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참여사회 2019년 06월 2019-05-30   742

[통인뉴스] 문재인 정부 2년, 검찰 좀 달라졌습니까?

문재인 정부 2년, 검찰 좀 달라졌습니까?

열한 번째 검찰보고서 <백년하청 검찰개혁, 날개다는 검찰권력> 발간

 

글. 김희순 사법감시센터 간사

 

 

사법감시센터는 부지런히 지난 일 년간 법무부, 검찰, 주요 정부기관이 발행한 보도자료를 모으고, 그 사이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온라인상에 널려 있던 정보와 자료는 한 땀 한 땀 활동가들의 수작업을 통해 검찰보고서의 일부분이 됩니다. 마치 겨울을 앞둔 일개미들 같습니다. 그렇게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3개월이 넘는 기간 수작업을 거쳐 열한 번째 검찰보고서 『문재인 정부 2년 검찰보고서 : 백년하청❶ 검찰개혁, 날개다는 검찰권력』을 발간했습니다.

 

지난 일 년, 검찰은 참으로 바빴습니다.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수사하느라 역대 최대 규모의 수사단을 구성했습니다.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 캐도 나오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각종 불법행위에 대한 적폐 수사도 이어졌습니다. 개별 검찰수사를 보고 있으면 어느 사이엔가 적폐의 일부분이었던 검찰이 적폐 수사에 앞장선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검찰’로 변모한 듯합니다. 적폐청산 수사 ‘열심히’ 한 검찰, 스스로는 과연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월간 참여사회 2019년 6월호 (통권 266호)

문재인 정부 2년 검찰보고서 <백년하청 검찰개혁, 날개다는 검찰권력>의 전문은 참여연대 홈페이지에서도 공개하고 있다 

 

검찰보고서, 검찰개혁 평가의 시금석을 알려드립니다

참여연대는 검찰이 과거 검찰권 오남용 사건을 제대로 수사했는지에 따라 검찰이 과거 잘못된 검찰로부터 단절되었는지, 과거청산이 제대로 됐는지 등 검찰개혁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사건 수사가 대표적입니다. 이 사건은 말 그대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하는데 수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권성동 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검찰 지휘부의 외압이 있다고 안미현 검사가 폭로해, 검찰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을 꾸려 수사에 착수한 사건입니다. 검찰은 수사 세 번째에야 채용비리가 있다고 보고 관련자들을 기소하고, 수사외압은 끝내 무혐의 처분을 내렸습니다.

 

당초 문무일 검찰총장은 수사단 수사와 관련해 자신의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수사단이 검찰 고위간부를 기소하려고 하자 대검 전문자문단의 심의를 받도록 지휘권을 행사하는 등 적극 개입했습니다. 안미현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에 문무일 검찰총장이 직접 관여했다며 또다시 기자회견을 해야 했습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 사건은 그렇게 검찰조직 보위에 실체적 진실 발견이 밀려 뒷전이 되고 맙니다. 비단 이 사건뿐만 아니라 안태근 전 검사장 등 검찰 전현직 검찰 간부의 성폭력 사건 무마 의혹 수사,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전 검사장)의 별장 성폭행 범죄와 검찰의 은폐 의혹 수사 등 과거 검찰권 오남용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이어지지만, 검찰이 달라졌다고 체감할만한 수사를 보여준 것은 없어 보입니다.

 

황허강이 맑아지는 게 빠를까, 검찰개혁이 빠를까

그렇다면 검찰개혁, 어느 정도 추진되었을까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사 출신이 독점하다시피 한 민정수석과 법무부장관에 검사 출신이 아닌 학자가 임명되었습니다. 법무부 법무실장을 시작으로 검사가 독점해오던 법무부 주요 직책에 검사 아닌 행정전문가들이 임명되고, 법무부 직위 61개 중 44개 직위에 검사가 아닌 사람도 임명 가능하도록 바뀌었습니다. 법무부와 검찰이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던 기존 입장을 선회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하는 등 공수처 설치 실현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공수처 설치, 수사권 조정 등 입법 조치가 필요한 것들은 국회에서 답보상태에 있다가 최근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서 겨우 발을 뛴 상태입니다.

 

그러나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검찰국장 등 주요보직은 여전히 검사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공수처 설치법안은 공수처에 판검사, 경찰에 대한 기소권만 부분적으로 부여하고, 작은 규모, 몇 가지 독소조항으로 인해 과연 검찰을 견제할 만한 기구가 될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또한 검찰 권한 분산 측면에서는 매우 미흡한 수준이나, 검찰 못지않은 경찰에 대한 불신을 빌미로 검찰이 강하게 저항하고 있습니다. 국민적 열망을 발판 삼은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지만 가야 할 길이 첩첩산중입니다.

 

검찰이 가야 할 길은 민주적 통제 강화

검찰개혁이 미진한 가운데 문무일 검찰총장은 과거 정권의 ‘적폐수사’를 마무리하고 불공정한 관행과 부조리 등 ‘생활적폐 수사’로 전환하겠다고 말합니다. 정치 영역을 벗어나 일상생활과 일정한 사회·경제 영역의 비리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그 예로 든 것이 공공기관 채용과 관련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입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는 이미 엄연히 ‘적폐수사’ 중 하나가 아니었나요? ‘적폐 수사’와 ‘생활적폐 수사’는 다른 건가요?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검찰이 앞으로는 스스로 발굴하고 설정한 영역을 중심으로 수사 활동을 전개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적폐수사’는 촛불혁명 주권자들의 명령입니다. 과거 정권의 ‘하명수사’와는 분명히 다릅니다. 그런데도 검찰은 촛불시민이 요구하는 ‘적폐수사’를 줄여나가고 스스로 검찰의 길을 만들어가겠다고 합니다.

 

검찰보고서로 지난 검찰과 관련된 자료를 한데 모아두고 살펴보니 그동안 검찰의 행보는 그저 촛불혁명 이후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태세 전환에 불과하다는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검찰수사’는 날개 단 듯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검찰개혁’은 백년하청입니다.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 검찰도 검찰의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인사권자로부터 독립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소불위 권한을 가진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독립성이 아니라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 3년 차, 검찰개혁이 더는 백년하청이 아니라 전광석화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참여연대는 검찰개혁에 매진하겠습니다. 

 


중국 황허(黃河)강이 늘 흐려 맑을 때가 없다는 뜻으로, 아무리 오랜 시일이 지나도 어떤 일이 이뤄지기 어려움을 이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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