 같이 갔어요. 그때 애들 사이에서 촛불집회 나가는 게 유행이었던 모양이더라고요. “나 거기 가봤어.” 하는 거죠.(웃음) 

 

촛불 이후 청소년들 인식들이 많이 바뀌었다고 하던데, 실제 학교에서 그런 걸 느끼세요?

아무래도 그렇겠죠? 광장의 경험이라는 게 분명히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학교에선 가급적 정치적 발언을 안 하려고 하는데, 어느 날은 아이들이 먼저 자연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촛불 들고 한번 나가볼까 하는 얘기들.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2017년 6월, 아카데미느티나무 연주회 공연하는 조성신 회원(위) 같은 해 11월 서울 강북권 우리동네참여연대 모임에 참석한 모습(아래) 알고 보면 그는 회원행사에 빠지지 않고 나오는 ‘프로참석러’ 회원이다  

 

원래부터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나요?

중학교 때는 공장에서 일하겠단 생각 전혀 안 하고 있다가 우연찮게 공업고등학교에 가게 돼서 고민을 좀 많이 했어요. 사실 그 당시 다 비슷하잖아요, 그땐 고등학교 나오면 직업 구하는 게 쉬웠으니까 먹고 살려고 갔는데 막상 가보니까 특유의 공장 냄새가 있더라고요. 그런 부분에서 고민을 좀 했죠. 방황도 좀 하고. 그러다가 대학 가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해서 배운 거 가지고 충남에 있는 공대로 진학을 했는데 나중에 들어가고 보니까 그 공업대학 자체가 사범대였더라고요. 

 

사범대인 줄도 모르고 들어가신 거예요? 

네. 모르고 들어갔어요.(웃음) 제가 원래 말주변도 없는 편이고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선생님이 되겠다는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어요.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선생님 안 하려고 다른 공부를 더 하거나 연구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당시 ‘군병역특례’라는 제도가 있어서 그 특례를 받으려면 6개월 군 생활하고, 2년 6개월은 교사를 해야 했거든요. 딱 거기까지 하고 그만두려고 했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30년이나 하게 됐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러다 교사를 한 5년쯤 하니까 아, 이게 운명인가보다 했던 것 같아요.  

 

30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요. 

글쎄요. 맨 처음 담임을 맡았던 애들도 기억이 나고요. 제가 인문계 고등학교 있을 때 학생부장 2년을 맡은 적이 있어요. 학생부장은 잘못하면 벌도 주는 자리지만 학교 규정이나 이런 부분에서 아이들이 원하면 개선할 수 있는 자리였던 것 같아요. 아이들과 교감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있었죠. 그때 나이가 사십 대 중반 정도였는데 어느 날 아이들이 편하게 아빠, 아빠 그러더라고요. 왜 그렇게 불렀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웃음) 특히 남자애들보다 여자애들이 그냥 편하게 많이 불렀어요. 

 

그동안 한 번도 교사를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초창기에는 제법 그만둘까를 고민했던 때가 있어요. 제가 89년에 처음 학교에 발령받았는데 89년에 전교조가 시작했잖아요. 저도 그때부터 전교조를 같이 했는데 하도 싸우는 게 너무 지치고 힘들어서 그때 그만둘까를 구체적으로 고민을 했었죠. 뭐 다 그렇진 않지만 ‘86’이라는 세대가 그런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학습을 통해서 운동하는 부류가 있었고, 시대적인 상황 때문에…. 대학 다니면서 고민을 하다 보니 운동적인 관점에서 살고 싶다, 그때부터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운동적인 관점에서 살고 싶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제가 어려운 조건에서 대학까지 가다 보니까, 사회모순이 좀 보였다고 해야 되나요. 막연히 운동적인 관점으로 살아야지,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아요. 내가 조금이라도 모순들을 인식하고 바꿔나가고 변화해 나가고 이런 차원의 것들. 기회가 되면 직접 행동하는 것까지요. 

 

2003년 당시 참여연대와 함께 했던 캠페인 이야기를 좀 해주신다면요. 

저도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 현장실습 때문에 우리가 같이 했었죠? 그때는 정확히 현장실습의 어떤 게 문제라기 보다 현장실습도 청소년노동의 일부라는 관점에서부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지금은 수습기간에 임금을 감할 수 있다는 문구가 없어졌는데 그때는 있었고 그런 부분의 법 제도 개선 운동을 했었죠. 대부분 업체들이 최저임금을 주거나 일부 사업장은 최저임금의 80~90%를 줬거든요. 그게 법적으로 문제는 아니었지만 업체들 만나서 최저임금이라도 꼭 지켜달라고 부탁했던 기억이 나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5월호 (통권 265호)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을의 눈물’ 2탄 죽음의 실습 편에 출연한 조성신 회원의 모습. 그는 1989년 전교조 초창기부터 활동하며 지금까지 특성화고 현장실습 문제와 청소년 노동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오랫동안 참여연대를 지켜보셨는데, 앞으로 회원으로서 바라는 점이나 활동방향이 있다면요?

여러 가지 있겠지만 가장 급한 건 정치지형을 바꾸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정치지형을 바꾸는 첫 번째가 선거제도 개혁이죠.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여도 우리 사회를 정책적인 관점으로 바꿀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해요. 

 

그다음까지 얘기하면 지난 잃어버린 10년 동안 우리 사회에 자본의 논리가 워낙 세져서요. 자본을 제어하거나 규제할 수 있는 방법, 구체적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자본이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하는 거에 비해서 과도하게 이익을 가져가는 부분을 제한하는 방법도 있어야 하고요.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기업은 사업 이익도 있지만 부동산 관련된 불로소득도 크다고 보고요. 양극화되는 가장 큰 이유가 불로소득이고요. 

 

어차피 모든 거에 역량을 쏟을 수 없으니까 참여연대가 선택과 집중을 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내가 전선을 넓혀서 다 싸우는 게 가능하다면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핵심적인 거에 집중해야 하지 않나. 

 

이제 조금씩 정년에 대한 고민도 하고 계실 것 같아요. 남은 기간, 혹은 퇴직 후 꼭 해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여행하는 걸 좋아해서 퇴임하면 여행자로 살고 싶어요. 세계여행을 한번 해보는 게 꿈이에요. 제가 여행 자유화되고 초창기 배낭여행 세대예요. 첫 배낭여행을 93년에 했죠. 그 뒤로도 여행 가면 항상 배낭여행으로 다녔어요. 가족들이랑 이십 며칠 터키 배낭여행 갔었고 큰애 군대 갔을 때 태국에도 십여 일 다녀왔어요. 그래서 은퇴하고 1년 정도 (지구 한 바퀴) 다 돌아볼 계획을 오랫동안 갖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좀 긴 거 같아서 우선 남미 쪽으로 한 5~6개월 다녀오고 싶어요. 남미가 꽤 멀어보여도 원래 스페인에서 배타고 순풍에 돛댄 듯이 가면 10~12일 정도 걸리거든요. 해류나 바람 따라서 가는 거죠. 

 

갑자기 궁금한 게 있어요. 선생님에게 ‘사랑’이란 무엇인가요?

사랑이란, 관심, 애정, 그리움…. 사실 사랑이란 말이 우리에겐 익숙한 말은 아녜요. 영어의 ‘알러뷰’는 좀 가볍게 쓸 수 있잖아요. 제가 느끼는 ‘사랑’이란 말은 좀 묵직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아무에게나 쉽게 꺼낼 수 없는. 요즘엔 사랑이란 표현이 너무 가벼워져서 아무한테나 사랑한다고 그랬다가 금방 미워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항상 회원들에게 궁금하던, 평소에 참여사회는 좀 읽어보시느냐고 묻자 “별일 없으면 읽어본다”며 무심한 듯 답하는 그. 주장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뒤에서 묵묵히 지켜주는 회원, 자신의 안위보다 간사들 안위를 먼저 챙기는 회원, 조용히 다가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내밀던 고 허세욱 열사를 많이 닮았다고 인터뷰를 마친 후 김다혜 간사는 내게 귀띔해주었다. 

며칠 뒤 나는 지나간 「참여사회」 한 페이지에서 이 글을 본 후에야 그가 말했던 ‘묵직한 사랑’이 어떤 느낌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언젠가 낯선 나라에서 배낭을 메고 있는 사진을 한 장 보내주길 기다리며, 그때 참여사회는 아마도 한 번 더 그를 인터뷰하러 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전교조와 다른 단체에서 활동하다가 시민단체 중에서 참여연대는 저와 생각하는 바가 잘 맞고 정부로부터 독립되어 있으며 꾸준히 사회적 이슈를 잘 만들어내는 단체라서 회원으로 가입하게 되었어요. 참여연대는 힘든 여건에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행사에 참여할 때면 고생하는 상근자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고요.” 

- 2013년 6월호 「참여사회」 ‘아름다운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중에서 

 

 


글. 이한나 미디어홍보팀 간사

사진. 김다혜 미디어홍보팀 간사

녹취. 조연우 자원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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